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포 영화의 화두는 무당인 것일까. 태국과 한국 합작의 <랑종>에 이어 이번엔 신인 감독의 패기가 돋보이는 한국 영화 <귀문>이 출격 대기 중이다. 흥미로운 건 4대째 세습무를 하고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무당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닌 심령 연구소장으로 등장한다.

<귀문>은 1990년 한 수련원에서 발생한 집단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해당 건물 보안 책임자가 이유 없이 원생들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해당 수련원을 찾는 사람들 또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무당 또한 귀신에 홀려 죽고, 그의 아들 도진(김강우)이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사건 발생 후 십수 년이 지난 현재에 살고 있는 도진과 1990년 이후 몇 년이 지나 고스트 스팟을 찾아온 대학생 무리,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과거의 문을 열고 들어온 도진의 시점이다. 제목처럼 귀문은 귀신들이 통하는 문을 뜻하는데 도진은 주술을 통해 이 귀문을 넘나드는 능력이 있다. 귀신을 따라 과거로 들어가 대학생 무리를 만나며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설정이 눈에 띈다.

그 설정이라는 게 온전히 공포 장르에 부합하는 건 아니다. 연쇄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선 스릴러 장르 요소가 느껴지고, 혜영(김소혜), 태훈(이정형), 원재(홍진기)가 수련원을 찾았다가 갖가지 기이한 일을 겪는 지점에선 클래식한 공포 장르 요소가 느껴진다. 이번 영화로 상업 영화 연출에 데뷔한 심덕근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다. 스릴러와 공포의 적당한 줄타기로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게 감독의 변이었다.
      
다만 오롯이 공포감을 기대했던 관객들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 갑자기 놀라게 하거나 음산한 사운드 효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을 제법 피하면서 <귀문>은 캐릭터와 폐쇄 공간의 정서로 공포감을 자극한다. 일부 관객에겐 이 지점이 아쉬울 여지도 있다. 또한 폐수련원이라는 공간적 특징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 여관인지 혹은 호텔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실제 폐건물을 어렵게 섭외해 촬영했다고 하는데 공간적 특색을 좀 더 부여했으면 어떨까 싶다.

대학생들의 존재를 인식한 뒤 사건 추적에 혼선을 겪는 도진의 시점도 일부 관객에겐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경비원이 정말 범인이었는지 또다른 존재가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대학생들은 일방적인 피해자였는지 여러 의문을 던지며 얼개를 만들었는데 조금은 정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몇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귀문>은 올여름 극장가를 수놓을 장르 영화로써 손색없어 보인다. 또한 제작 단계부터 4DX와 스크린X 방식을 접목한만큼 해당 관람관에서 우선 감상을 권한다. 신작 한국 상업영화 자체가 귀한 요즘인 만큼 충분히 즐겨보자.

한줄평: 감독의 고민과 개성이 느껴지는 장르 영화
평점: ★★★☆ (3.5/5)  
 

영화 <귀문> 관련 정보

감독: 심덕근 출연: 김강우,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 외 영제: GUIMOON: The Lightless Door 제공 및 배급: CJ CGV㈜ 제작: ㈜고스트픽처스 공동제작: 주피터필름㈜ 상영시간: 2D - 85분 / 특별포맷 - 8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