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생긴 새로운 더비 매치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두 팀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1923일밖에 안 됐지만 2부리그에서 올라온 승격 팀 수원 FC가 처음으로 K리그 1 챔피언 전북 현대를 이긴 것이다.

오래된 성곽의 도시 수원과 전주를 연고지로 한 두 팀은 이제 겨우 K리그 공식 게임에서 다섯 번밖에 만난 적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2021 시즌 순위 싸움 속 다른 팀들을 모두 긴장하게 만드는 내용과 결과를 만들었다.

김도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4일(수) 오후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브라질 출신의 골잡이 타르델리 바로스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6위(30점 8승 6무 8패 32득점 35실점)로 뛰어올랐다.

수원 FC, 후반전 교체 카드 적중

구단 엠블럼에 수원 화성(장안문, 팔달문)의 상징을 새겨넣은 수원 FC와 홈 구장의 별칭 '전주성'으로 널리 알려진 전북 현대가 잔디 공사를 위해 한동안 문을 닫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관중들이 찾아올 수 없는 게임이었지만 그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홈 팀 수원 FC는 12개의 슛 기록 중 6개를 유효슛으로 날렸고 그 중에서 귀중한 결승골을 멋지게 뽑아냈다. 어웨이 팀 전북 현대는 9개의 슛 기록 중 5개를 유효슛으로 날렸지만 끝내 수원성을 뚫지 못했다. 2016년 4월 30일 처음 만나서 전북 현대가 3-1로 수원 FC를 이기면서 시작된 인연이 이번으로 다섯 번째 이어졌지만 수원 FC가 2무 2패의 불편한 기억을 지워버리는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이정수 코치를 데려온 수원 FC의 수비벽이 그들의 성을 상징하듯 든든하게 버텨주었다. 특히, 골문을 지킨 베테랑 골키퍼 유현의 슈퍼 세이브 활약이 눈부셨다. 전북 현대의 후반전 공격이 유독 날카로웠지만 순발력 뛰어난 유현 골키퍼는 흔들리지 않았다.

46분, 오른쪽 풀백 이용의 좋은 패스를 받은 골잡이 구스타보가 부드러운 터닝 기술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유현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고, 그로부터 2분 뒤 왼쪽 풀백 박진성의 위력적인 왼발 중거리슛이 날아들었지만 유현이 크로스바 높이까지 점프하며 기막히게 쳐냈다.

수원성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아서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56분에 한꺼번에 네 선수(문선민, 이승기, 한교원, 일류첸코)를 들여보내 더 날카로운 공격 지시를 내렸다. 먼저 이승기가 두 차례나 선취골을 노리는 활약을 펼쳤다. 60분에 이승기가 오른발로 찬 직접 프리킥은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오른쪽 기둥을 때렸고, 곧바로 1분 뒤 이승기의 오른발 감아차기 슛까지 이어졌지만 수원성을 지키는 유현은 이 궤적을 예상한듯 자기 왼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잡아냈다.

72분에도 전북의 교체 카드 두 선수가 날카로운 슛을 연거푸 시도했지만 유현 골키퍼 앞에서 공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천 상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문선민이 오른발로 낮게 찬 슛을 유현이 바로 잡아내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뜨렸을 때 리그 득점 3위 일류첸코(9골)가 달려들어 오른발 밀어넣기를 시도했지만 유현 골키퍼는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막아냈다.

이처럼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유현 골키퍼 덕분에 넘긴 홈 팀 수원 FC는 80분에 짜릿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 골을 합작한 두 선수도 교체 멤버였으니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 가운데 미드필더 이영재가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공을 잡은 교체 선수 한승규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쪽에서 이 크로스 궤적을 믿고 기다린 타르델리 바로스가 몸을 날리며 헤더 슛을 꽂아넣었다. 

태국 프로축구 득점왕 출신의 타르델리는 이 결승골로 K리그 이적 후 3게임만에 자신의 득점 능력을 입증했고, 이 골을 도운 임대 선수 한승규는 원 소속 팀 전북 현대를 울리고 말았다. 지난 해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수원 FC 골잡이 라스 벨트비크는 비록 이 게임에서 추가골을 넣지 못했지만 종료 직전 두 차례나 놀라운 몸놀림으로 전 소속 팀 전북 현대의 골문을 충분히 위협하며 특별 제작한 핑크 유니폼을 더욱 아름답게 뽐냈다. 두 팀의 캐슬 더비는 이달 28일(토) 저녁에 전주성에서 한 번 더 열린다.

수원성을 잘 지켜낸 수원 FC는 지난 5월 29일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 3-2 승리부터 이번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 1-0 승리에 이르기까지 4연승(11득점 5실점) 휘파람을 불며 상위권을 충분히 넘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 승리를 거둔 상대 팀(1위 울산, 3위 전북, 4위 수원 블루윙즈) 순위를 감안하면 수원 FC의 상승세가 더 놀랍다.

이제 수원 FC(6위)는 일요일(8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 인천 유나이티드 FC(7위)와 어웨이 게임을 뛰는데 최근 연승 기록(수원 FC 4연승, 인천 유나이티드 FC 3연승)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을 가리게 된다. 전북 현대(3위)는 이틀밖에 쉬지 못하고 토요일(7일) 오후 7시 대구 FC(2위)를 전주성으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4일, 왼쪽이 홈 팀)

수원 FC 1-0 전북 현대 [득점 : 타르델리(80분,도움-한승규)]
- 수원 종합(무관중)

울산 현대 2-1 대구 FC [득점 : 힌터제어(43분,PK), 이동준(78분,도움-원두재) / 정태욱(45+3분,도움-세징야)]
- 울산 문수(관중 : 2127명)

포항 스틸러스 1-0 성남 FC [득점 : 권기표(72분,도움-고영준)]
- 포항 스틸야드(관중 : 978명)

◇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2게임 41점 11승 8무 3패 34득점 23실점 +11
2 대구 FC 21게임 34점 9승 7무 5패 26득점 23실점 +3
3 전북 현대 19게임 33점 9승 6무 4패 34득점 20실점 +14
4 수원 블루윙즈 22게임 33점 9승 6무 7패 31득점 25실점 +6
5 포항 스틸러스 21게임 31점 8승 7무 6패 22득점 22실점 0
6 수원 FC 22게임 30점 8승 6무 8패 32득점 35실점 -3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1게임 29점 8승 5무 8패 26득점 31실점 -5
8 강원 FC 22게임 24점 5승 9무 8패 23득점 27실점 -4
9 제주 유나이티드 21게임 23점 4승 11무 6패 24득점 27실점 -3
10 FC 서울 20게임 21점 5승 6무 9패 18득점 23실점 -5
11 광주 FC 21게임 19점 5승 4무 12패 20득점 26실점 -6
12 성남 FC 20게임 19점 4승 7무 9패 18득점 26실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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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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