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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에게서는 동경을 느끼고, 노력하는 자에게서는 용기를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를 보며 어지간해서는 따라가기 힘든 높은 재능의 벽을 본다면, 노력하는 사람을 통해서는 '저 사람도 저렇게 노력했구나. 혹시 나도 열심히 하면…' 등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세상을 살다 보면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는 천재형 인물은 분명 있지만, 그 천재들조차 엄청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을 보게 된다면 더 더욱 그렇다.

재능이 무엇보다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스포츠에서도 "이정도 훈련을 하고도 진다면 억울할 것 같아서 이겼습니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는데 자신이 없을 수가 있겠습니까" 등 재능 부심이 아님 훈련 부심(?)을 드러내는 선수들도 많다. 우리가 그들의 재능에만 주목할 때 정작 당사자들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반드시 함께 봐야 되는 이유다.

언제부터일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러한 노력에 가치부여를 더하게 됐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도 좋지만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욱 애정이 생기고 친근감이 간다. 때문에 이번 도쿄 올림픽을 시청하는 시선도 이전 올림픽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결과에 더해 과정(노력)이 자꾸 보이고 있다. 노력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한 명 한 명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김연경은 팬들과의 소통을 잊지않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김연경은 팬들과의 소통을 잊지않고 있다.
ⓒ 김연경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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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들의 노력 철학에서 얻는 용기

언제부터였을까. 세상을 살면서 지치거나 어딘가에서 힘을 얻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 있다. 인터넷 혹은 책 등을 뒤져보며 참고할 만한 글이나 명언 등을 읽어본다. 명언의 대부분은 노력에 관한 글들이다. 성공한 이들의 그러한 글들을 보면서 흔들렸던 마음도 다잡고, 용기도 얻어보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노력해서 실제로 증명한 케이스니까.

물론 그렇게 자주 봐도 아직까지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그들의 노력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는 별개로, 따라간다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 보다는 그렇게라도 게으름이라는 큰 바다에 작은 돌멩이를 꾸준히 던져보고 싶다. 한 개, 두 개, 열 개… 계속해서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밑바닥에라도 돌멩이가 가득 차겠지 하는 마음으로.

최근에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글은 지금은 불의의 헬기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전 NBA(미 프로농구)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다. LA 레이커스보다는 다른 팀을 응원했던지라 선수 브라이언트의 안티에 가까웠지만 노력이라는 단어에 진심으로 접근했던 인간 브라이언트는 매우 좋아했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농구에 대한 브라이언트의 열정은 상상 초월이었다. 단순히 남들과 똑같이 팀 훈련을 소화하는 것과 별개로 선수 생활 내내 혹독한 개인 훈련을 자처했고, 심지어 휴가를 떠나서까지 그 같은 루틴을 멈추지 않았다. 짐승 같은 훈련에 익숙했던 다른 NBA리거들조차 브라이언트의 훈련 양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브라이언트는 괴롭게 훈련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즐기듯이 훈련했으며 여기에 관한 수많은 명언도 쏟아냈다.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이를 통해 가르침을 얻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나 역시 10분의 1도 따라 하고 있지 못하지만 힘들 때마다 보고 또 보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도 브라이언트처럼 배우고 싶은 선수가 생겼다. 다름아닌 '배구 여제'로 통하는 김연경 선수다.

"그냥 노력했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녀는 조혜정-이은경-지경희-장윤희-구민정 등의 계보를 잇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간판 공격수다. 나날이 커리어가 쌓여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역대 최고'라는 평가까지 따라다니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의 4강을 이끌며 특유의 리더십까지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국내 최고를 넘어서 세계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에 진출해 팀 우승, 득점상, MVP까지 차지한 김연경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만큼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간판스타이자 정신적 지주를 넘어 대한민국 남녀 구기 종목 사상 넘버 원을 다툴 정도의 레전드로 우뚝 섰다.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그런 위치에 올라서기까지 김연경은 엄청난 노력을 거듭했다. 잘하기는 했지만 중학교 시절까지 키가 작은 편에 속해 주목받지 못하다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20cm 가까이 훌쩍 크며 완전체 선수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한다.

외려 키가 작았던 시절이 김연경에게는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신체조건보다는 기술과 센스로 승부를 걸어야 했고, 장신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훈련을 거듭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키가 큰 이후에는 작은 시절 갈고 닦은 테크닉까지 겸비하게 되는 전화위복이 되었다. 본래 장신이었던 선수들은 익히기 쉽지 않았던 세밀한 요소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워낙 존재감이 대단한 선수인만큼 김연경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남다른 임팩트를 주고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큰 울림을 줬던 한마디가 있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 하나지, 그냥 노력했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혜민스님 에세이에 나오는 글을 인용해 과거 트위터에 올렸던 글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말같지만 김연경 본인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지 짐작이 가는지라 가슴에 깊이 남았다.

어린 시절 뜻대로 자라지 않았던 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이를 악물고 노력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더불어 성공한 스타가 되었으면서도 겸손하고 반듯한 언행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 초 여자 배구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하던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여자 배구 이미지 전체에 큰 손실을 입게 된 것.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며 스포츠계 전체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펴져 나갔다. 때문에 이번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핵심 전력이 둘이나 빠져나간 가운데 분위기 자체도 어수선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연경은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었고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예선전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등을 꺾은 데 이어 8강전에서는 강호 터키까지 잡아내며 세계 배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패하며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최선 그 이상을 해낸 대표팀에게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여자 배구의 선전을 보면서 김연경의 그 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김연경은 단순히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채 경기에 임했고 자신은 물론 팀 전체에 뚜렷한 동기부여와 투지까지 전염시켰다. 나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열광했으며, 개인적으로도 큰 용기를 얻었다.

요즘 무슨 일을 하든 기운이 펄펄 난다. 마음을 다잡으니 예전에는 힘들었던 일도 할 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른바 '노력병(?)'에 걸린 것 같다. 물론 이게 얼마나 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최대한 오래 갈 수 있게 습관화시키고 싶다. 더불어 최근의 나를 이렇게 만든 김연경 선수와 그녀의 어록에 감사를 표한다.

태그:#갓연경 어록, #연느님 어록, #김연경, #최선의 최선, #노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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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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