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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체검사 전날이 항상 두려웠다. 또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갔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몸무게로 만들고 싶어서 일주일 전부터 저녁도 거르고 무작정 강변을 뛰었다. 그런데도 목표한 체중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런 내가 싫었다. 결국 난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에서 몸무게 때문에 애를 먹은 선수가 있다. 여자유도 48kg급에 출전한 국가대표 강유정(25) 선수다. 일본으로 출국할 때도 짧은 머리 스타일이었던 그는 있던 머리카락을 전부 밀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경기 전날 실시하는 계체에서 체급 기준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기 때문이다.

강 선수는 평소에도 5kg을 감량하며 체중을 맞춰왔는데 여전히 150g을 더 줄여야 했다고 한다. 이 무게를 빼지 못하면 이제껏 준비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몸에 있는 수분을 다 빼내 탈수 증세로 쓰러진 이후였다. 운동으로 남은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강 선수가 선택한 것은 머리카락이었다. "그냥 다 밀자. 계체만 통과할 수 있다면 다 하자".

극적으로 오른 32강전 경기, 이겨본 전적이 있는 슬로베니아 선수와 겨뤘지만 패했다. 경기가 끝나고 강 선수는 '삭발 투혼'한 선수로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삭발 투혼'을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계체를 통과해야 시합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삭발한 모습으로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강유정 선수
 삭발한 모습으로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강유정 선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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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선수의 생일이 얼마 전이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어머니 이야기로 눈시울을 붉힌 그가 "(8월) 2일이 생일이다", "이번 생일 선물은 가발로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마스크 위로 웃는 눈을 보는데 괜히 내 마음이 놓였다. 경기 결과에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쿄올림픽은 강유정 선수의 첫 올림픽이었고 그가 보여준 결단력과 불굴의 의지는 스포츠를 대하는 강 선수의 뜨거운 마음을 보여줬다.

도쿄올림픽이 막을 올리자마자 열린 여자유도 48kg급 32강전, 머리카락 한 올까지 올림픽에 쏟아버린 그가 축제가 끝난 지금도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강유정 선수에게 체중계에 찍힌 숫자와 싸우느라 고생했다고, 도망치지 않고 잘 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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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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