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올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9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이 부회장을 포함한 810명의 가석방 대상자 브리핑을 진행하며 한 말이다. 이 말 앞에는 '특히'라는 부사가 붙었다.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수형자에겐 적용되지 않은 '재벌 총수' 수형자에게만 적용된 가석방 기준이다.

이는 지난해 6월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멈추고, 기소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 법적인 것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검토됐나?
"그런 부분도 고려됐다. (중략) 주가 조작 의혹이나, 국민 경제, 경제 민주화 등등 모든 걸 놓고 고려와 고민과 번뇌를 했다." (2020년 6월 27일 검찰 수사심의위 위원)
 

역시 이 부회장의 신변에 따른 한국 경제의 변화가 그 기준이 됐다. 당시 여권 일부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선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 결국 '이재용 전략' 성공... 심의위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http://omn.kr/1o28m

가석방 심사 복역률 80% → 60%로 하향에 이은 수순... 61% 복역하고 풀려나
       
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결과적으로 박 장관이 지난 4월 가석방 심사 대상자의 복역률을 실무상 80%로 진행하던 관행에서 60%로 완화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결론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브리핑 직후 '기준에 없는 경제요인이 작용한 건 총수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석방심사위의 심의 결과를 존중한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법무부는 특정 인물 때문이 아닌 재범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안이라고 했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박 장관의 결재 직후인 지난 7월 26일 복역률 60%를 달성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특검팀에 의해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53일간 구속 수감돼 복역한 바 있다. 가석방 결정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만에 나왔다.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감옥생활은 총 564일(전체 형량 대비 약 61%)이다.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사회 감정과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국민 여론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7월 23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론을 조사한 결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6%로 반대 의견인 28.2%를 압도한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법무부 예규 등 사법 절차에 따른 가석방 심사에 국민 여론을 대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판부가) 양형을 감안할 때 국민 여론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지만, (규정이 있는 가석방 심사에선)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는 법률가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 당시 총수 가석방 확대 방침 발표 때 비판한 지적과도 같은 내용이다. 그는 "재벌 총수는 그간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나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이미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부터 엄청난 고려를 받고 있다"면서 "이미 형량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경제 정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도 2017년 1월 '재벌 적폐 청산' 토론회에서 "삼성도 법 앞에 예외적이어선 안 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도 불법행위를 하면 감옥에 갈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노동자 경영참여 길 열겠다" 문재인식 '경제민주화' 시동 http://omn.kr/m2rb).

반발하는 노동·시민사회, 10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돌입 

실제 법무부 예규에 적힌 가석방 지침은 이렇다. 저지른 죄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출소 후 생활 계획은 어떤 지를 살핀 후, 수형자가 재판 중일 경우 재판부와 검찰의 의견을 조회해 예비 심사에 반영하도록 돼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예비 심사 후에야 검찰에 관련 의견을 조회해 한 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개선 여지'도 논쟁거리다.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 재판부가 (개선을 위해) 주문한 내용이 총수의 불법 지시를 견제할 준법감시시스템을 마련이었는데, 지금도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재범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재벌 총수 중심의 그룹 체제에선 구조적 개혁 없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당시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거듭 '준법 경영'을 통한 반성을 읍소했음에도 "준법감시위가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양형에 반영하지 않았다.

가석방 결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은 촛불 정국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실망감을 먼저 드러냈다. 참여연대 등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같은 날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자리에서 가석방 결행은 곧 "촛불정부임을 스스로 지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국정농단의 핵심은 정경유착이었다"면서 "이 나라 사법의 역사는 왜 늘 재벌 총수들의 정경유착에만 관대한가"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박 처장을 시작으로 오는 10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제기해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청년정의당 주최로 진행된 1인시위 현장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바로 잡자는 게 사법개혁이었다"면서 "가석방은 기획된 촛불 배신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의 범죄사실은 삼성의 회사자금 86억 원을 횡령해 대통령에 뇌물을 준 것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란 이유로 쉽게 가석방된다면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를 앞둔 9일 오후 법무부가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가석방 불허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를 앞둔 9일 오후 법무부가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가석방 불허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가석방심사위에는 위원장을 맡은 강성국 법무부차관과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이 내부 위원으로,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가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6시 반까지 약 4시간여 회의를 이어간 끝에 결론을 내렸고, 박 장관은 회의 직후인 15여 분 뒤 브리핑을 통해 최종 재가 사실을 알렸다.

태그:#이재용, #박범계, #재벌개혁, #가석방, #문재인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