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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로 살기 어려운 시대다. 물가도 집값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월급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건강한 노동이 바보 같은 선택으로 조롱받는다. 열심히 노동한 대가를 아무리 모아도 제자리에 있던 아파트값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다. 주식이며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들이 자산을 몇 배씩 불리는 동안 제 노동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만 더 가난해지고 말았다.

'벼락거지'란 신조어엔 그저 열심히만 산 이들의 박탈감이 그대로 묻어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예금이며 적금을 넣었는데, 집값은 그새 수억 원이 올랐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사람의 노동으로 따라잡지 못하니 꿈은 사라지고 노동할 의욕도 바닥을 친다.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회가 보통의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서 가만히만 있다간 거지꼴을 못 면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벼락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돈이 있어야 할 곳에 있도록 해야만 한다.
 
책 표지
▲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책 표지
ⓒ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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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기 좋은 시대, 투자 실용서를 읽다

그러고 보면 투자하기 좋은 시대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각종 원자재에 가상자산까지 투자처가 널려 있다. 클릭 한 번에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의 주주가 될 수도 있다. 단일 종목은 물론 주식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식만이 아니다. 국제 금시세나 곡물시세에 투자할 수도 있고, 부동산이나 가상화폐에도 투자할 수 있다. 내 노동은 여기에 머무르지만, 내 돈은 자유롭게 이동해 이롭게 쓰일 수 있다.

당연한 게 아니다. 300년쯤 전이라고 생각해보자. 그 시절 가장 많은 직업인 소작농이었다고 치자. 봄이면 씨앗 뿌려 가을이면 추수한다. 세금과 지대를 내고 나서 저와 가족 먹일 것을 떼고 나야 처분할 수 있다. 운이 좋아 작물이 좀 남았다면 무얼 할 수 있을까. 작물을 장에 가져가 다른 무엇과 바꾸고, 송아지나 전답 따위를 사고, 집을 좀 더 키우고, 그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마저도 쉽지는 않겠지만.

금융과 투자는 인류 문명과 함께 급속히 발전했다.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이 시대 투자법에 대한 실전 지침서다. 비슷한 책이 쏟아지는 국면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으니 투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떠한지 짐작할만하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특징이라면 철저한 실용서란 점이다. 경제를 논하기보다 투자를 이야기하고, 역사보다는 흐름을 말한다. 요컨대 깊이 있는 분석을 수행하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읽고 따르게끔 집중하고 있다고 하겠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등을 망라했다. 원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자신의 투자기로 마무리까지 한다. 사이사이 충실한 근거를 들어 제 주장을 강화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평범한 독자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투자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위험부담이 큰 주식에만 투자하기보다는 달러와 채권 투자를 겸할 것을 권한다.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호황과 불황 모두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얼핏 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막 투자에 뛰어든 초보들에겐 유용한 지침일 수 있겠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투자입문서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경제에 기본지식이 있다거나, 투자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정보를 충분히 찾아본 이들에겐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거나 심도 있는 논의를 충분히 깊게 담아내진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소 원론적인 실용서이기에 투자 입문자에게 효과적일 듯하다.

일확천금 노리는 마음 급한 투자자에게

분명한 건 일확천금을 노리며 위험한 투자를 일삼는 이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시대에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벼락거지를 면하겠다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위험부담이 큰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신문 지면엔 등록금과 월세까지 가져다 주식투자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아내나 남편 몰라 투자를 했다 손실을 본 이들의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돈에도 역사가 있는지, 그 역사가 앞으로도 되풀이될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금융과 주식이 발명된 이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겠다. 네덜란드 튤립투기 사건과 미시시피 주식 거품 사건, 남해회사 버블 사건에서 보듯 위기에 고통받는 건 대단한 전업투자자들만이 아니었다. 투자자의 무지와 욕망은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잠시 멈춰 이 책 한 권쯤 읽고 가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 돈의 흐름을 읽는 눈

홍춘욱 (지은이), 포르체(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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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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