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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감염으로 악수할 기회가 없어졌지만, 이 팬데믹 시대가 막을 내리고 예전과 같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게 된다면 또다시 악수는 필수적인 인사 방법이 되지 않을까. 

나는 외국에서 교편을 잡고 있기 때문에, 매년 다른 국가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한다.  

인사하는 방법에 있어 아무래도 나는 아시아 사람들과의 교류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가능한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몇 년 전,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학회의 학술대회가 미국에서 열렸는데 아무래도 '영어'라는 장애물은 나를 매우 긴장시켰다. 비행기를 타서도 계속 발표문을 연습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내 옆에는 미국인으로 보이는 노신사가 앉아있었는데, 비행기가 이륙한 지 조금 지나서 말을 걸기 시작한다. 

'미국은 왜 가느냐'라고. 그냥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가, 사실은 학회 발표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 노신사,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연구자냐고 물어본다. 어떤 종류의 연구를 하냐고. 자신도 연구자라면서.

알고 보니, 이 노신사, 미국에서 꽤 유명한 사회학자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다.  

구글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고, 저술한 책, 논문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떤 발표를 하냐고 물어보시길래,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발표문을 보여드렸다. 

내 연구가 그분의 연구 영역과 비슷하기도 해서인지, 많은 충고를 해 주셨는데, 그중 생각나는 충고는 연구 영역이 아니라, 내 행동에 관한 충고이다. 

아무래도 미국 사람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 내 위안을 하면서 혹은 변명을 하듯 "저는 영어를 잘 못해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던 것 같다.

그 노교수, '미국 학회에 가면 절대 영어 못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신다. '네가 외국인인 건 다 알고 있고, 네가 준비한 것을 자신감 있게 발표하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고들. 요약하자면 이랬다. 

'당신이 굳이 사람들에게 영어 못한다는 말을 스스로 해서, 청중에게 다시 인식시켜 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면, 벌써 청중은 당신 발표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발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깨 딱~! 펴고, 발표에 집중해서 자신감 있게 발표해라. 그래야 사람들이 너의 발표에 더 집중할 것이다. 아무래도 아시아쪽 문화에서는, 잘해도 나서지 않고, 항상 겸손하게 보이는 것이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선 그렇지 않다.'

그러면서 '좋은 발표 준비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다. 행운을 빈다' 하시며, 악수를 청하신다.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한국, 일본에서 여자로서 악수할 일은 별로 없었고, 그래서 그냥 의미 없이, 머리를 조금 숙여가며(나이 많은 어른들과 악수할때 하는 것처럼) 슬쩍 악수를 하고, 손을 뺐다.

그러니 그 노교수님, 한참 뭔가를 생각하시더니 한마디 하신다.

"실례가 아니라면, 제가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네?"
"악수할 때는, 그렇게 하면 안돼요. 악수할 때는 상대방 눈을 보면서, 자신감 있게 상대방을 손을 꽉 쥐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이 당신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어요. 그렇게 손을 대는 둥 마는 둥, 미끄러지듯 마치 도망치듯 악수하면, 여기 사람들은 '이 사람 뭐지?'하면서 굉장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해요. 상대의 눈을 보고, 자신감 있게 손을 꽉 쥐세요."


문화가 이렇게 다르다. 만일, 내가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꽉 쥐고 악수를 한다면, 상대의 반응은 어떨까. '이거 뭐야? 나랑 싸우자는 거야? 건방지네..' 하지 않을까.

비행기 내에서 그 노교수님께 여러 충고를 들은 후, 학회에 참가해서는 사람들과 인사할 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눈을 바라보며, 자신감 있게 행동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각 국의 학회 참가자들의 행동이 다르다는 게 눈에 띈다. 아시아 쪽과 유럽,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사람들의 행동은 역시나 확연히 다르다.

'악수' 하나를 봐도 이렇게 문화가 다른데, 이제까지 저마다 살아온 생활 양식이 다른 한 사회, 국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코로나로 이제 사람들과 악수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혹시 정상적인 생활이 돌아오고, 외국 바이어 또는 외국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은 사람들이라면, 악수라는 작은 행동도 대충 지나치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은 비행기에서 만난 그 노교수님이 생각 나는 날이다. 코로나로 혹시 영향을 받진 않으셨는지... 한번 이메일로 연락을 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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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상대성과 다양성, 해외 생활,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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