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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 수집일기 표지  책 표지
ⓒ 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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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아름다운 수집 일기>로 읽었다. '운'과 '움'은 받침 하나 차이일 뿐이지만 다시 제대로 <아름다움 수집 일기>로 읽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움'은 명사, '아름다운'은 형용사. 아름다움 자체를 수집하는 것과 수집하는 것의 아름다운 느낌이 전혀 다른 것처럼. 책 속에는 북코디네이터인 작가가 2020년 6월 한 달 동안 독서모임 멤버들과 매일 한 가지씩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것 찾기'를 진행하면서 찾아낸 '아름다움 수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움 수집 목록에는 27개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매일 일상에서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 속에 이렇게 다정하고 어여쁜 것들이 숨어 있다니. 매일 이렇게 아름다움 속에서 살고 있었다니.
 
'오늘도 내가 내가 사랑하는 '시들이 모여 사는 집'에 부지런히 시의 말들을 저축한다. 딸에게 줄 때까지 아껴만 두진 않을 거다. 나도 힘들 때마다 펼쳐봐서 내 손때가 묻은 유산으로 남겨 줄 것이다. 시를 필사할 때마다 부자 엄마가 된 것 같아 행복하다. 부디 이 노트를 펼칠 때마다 엄마의 사랑과 마주하기를. 내가 곁에 없어도 시의 언어로 충만하기를. p,48~49

시련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실패 없는 삶이 어디 있고, 슬픔을 경험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까. 시련과 실패 혹은 슬픔 앞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함을 갖는다는 건, 대단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 감사한 마음을 뿌리 삼아 계속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일일 거라는 걸 책을 읽으며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실감하고 있다. 그럴수록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대단해 보인다. 온갖 귀여운 것에 눈길이 사로잡히는 일도 점점 늘어난다. 작고, 사소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것이 일상에서 툭 튀어나와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순간, 귀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즐겁다.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 <나의 작고 귀여운 친구들> 중에서, p.28

마흔이 될 즈음 '마흔'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찾아 읽었다.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마흔'이라는 나이가 막상 되고 보니 서른과 서른아홉과 별다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스펙터클하게 일상이 흘러갈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새로운 삶이 뿅 하고 나타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흔인데?' '뭔가 좀 멋져야 되는 거 아냐?' 싶어 조바심이 났다. 어릴 때 '마흔'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쉰'이라는 나이는 이제 곧, 닥칠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작가는 '사춘기 보다 지독한 40대 질풍노도의 혼란을 뚫고 나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무렵 쉰'이 되었다고 했다. '50이라니 속절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했고 '50대를 야심 차게 시작하겠노라' 다짐도 했다고. 그리고 이젠 완연한 50대에 접어들어 '아름답고 힘찬 반전을 꿈꾼다'고 했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에 작가는 '작가가 쓰고 독자가 완성하는 책'이라고 적었다.

'하루하루 자신을 아껴주며 일상을 가꾸는 사람들 곁에 놓일 아름다운 책을 상상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한 조각의 아름다움이라도 제 것으로 삼아 함께 걷고, 함께 감탄하고, 함께 행복해하며 이 책을 좋은 짝으로 삼아줬으면 좋겠다'고.

책을 다 읽고 마음 가득 벅차올랐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배가 아프다며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 잠깐의 벅참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이를 붙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병원에 다녀오고 약을 먹이고 누룽지를 끓여 먹이고, 보리차를 한가득 끓이느라 오후의 절반을 보내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언니가 아픈 건 상관없이 자기랑 놀아달라 안기는 둘째에게 고운 말 대신 인상을 썼고 독서 모임 단톡방 알람이 반짝거려고, 읽으려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냥 잠깐이라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고 싶었다. 아주 잠깐 '아, 아무리 책이 아름다우면 뭐해. 일상이 이렇게 매일 고단한데' 싶기도 했다.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드는 비결도 단순하다. 쉴 새 없이 작고 사소한 행위들을 성의 있게 반복하는 것이다. 기다림을 시작하고, 기다림을 이어가고, 기다렸던 일을 맞으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상 속에서 작은 움직임들을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뭔가 근사해 보이고 큰 의미를 담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생존을 책임지며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일, 쓸고 닦고 치우는 일, 읽고 듣고 배우는 일, 내 몸을 돌보는 일, 모두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지금 여기서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업이 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그 일이 무의미해 보이고 지겨워질 때, 그 시간을 먼저 거쳐 간 사람들의 말은 힘이 될 것이다. - 에필로그 <50대로의 다정한 초대> 중에서, p.263

근데 안다. 이 고단함은 또 지나갈 거라는걸. 당장 약 먹고 좀 괜찮아졌다고 화알짝 웃는 아이 얼굴에 '저 정말 예쁘구나' 싶은 마음이 드니 말이다. 일상은 매일 흐르고, 매일 기쁨과 슬픔 사이를 오갈 거고, 어떤 날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절망'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땐 이 책 속에서 수집한 문장 하나를 떠올려야지. 어떤 하루라도 '오늘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낼 것'.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성자의 블로그에 함께 실립니다.


아름다움 수집 일기 -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

이화정 (지은이), 책구름(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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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불량 엄마로 기꺼이 살아갑니다. 불편한 일들에 대해 눈치보지 않고 이야기하려고 애씁니다. 책을 읽고 쓰는 일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책을 추천해드려요.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들을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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