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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최초로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 의제를 놓고 장애계 내부에서는 의견들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탈시설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장애계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게 보완하라는 한편, 중증 및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 단체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권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인 흐름(UN의 권고)에서 볼 때, 탈시설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의제임은 저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을 받았다. 내용은 공감됐지만, 동의하지 않았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족벌 및 친분 운영의 상징물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복지제도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들의 애환과 탄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시설폐지를 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우리 아이가 중증발달장애인데, 어떻게 탈시설이 가능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는 국가의 책임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 UN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 -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2장 제10조 '국민의 권리와 의무'-

"시설 운영자는 시설 이용자의 사생활 및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 4, 3항 -

세계인권선언문, 헌법 등의 조항 앞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과 마주하게 됐다. 이 고민에 관해 단도직입적으로 '참'이라고 답하기 어렵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성장하면서 나 자신이 존엄하고 평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단지 시설의 시스템과 규율에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일까지 거론해가면서 혼이 났다.

삶의 행복은 대학에 진학해 배우고 경험하면서 알게 됐다. 그리고 친구들과 교수님으로부터 나의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존재 자체가 인권침해다. 어떤 시설들은 인권을 선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명제다. 단체 시설이라는 특성상 불가능하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한다. 기록자와 장애인의 관계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기록한다. 장애인으로 출생하고 무연고자 된 것도 억울한데,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사회복지사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규정되며 정의된다.
 
나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신한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사회복지사 선서문 -
 
장애인 거주시설의 이용자로서 일부 사회복지사는 선서문과 같이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장애인은 돈벌이 수단일지도 모른다. 보호자가 있어 시설에 매달 돈 내는 장애인에게는 함부로 못 하지만, 무연고 장애인에게는 함부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무연고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 죄가 아닌데 말이다.

참 씁쓸하고 외롭다. 어떤 사람들은 힘들거나 슬플 때 '엄마'라고 하면서 운다. 하지만 무연고 시설거주 장애인에게는 어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사회복지사들은 많지만, 장애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이는 소수였다.

이제는 명분도 모른 채 장애인 거주시설에 수용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당한 장애인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다. 그것이 시설 소규모화 또는 점진적 탈시설이 아닌, '급진적 탈시설'이다. 그리고 인권과 다양성이라는 담론이 현대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사유된다는 맥락에서 볼 때,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은 존립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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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뇌성마비 등 중도 · 중복장애에 관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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