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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보다 전국체전이 더 어려운 양궁이라고 하는데, 전국체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전국체전 개인전 우승을 지금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4일 여자양궁 안산 선수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 중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도 아니고 전국체전이라니. 도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안산 선수는 이렇게 차기 목표를 통해 여자 단체전 8연패의 전무후무한 위엄을 재확인했다. 스무 살 답지않은 차분함을 자랑했던 안산 선수는 "경기가 남은 선수들에게도 희망찬 응원 메시지"를 요청하는 한편 "양궁 많이 사랑해주십시오"란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편 남자 양궁 2관왕의 김제덕 선수는 5일 JTBC <뉴스룸>과 한 인터뷰에서 응원을 받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 위키미키에 있는 아이오아이 소속이었던 최유정님한테 파이팅이라는 메시지와 말을 한 번 또 듣고 싶습니다"라며 고등학생다운 해맑음으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줬다.

또 지난 터키와의 8강전에서 짜릿한 승리로 국민에게 청량감과 감동을 전했던 여자배구 김연경 선수는 6일 '세계 2위' 브라질과의 4강 전을 앞두고 "9년 전 런던의 노메달 한을 이번에 풀겠다", "목에 피가 나도록 뛰겠다"고 각오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안산 선수부터 김연경 선수까지. 3관왕부터 4강전에 진출한 단체 경기 에이스 모두 코로나19와 폭염으로 시름하는 국민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확인한 것이 있다면 선수와 국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메달 색깔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개인 종목이나 단체전 상관없이 메달 색깔이나 순위에 상관없이 자기 기록을 경신하고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대다수 국민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명장면들을 보고 또 공유했다.
 
2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탁구 단체 16강 폴란드와의 단식 두번째 경기. 한국 신유빈이 바요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 신유빈 "집중" 2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탁구 단체 16강 폴란드와의 단식 두번째 경기. 한국 신유빈이 바요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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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언급량만 봐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개막일인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13일간 총 5천만 건의 트위터 중 관심이 집중됐던 안산 선수, 김연경 선수 등을 제외하면 트위터에 언급된 태권도의 이대훈, 기계체조 여서정, 수영 황선우, 탁구 신유빈 선수도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다. 

선수들도 확실히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안산‧김제덕 선수 같은 10·20세대 선수들은 DNA가 달랐다. 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국가주의나 성적지상주의와 같은 구시대 유물에서 확실히 자유로운 듯 보였다.

신유빈 선수는 귀국 후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고, 다른 선수들도 각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노메달에 그쳤더라도 당당하게 인터뷰에 임한 선수가 다수였다. 적지 않은 매체들이 MZ 세대의 당당함에 주목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데, 유독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언론이었다.

MBC만의 문제였을까

출발은 MBC였다. MBC는 역대급 올림픽 중계 참사로 국제적 망신을 산 끝에 박성제 사장이 직접 고개 숙여 사과에 나서야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잇따른 자막 실수와 중계진의 가벼운 언사가 지적을 받으며 도쿄올림픽 중반까지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보도참사는 과연 MBC에 국한한 문제였을까.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로이터를 필두로 주요 외신이 일부 남성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안산 선수에 대한 성차별적 온라인 폭력(Online abuse)을 보도했고, 이 역시 국제적 망신이란 평가와 자성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일부 매체들은 이러한 명백한 온라인 폭력을 '젠더 갈등', '여혐 논란' 등 기존 타성에 젖은 표현을 앞세워 보도해 비난을 자처했다. 또 어떤 매체는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넘어 해당 온라인 폭력의 내용 및 표현을 기사 속에 고스란히 전달,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지난달 31일 한 기자가 남자 양궁 개인전 8강전에서 대만 당즈준 선수에게 4-6으로 패한 김우진 선수와 인터뷰하던 도중 "충격적인 결과다"라고 운을 뗀 것도 입길에 올랐다.

아무리 우리가 양궁 종목 세계 최강이라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를 마친 끝에 패배한 선수에게 "충격" 운운한 것 자체가 실례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반면 김우진 선수가 이에 내놓은 답변은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걸작'과도 같았다.

"충격인가요. 그렇게 속상한 단어를 쓰시면, 저도 슬픈데요.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스포츠는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준비한 걸 다 펼치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니까요. 경기도 끝났고, 어차피 지난 일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좋은 생각을 하려고요. 기분은 좋습니다." 
 
올림픽 양궁대표팀 김우진이 28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개인전 64강에서 헝가리의 머처시 러슬로 벌로그흐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김우진은 6-0(27-26 27-25 29-25)으로 이겨 32강에 진출했다. 2021.7.28
▲ [올림픽] 조준하는 김우진 올림픽 양궁대표팀 김우진이 28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개인전 64강에서 헝가리의 머처시 러슬로 벌로그흐를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 김우진은 6-0(27-26 27-25 29-25)으로 이겨 32강에 진출했다. 2021.7.2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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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여전한 성적지상주의는 지난달 26일 유도 남자 73kg급 3, 4위전을 중계하던 MBC 해설진의 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일동포 3세인 유도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한 직후 MBC 해설진은 "우리가 원했던 색깔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말해 생중계를 지켜 본 시청자들로부터 실시간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인기 종목 위주의 방송 중계 역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지상파 3사 4개 채널 중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한 여자배구 한일전을 생중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방송사가 '올인'한 남자 축구와 야구는 나란히 패했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관성적인 편성 집중에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 사이트로 여자배구 한일전을 시청한 시청자들의 원성이 쌓인 것은 물론이었다.

타성과 관행은 현재진행형

어떤가. 명확하게 대비되지 않은가.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나 그 활약에 버금가는 태도 및 자세, 또 성숙하고 달라진 시민과 시청자들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올림픽 보도의 현재가 말이다. 

<여명숙 "안산, 페미인지 아닌지 답만하면 된다"> (5일 조선일보)
<안산 '사이버 테러'에 여명숙 "페미인지 아닌지, 한마디만 하면 된다"> (5일 MBN)
<'안산 논란'에 여명숙 "페미인지 아닌지 답하면 된다"> (5일 세계일보)


이렇게 주요 언론 및 종편이 올림픽과 하등 관계없는 인사에게 스피커를 쥐여주며 남성 커뮤니티 발 혐오 표현 및 차별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마치 각 언론사 온라인팀이 '젠더 이슈'를 '클릭 장사'의 일등공신으로 취급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입증하는 듯한 보도행태가 아닐 수 없다.

또 6일 4강전을 앞둔 브라질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주 공격수가 도핑 테스트에 적발됐다는 소식에 '호재'란 보도가 줄을 이었다. <매일경제>의 경우 <김연경 결승 진출 호재되나... 브라질 공격수 도핑 적발>란 괴이한 제목을 뽑았다. 이 같은 보도에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여자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과한 호들갑이란 지적이 잇따를 수밖에 없었다.

MBC가 자백한 꼴이 된 우리 방송사들의 올림픽‧스포츠 중계 시 관행과 타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여전한 시청률 경쟁 및 클릭 장사에 매몰된 언론이 국민과 시청자의 높아진 인권‧젠더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선수들은,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중인데 유독 'NEWS'를 다루는 언론인들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 안타깝다. 이번 올림픽 보도가 유독 낮은 국민들의 언론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 건 아닌지도 의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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