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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처음 들었을 땐 생소했던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라는 단어가 3년 차가 된 지금, 일상의 언어처럼 친숙합니다.

3년 전,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경기도 화성시는 시범사업으로 정신질환자 조기 발굴 및 지속적인 증상관리를 통하여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안착지원모델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업은 3년간 정신질환자가 자신의 집이나 그룹홈 등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등 전방위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초 세부계획은 ▲26개 읍면동 케어 안내 창구 설치 ▲공무원, 의료급여사례관리사,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두드림팀 구성 ▲장기입원 정신장애인의 퇴원준비를 위한 자립체험홈 설치 ▲정신질환자 지역사회복귀를 위한 공동생활 가정(입소시설) 운영 ▲사회적응 주간프로그램 개발 ▲집중사례관리 등입니다.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인 3년 차 말미에 이런 소감문을 쓰는 게 어떨지 좀 우려되지만, 화성시의 전체 평가와 보고는 차후에 나올 것이라 믿고, 지금은 사업에 참여한 단체로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정신질환자 집 방문 사실에 항의하기도

화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의료사협)은 2018년 12월에 보건복지부 설립 인가를 받고, 2019년에 의원개설 준비 중 화성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확대형 가사지원 서비스'로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를 할 수 있도록 가사 및 일상생활 지원, 신변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조합원 500명 이상이 모여서 만든 의료사협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화성시처럼 넓은 지역사회에 500여 명은 적다면 적은 숫자이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지역사회에 애착을 가진 분들이고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희 조합에서 감당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설명회를 열었을 때 약 30명의 조합원과 지역민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설명회가 끝나고 두 번의 추가 모임을 한 후에 남은 분들은 열 명도 안 되었습니다.

조현병 환자의 집에 방문해 약 3시간 동안 가사업무를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라는 걸 안 후 조합에 항의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왜 의원을 만들겠다면서 정신질환자들 집에 가서 청소하는 일을 하느냐', '조현병 환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데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느냐' 등이 이유였습니다.

저는 이런 의견에 대해 "약물 관리가 잘되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으며, 처음엔 담당 복지사가 동행해 소개해드릴 뿐만 아니라, 2인 1조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발행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문 의료인의 특강도 계획하고 있고, 보수교육도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2019년도 말에는 13가정을 10명의 활동가가 300시간, 2020년도에는 24가정을 6명의 활동가가 1000시간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올해는 16가정을 5명이 1300시간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다
 
이란 화성이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이란 화성이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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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협은 커뮤니티 케어 활동가분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어떤 노고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 친구나 식구처럼 이름이 익숙해져서 입만 열면 누가 이런 사연이 있다네, 오늘은 누구랑 노래도 하고 카페도 갔대, 날이 흐린 날엔 눈빛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아서 그 사람한테 안 갔다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이런 얘기들을 수시로 나누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제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족 이웃사촌 얘기하듯이 하는구나. 그 사람들이 정신질환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사정을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구나'라고 말이죠. 이런 푸념도 합니다. '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고 완쾌되면 일반 사람이 되는데, 왜 우리가 알게 된 그분들은 계속 환자로 사는 걸까'라고요.

3년간 위험하고 심각한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청소하고 반찬 만들고 말벗하느라 고생했다고 칭찬해 주신다면, 기꺼이 그 칭찬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 저희 지원자분들의 고생은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쓰레기로 꽉 찬 거실과 방, 곰팡이와 막혀버린 화장실, 우글대는 것들이 기어 다니는 부엌 집기들 등. 

그러나 이런 것들이 계속되었다면 저희는 3년은커녕 3일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것들을 그냥 암 덩어리로 간주했습니다. 의사가 아니기에 이런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암 덩어리 같은 쓰레기들을 드러내고 나면, 일상적인 생활이라는 정상적인 욕망이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깨끗함을 유지하고 싶은 건강한 욕망이 과거 습성을 이기게 하려면, 이웃의 방문이라는 치료제가 필요합니다. 초기엔 집중치료, 추적치료를 해야 합니다. 어떤 집은 매일 가기도 하고, 넷이서 가기도 합니다.

저희는 상황수습이 되고 난 후 일상생활의 리듬을 찾게 해주는 일상생활지도사가 됩니다. 일상이 뭔지 환기해주고, 환자라는 생각 대신 정상인으로 대해주는 이웃의 주기적인 방문. 이건 심폐소생술 이후 적절한 조처를 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약이 됩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어서 저희는 매우 기뻤습니다. 발을 뗀 첫 사업이 다름 아닌 아픈 이웃을 찾아가는 일이었다는 건 저희에게 바른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의 연결망을 가진 협동조합으로서 좋은 의료인을 모시고, 굵고 튼튼한 이웃이 되어 마음과 몸이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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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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