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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개그."

현재 회사에서 두고두고 제 발목을 잡는 한 줄의 문장입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수없이 쏟아지는 이력서들 사이에서 이렇게라도 인사담당자 눈에 띄고 싶었고, 이렇게 하면 회사 생활이 조금이라도 재미있어질까 싶어서 입사지원서에 있는 취미란에 '개그'라고 썼습니다.

입사가 결정이 된 이후로 제삼자가 제삼자에게 저를 소개할 때 '취미가 개그'라는 말이 늘 따라다녔고, 회식 자리에서는 개그를 해보라는 상사들의 주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취미를 그냥 독서로 쓸 걸 그랬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인 사람들을 개의치 않고 책을 읽어보라고 시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중요한 건 개그가 취미일 뿐 특기는 아니라 재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고 비난을 받으면 본전, 그냥 무시당하면 의기소침해지고, 한 사람이라도 웃어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스스로 만족하는 개그, 그 당시에는 별로 재밌지 않더라도 잠자기 전 이불 덮고 누우면 문득 떠올라서 피식 웃으며 잠이 들 수 있는 개그를 하기 위해 계속 드립을 날리고자 합니다.

"웃기고 싶은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겼습니다."

'까르르르' 아이가 웃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힐링이 됩니다.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말과 행동에 진심으로 웃어주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든데-심지어 남편에게도 외면당하는 현실-아이는 내 눈을 보고 웃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고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500여 일 아이와 함께하며 '대체적으로'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상황을 몇 개 꼽아봅니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고,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 또한 어떤 때는 정색하며 웃지 않지만 정말 의외의 상황에서 웃기도 합니다.
 
아이가 웃는 얼굴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 언제봐도 기분 좋은 얼굴 아이가 웃는 얼굴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 도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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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웃기는 방법 12가지를 공유합니다.

01. 옹알이 따라 하기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한 이후로 재미있는 소리들을 많이 냅니다. 자신이 낸 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깔깔대며 웃습니다. 실제로 부모가 자신과 같은 소리를 내며 반응하면 아이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게다가 언어 발달을 돕는 언어 자극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02. 까꿍놀이하기
요즘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놀이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엄빠가 까꿍 하는 걸 보며 좋아하다가 이제는 본인 스스로 까꿍놀이를 합니다. 보행기를 타거나 기어서 숨바꼭질을 하며 까꿍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물건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소리에 맞춰 얼굴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 사이의 묘한 긴장감 또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03. 의외성 주기
주로 까꿍놀이를 할 때 의외성을 주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까꿍을 반복하다가 까꿍과 까꿍 사이의 시간차를 늘이거나 좁혀가며 의외성을 줍니다. 까꿍 목소리의 높낮이, 까꿍 할 때의 표정도 바꾸면 까꿍놀이의 재미가 더해집니다. 아이도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보이거나 소리가 들릴 때 살짝 놀라면서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숨바꼭질을 할 때에도 매번 숨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서 숨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예상했던 곳에서 엄빠를 찾다가 의외의 장소에서 엄빠가 까꿍 하고 나타나면 예외 없이 웃습니다. 집에서 숨을 장소가 한정되어있다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04. 아이가 좋아하는 의성어 찾기
개, 닭, 말, 돼지, 호랑이, 개구리, 양, 소에서부터 난이도가 높은 원숭이, 코끼리, 고래, 수달 소리 등 동물 소리를 좋아합니다. 동물 소리는 매운 맛 버전, 순한 맛 버전으로 나누어 소리를 냅니다. 매운 맛 버전은 실제 울음소리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글자로 표현하기 힘들죠. 순한 맛은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는 멍멍, 꼬끼오, 꿀꿀, 어흥, 개굴, 매에, 음매 같은 소리입니다. 똑딱똑딱하는 시계 소리, 쿵쿵 북소리, 박수소리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아이를 웃기기 위해 더 다양한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05. 부르르 소리내기
소리 중에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바람을 불어 부르르 소리를 내는 걸 아이가 의외로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조금 어릴 때에는 혓바닥을 굴리며 또르르르 하는 소리에 울다가도 그쳤는데, 이젠 부르르르 소리를 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는 이내 웃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같이 부르르르 소리를 내며 함께 한바탕 웃는 그 시간이 소소하지만 참 행복합니다. 

06. 맛있는 음식 주기
뭐든 잘 먹는 아이는 맛있는 음식을 주면 환하게 웃으며 먹습니다. 먹으면서도 너무 행복한지 흐흐 흐흐흐 소리를 내며 웃더라고요. 처음으로 과일 퓌레를 먹을 때 그렇게 웃더군요. 요즘에는 사과, 귤, 토마토, 포도 등 새콤달콤한 과일을 먹을 때면 어김없이 웃습니다.

07. 우스운 표정 짓기
아이를 웃기기 위해서는 엄빠가 기꺼이 망가져야 합니다. 눈코입을 모두 모았다가 다 펴는(잉?) 표정, 눈코입을 모두 위로 올리는(잉??) 표정, 역시 모두 아래로 내리는(잉???) 표정 등. 아이 앞에서 얼굴 스트레칭을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제 표정을 본 남편이 한 마디 하더군요.

"아이가 왜 웃는지 알겠다. 어떻게 저 표정을 보고 안 웃을 수 있겠냐. 근데 난 안 볼래."

08. 노래 부르며 몸 움직이기
이쯤 되면 아이 앞에서 생쇼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아이가 웃는다면 뭔들 못하겠냐 싶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노래에 맞춰서 적당히 춤을 춥니다. 아이도 함께 손을 흔들며 웃습니다. 사실, '저건 뭐지?'하는 표정으로 쳐다볼 때가 더 많습니다.

09. 아이가 좋아하는 것 찾기
아이마다 좋아하는 게 다 다릅니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을 잘 눈여겨보고 기억해놨다가 그 포인트를 만져주면 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공놀이를 좋아하는데 요즘엔 볼풀에 있는 공을 밖으로 던지는 놀이를 즐겨합니다. 아이가 공을 던질 때 오버액션으로 받아주고 다시 볼풀 안으로 던져주며 서로 주고받는 놀이를 하면 아이는 예외 없이 웃으며 즐거워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아야겠죠?

10. 간지럼 태우기
위에서 말한 아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건드려주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몸의 포인트를 찾는 거죠. 베이비 마사지를 해주다가 아이가 간지럼을 타는 부위를 찾게 되고 그곳을 간지럽히며 깔깔대며 함께 웃습니다. 다만,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아이가 괴로워할 수도 있겠죠?

11. 기분 좋을 때 기분 좋게 놀아주기
위에서 공유한 10가지 항목 모두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들입니다. 보통 잠을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맘마를 맛있게 먹은 후에 아이의 기분이 좋죠? 그때를 잘 활용하면 아이와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12. 엄마가 먼저 즐거워지기
당연하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엄마가 편안하고 즐거울 때 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에너지 넘치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체력이 떨어지면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안 좋아집니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요. 재미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아이와 함께 많이 웃기 위해서는 먼저 체력을 길러야겠죠?

아이가 말을 하고, 초등학교에 가고, 대학생이 되고, 아빠가 되어서도 엄마를 떠올릴 때 '우리 엄마는 재미있는 엄마야'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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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후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어진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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