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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의 4학년 단톡방에서 투표가 있었습니다. 대면 수업 철회를 학교 당국에 요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철회를 찬성하는 쪽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아마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대면 수업이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겠죠.

사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비대면 수업이 어려운 일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사람이다 보니, 줌(Zoom)을 통해 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일이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비대면 수업이 익숙해진 건, 여전히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어서, 이제 대면-비대면을 선택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 
 
이제 비대면 수업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분명히 있다.
 이제 비대면 수업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분명히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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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시사인>은 '1년의 교육 공백 100년짜리 빚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이 아이들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학교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에 대해 사실상의 사회적 합의를 해버렸다는 비판은 새겨들을 만합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의 문을 닫아버린 건 괜찮을까. 대학은 그저 어떻게든 수업을 들을 수만 있으면 된 걸까. 물론 대학과 초중고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도 대면 수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비대면 수업에 찬성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대학'과 '낭만'이라는 단어가 서로 붙어 다니던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났지만,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건 저나 여러분이나 같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에 가서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해보겠다고 메모하며 1년간의 재수 생활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무엇을 기대하면서 수험 생활을 버틸까 싶네요.

제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회도 하고, 학술제도 하고, 밴드 동아리에서 난생처음 공연도 해보고, 대학 축제에 출연한 래퍼들도 보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한때 '학생사회'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은 대면 시험 때문에 몇 개월에 한 번씩 학교를 가는 게 전부입니다. 모일 수 없으니, '대학 생활'이란 이렇게 쉽게 바스러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네요.

이제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제 대학의 역할도, 대학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이제 대학의 역할도, 대학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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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대면 상황을 잘 활용하여 이 난국을 타개해나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비대면이라는 악조건에도 서로 소통하고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익숙해져만 가는 제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더 슬픈 건 20, 21학번 여러분들이 이런 대학 생활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책임 소재가 분명하면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일텐데 말이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 상황에서 대학의 역할도, 대학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여러분들의 대학 생활을 응원한다는 말도 기만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라는 뻔한 얘기밖에 할 수 없네요.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라던 이적의 노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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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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