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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청소노동자, 유족 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발언하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에서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청소노동자, 유족 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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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지난 6월 26일 사망한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아무개씨의 남편 이홍구씨를 만나 사과했다. 이씨가 사망한 지 40일 만이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2일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고민 및 유족, 피해노동자 등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유족 및 기숙사 청소노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오 총장은 "이런 자리를 일찍 마련하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 조사가 진행된 후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진심어린 위로과 사과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타인에 대한 존중문화가 사회가 서울대에 바라는 것에 비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 내 노동조합이나 인권센터 등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멀리 있다고 느껴졌을 수 있으니 앞으로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숙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전체의 조직문화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포함해 전체 조직문화를 개선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관리자의 필기시험 실시와 복장 점검, 품평 등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대가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근로감독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50대 청소노동자였던 고인은 6월 26일 여학생 기숙사 925동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사망 원인이 심근경색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평소 200여 명 가까운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를 혼자 담당하며 화장실과 샤워장, 세탁실 등을 청소했고 매일 100L에 달하는 봉투를 이용해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도 치웠다. 

한편 학교측 관리자가 이씨를 포함한 청소노동자들에게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와 한자로 쓰게하는 시험을 보게 하는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켜 갑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편 이홍구씨 "학교 관계자, 조의금 돌려달라 하더라"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5일 서울대 사망노동자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앞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5일 서울대 사망노동자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앞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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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씨는 간담회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런 자리(간담회)가 조금 더 빨리 마련됐다면 저희 가정이 우격다짐으로 뭔가 얻어내려고 하는 불쌍한 사람들로 비치지 않았을 텐데 조사결과를 기다리느라 2차 가해의 아픔을 겪었다"면서 부인을 떠나보낸 후 경험한 일을 설명했다. 

"서울대 직원 중 한 명이 전화 와서 '조의금을 돌려 달라' 하더라. 눈앞이 깜깜하고 온몸이 덜덜 떨리더라.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상대에게 '왜 그러냐' 물었더니 '제가 싫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판단을 조금 더 빨리해줬다면 이렇게 편 가르는 상황 때문에 고통받을 일이 없었을 텐데. 조의금은 돌려드렸지만 저로서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픔을 주는 일이었다."

남편 이씨는 서울대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발생한 2차 가해에 대해 "(일부 교직원들이) 그렇게 말한 것은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중간관리자와 이들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교직원들의 판단이 흐려져서 그런 것 아니겠냐. 그분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은 이제 갖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남성현 서울대 기숙사 부관장은 기숙사 홈페이지에 "노조 쪽에서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직장내 갑질이 있었다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 전체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노조의 허위 주장이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같은 날인 10일 서울대 학생처장이었던 구교민 행정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SNS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라고 적었다. 이후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구 교수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낸 뒤 학생처장에서 사퇴했다.

이날 남편 이씨는 "우리(청소노동자)도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되고 싶다"면서 "현장 노동자와 행정직간 최소한의 예절과 존중이 있길 바란다. 자신을 비롯해 제 아내와 일했던 근로자들, 용기 내 증언했던 분들이 정년까지 어떤 불이익도 없이 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9년 부인과 함께 서울대에서 입사해 시설관리 노동자로 근무 중이다.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5일 서울대 사망노동자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앞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5일 서울대 사망노동자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앞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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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간담회 시작 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서울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인력 확충과 생활임금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세정 총장이 청소노동자 이씨가 사망한 지 38일 만에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형식적인 퍼포먼스가 아닌 인력 확충과 서울시 생활임금 지급 등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학교의 책임 인정과 사과 ▲산업재해 노사 공동조사단 구성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인사 전보 ▲2차 가해자 징계 ▲인력충원을 비롯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아 이날 오 총장에 직접 전달했다. 한 달이 못되는 기간 동안 312개 단체와 개인 8305명이 연서명에 동참했다.

태그:#서울대, #오세정, #청소노동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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