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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1년 된 달리는 가족에게 생일을 축하받고 있다.
▲ 생일케이크모자 쓴 달리 태어난지 1년 된 달리는 가족에게 생일을 축하받고 있다.
ⓒ 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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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생일선물이 현금이라니

2020년 8월 6일에 태어난 우리 달리는 지난 6일 태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조부모님에 엄마, 달리, 나까지 이렇게 다섯 식구가 한 지붕에 산다. 털 날린다고 동물을 싫어하는 할아버지를 빼고 우리끼리 거실에서 달리 생일파티를 했다. 나에겐 남동생이다. 실제로 엄마는 아들 대하듯, 할머니는 손주 대하듯 하신다.

첫 생일파티라고 나도 신이 나 강아지용 케이크를 주문하고 장난감 선물도 따로 챙겼다. 엄마 역시 예쁜 달리 사진을 남기자며 생일 케이크 모자를 구매했다. 내가 케이크에 초를 붙이는 동안 달리가 입에 봉투를 물고 다가왔다. 나는 달리가 입에 뭘 물었냐고 물었다.

"달리 생일이라 만 원 넣었어."

할머니의 한 마디에 엄마와 내가 놀랐다. 아니, 물론 엄마와 나도 강아지 취급보단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대하지만 할머니는 진짜 손주인 양 생일이라고 용돈까지 주시다니. 달리 통장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손주 같은 달리 생일에 할머니가 현금을 선물하셨다.
▲ 달리와 돈봉투 손주 같은 달리 생일에 할머니가 현금을 선물하셨다.
ⓒ 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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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의 동거견

나는 아직은 만으로 20대라고 하고 다닌다. 어쩌면 이미 결혼해서 진짜 손주를 봤어야 하는 나이일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우리 가족은 결혼을 재촉하기보단 내 의사를 존중해 준다. 그런 와중에 달리를 집에 데려온 것은 더 없는 축복이다. 점점 늙어가는 우리 가족에게 달리는 달리만의 개인기와 애교로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할머니는 요새 집에 어린 게 돌아다니니 기분이 좋다는 말을 달고 사신다. 나는 달리 생일 일주일 전부터 진짜 내 자식이 생일인 듯 여기저기 자랑했다. 개인 SNS 채널에는 달리 생일파티 초대장도 올려놨다. 그러자 17년째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가 이렇게 반응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달라졌네. 우리 메롱이는 2005년부터 키웠지만 언제 태어난 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그때는 진짜 말 그대로 '개'였지."

엄밀히 따지면 달리가 나에게 첫 반려견은 아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삼촌이 차도에서 비를 맞으며 덜덜 떨고 있는 개를 우리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 내가 하도 동물을 좋아하고 외동이니 동생처럼 키우라고 데려온 것이다. 어린 마음에 뒤엉킨 털들로 꼬질꼬질해서 첫인상은 별로였다. 씻기고 미용을 하니 훤칠하니 잘생겨서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

같이 산책을 가기도 하고 훈련을 시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유기된 아픔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우리 가족과 겉돌았다. 결국 삼촌이 데려가 키우기로 했다. 첫 '개'인 로리와의 '동거'는 1년 정도로 그렇게 끝났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당시에는 '가족', '반려견'보다는 말 그대로 '개'에 가까웠다. 

로리를 키울 때는 산책을 나가기 위해서도 눈치 볼 게 많았다. 아니, 사실 눈치 보느라 산책을 거의 못 가긴 했다. 그때는 요크셔테리어나 시추 같은 작은 개를 집 안에서만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로리는 중형견이면서 사냥개인 코카스파니엘이어서 활동량이 많아 가끔 산책을 나가야 했다. 당시 이 정도 크기의 개가 밖에 돌아다니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개가 더 많았다. 사료와 간식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개 생일파티는 정말 상상도 못하던 때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집 안에서 개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실 정도였다. 개는 밖에서 집이나 지켜야 한다고. 사람이 남긴 밥을 먹는 더러운 마당개의 인식이 남아있었다.

그런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나도 로리는 가족이라기보다 사람과는 분리된 존재라고 느꼈다. 어쩌면 반려견보다는 집에 같이 살기만 하는 동거견에 가까웠는지 모른다.
 
달리와 함께 갈 수 있는 카페가 점점 많아진다.
▲ 달리와 카페 브런치 달리와 함께 갈 수 있는 카페가 점점 많아진다.
ⓒ 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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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서 '반려견'으로

법무부는 지난 7월 19일 민법 98조의 2(동물의 법적 지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동물은 현행 민법 98조에 따라 '유체물'에 해당하는 물건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커진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학대 당해도 피의자에게 형법상 '재물손괴죄'만 적용됐던 시대는 가라.

농림축산식품부의 '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국 2238만 가구 중 591만 가구 수준이다. 양육 비율은 개(495만 가구, 598만 마리)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동물등록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 25.3%였던 것에 비해 2019년에는 67.3%였다. 이 통계만 봐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도 늘었지만 끝까지 책임지려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히 로리 때와는 다르다. '애견 동반'이 붙은 식당, 카페, 펜션, 호텔이 늘었다. 각 업체에서 요구하는 규정만 잘 지키면 달리와 함께 나가서 티타임을 즐기고 수영도 한다. 스마트폰이 생기고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같이 추억을 남기기도 용이하다.

지금은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면 '개판'일 때가 많다. 각양각색의 반려견들이 나와있다. 이제는 나가면 예쁜 옷을 입은 개를 안고 산책하는 할아버지, 강아지유모차에 탄 개를 밀고 가시는 할머니, 아이와 공놀이를 하고 있는 개 등의 장면이 흔하게 보인다. 이젠 '개'가 아니라 '반려견', 더 나아가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 추후에 제 개인 네이버블로그, 브런치 및 한국잡지교육원 카페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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