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얘들아, 여름 방학 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봉사활동 해보자. 오늘 독해에서도 나왔지만 코로나 이후 발생된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일회용품의 증가야. 학원에서 너희들이 매일 버리는 음료수 플라스틱 컵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야.

너희들 알다시피,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필기도구꽂이, 수경식물이나 마른꽂 화분걸이 같은 걸로 쓰고 있잖아. 8월 중에 시간 내서 좋은 아이디어 한번 내봐.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도 살리고, 쓰레기를 보물로 만드는 아이디어. 그래야 너희가 어른이 되어 살아갈 시대가 아름다워지는 거야."


방학을 앞두고 중3과 고1 봉사활동단 학생들에게 전달한 내용이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개학이 코앞이었다. 재작년에는 '내 동네를 깨끗이'라는 표어로 동네 골목에 있는 플라스틱을 주우면서 해마다 플라스틱 절감에 관한 활동을 하자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로 청소년 봉사활동(특히 환경 부분)이 멈춰졌고, 올해는 무작정 쓰레기를 줍는 것 이상의 활동을 고민했다.

때마침 군산시 자원봉사센터의 거점캠프(나운동,수송동,옥서면)가 출발했는데 나운동은 '필사시화엽서나눔', 수송동은 '환경보호관련활동'을 하고 있다. 수송동을 담당한 박수진 상담가와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상담하니, '버려지는 페트병이나 컵을 활용한 자동급수화분 만들기'라는 활동을 추천받았다. 일회용품을 무조건 안 쓰기보다는 한 번 더 쓰기 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학생 김시현과 황태원의 화분만드는 모습
▲ 조심조심, 뿌리 다칠라 학생 김시현과 황태원의 화분만드는 모습
ⓒ 박향숙

관련사진보기

 
여름방학이 가장 좋은 이유로 '늦잠을 잘 수 있어서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아침 일찍 모였다. 지난 주말에 이미 활동 계획과 준비물(플라스틱 컵, 아이스팩, 조약돌, 좋아하는 식물)을 공지했다. 나도 역시 여분의 준비물을 챙겨서 학원으로 갔다.

화분 만들기에 필요한 준비물을 내가 준비하면 몸만 와서 시키는 것만 할 수밖에 없으니, 준비물을 직접 가져오고, 인터넷으로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글을 한 번이라도 읽어오는 센스를 믿는다고 했었다.

화분을 만들기 전에 박수진 상담가는 플라스틱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해악에 대하여 설명했다.

"여기 PPT를 보세요.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서 우리 학생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 바로 텀블러 사용이에요. 그런데 습관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요. 환경운동을 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저도 텀블러를 종종 놓고 다녀요.

오늘의 활동에선 여러분이 마시는 시원한 음료수를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식품냉동에 쓰는 일회용 아이스팩을 활용해서 식물 화분을 만들 거예요. 소위 플라스틱 재사용, 재활용이라고 하지요."


잠시 후, 학생들이 가져온 준비물을 펼쳐놓고 박 상담가의 화분 만들기 시범이 있었다. 김래혁 학생(월명중3)이 가져온 스팟 필름을 두 개로 나누어서 흙을 깨끗이 털고, 물에 뿌리를 씻었다. 플라스틱 컵에 조약돌을 넣고, 그 위에 아이스팩 내용물을 붓고 물을 부었다. 씻은 식물의 뿌리를 다치지 않게 컵의 뚜껑 안으로 넣어 지지대를 만든 후, 컵에 앉히니 정말 투명하고 맑은 화분으로 변모했다.

젤 성분의 아이스팩 역시 주재료가 폴리에틸렌이다. 미세플라스틱 중 하나로 불수용성이어서 분해가 되려면 무려 500년 이상이 걸리는 소재이다. 그런데 이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화분의 토양보수제로 활용하기'가 있었다. 식물 화분에 물과 함께 얹으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고 화분이 촉촉하게 생생하게 오랫동안 유지된다고 했다.

얼마 전 무료급식센터에서도 도시락과 함께 아이스팩을 동봉하면 음식의 신선함이 유지된다는 것을 지인에게서 들었다. 이후 학원 밴드에 아이스팩을 모아서 동사무소나, 필요한 곳에 갖다 주자고 홍보하고 있었는데, 화분에 사용되는 또 하나의 비법을 배운 것이다.

박 상담가가 한번 설명한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어떻게 화분을 만드는지를 이해했다. 단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살펴보니, 웃음도 나고, 걱정도 됐다. 학생들이 흙을 만지거나 식물의 뿌리나 줄기를 직접 만질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화분에 들어있는 식물을 뿌리가 다치지 않게 둘로 나누어 흙을 털고 물로 씻는 건 나름대로 어려운 일이었다. 

엉덩이를 붙였다 뗐다, 물에 손을 담글까 말까, 식물의 뿌리를 만질까 말까, 아이스팩의 젤으로 손으로 넣어야 될까 말까 등등. 아이들은 영어 단어 암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수다를 떨었다.
 
학생들이 만든 20개의 다양한 화분전시
▲ 플라스틱과 아이스팩 젤을 이용한 화분 학생들이 만든 20개의 다양한 화분전시
ⓒ 박향숙

관련사진보기

 
"화분을 두 개씩 만들어서 하나는 엄마에게 선물을 주거나, 본인이 직접 길러보기고, 또 하나는 다른 분들에게 선물로 줄 예정이야. 예쁘게 만들어야 돼. 꽃집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화분들인데 왜 우리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지, 너희들이 잘 알 거야. 어때 재밌지?"

만들어진 화분은 총 20개였고, 준비물을 더 보내주신 학부모님들 덕분에 학원에도 예쁜 화분을 3개나 선물 받았다. 어른들 눈으로 보면 그리 큰 일도 아니지만, 처음으로 흙을 만진 학생들도 있으니, 결코 작은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수고의 댓가로 컵라면과 아이스크림을 주었더니, 세상 그런 평화의 미소가 없었다. 아래는 아이들의 후기다. 

"폭염과 코로나19이 와서 사람들이 잘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배달 일회 용품들이 늘어나고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이 증가한 것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으로 화분을 만드는 일은 매우 뿌듯했습니다." - 강건우 학생(금강중3)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봉사활동을 친구들과 함께해 즐거웠습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일회용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식물을 키운다는 게 참 신기했고 다음에도 하고 싶어요." - 김시현 학생(군중3)


우리의 힘으로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예 쓰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 그것들을 찾아보고 실천하는 첫 걸음, '한번 더 쓰기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봉사단 학생들의 부모님을 비롯해서 학원 전 가족에게 오늘의 활동 내용과 사진을 공유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법을 실천해주세요'라면서 오늘 자녀분들은 플라스틱 컵도 살리고, 아이스팩도 살려준 은인들이라고 덧붙였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