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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고등법원이 4일 경찰 강압수사와 고문에 살인자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살았던 최인철(60), 장동익(63)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발생 31년 만의 일이다. 4일 부산고법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여성이 성폭행 남성에 저항한 "혀 절단 사건" 비슷하나 다른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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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부산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의 가해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여성단체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비슷한 사안인 '경남 김해 혀 절단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재심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기관 "혀 절단은 정당방위", 법원 "가해자 책임 무거워"

지난 2020년 7월 19일 오전 9시 28분. 30대 남성 A씨의 혀 일부가 20대 여성 B씨에 의해 잘려 나갔다. A씨는 중상해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A씨의 혀 절단은 B씨를 상대로 한 성범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되레 가해자로 몰린 B씨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였다"라고 맞섰다.

'중상해냐, 정당방위냐'. 자칫 논쟁으로 빠질 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가해 남성의 죄가 엄중하다고 결론지었다. 차량 블랙박스와 CC(폐쇄회로)TV에는 강간을 시도한 A씨의 범행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B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A씨는 청테이프와 피임도구 등을 사고, 황령산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A씨는 만취해 잠이 든 B씨를 차에서 청테이프로 결박한 채 강제로 키스했다. B씨는 본능적으로 A씨의 혀를 깨물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입을 때리고 상해를 입혔다.

이를 조사한 수사기관은 B씨의 행위를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A씨가 제기한 중상해 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혀를 깨문 B씨의 행위가 형법상 면책사유라고 봤고,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A씨에 대해 감금 및 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물어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사건 1년 만에 열린 지난 7월 1심 선고에서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염경호)는 A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방법이나 범행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은 또다시 재판장에 서야 하는 상황이다. 가해 남성인 A씨는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B씨와 계속 법적 다툼을 하겠다는 의도다.

여러 여성단체는 1심 결과를 반기면서도 다음 재판에서는 더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선화 부산여성회 대표는 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법적인 선례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여성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간치상 형량에 맞게 가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대표도 "응당한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자를 상대로 한 여성의 방어권을 인정한 사례"라며 "우리 사회의 성 인지 감수성이 그나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 씨가 6일 오후 56년 만에 부산지법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1964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4)씨가 56년 만인 2020년 5월 6일 오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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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최말자씨 사건, 지금이라도 재심해야"

그러면서 법원의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틀리다' 판단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는 56년 만에 재심청구서를 낸 최말자(75)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징역형을 받은 1964년 경남 김해 18세 여성의 사건은 이번 '황령산 혀 절단 사건'과 판박이다. 최씨의 사건은 정당방위를 다툰 대표적 판례로 형법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지난 1995년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법원 100년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법원은 이번 황령산 사건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방어권을 강조했으나, 수십 년 전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말자씨 사건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재심청구 기각 당시 부산지법 형사5부는 "오늘날과 같이 성별 간 평등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가치로 실제 받아들여졌다면 청구인을 감옥에 보내지도, 가해자로 낙인찍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끝내 청구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어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과거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황령산 혀 절단 사건' 선고로 다시 이 문제를 짚은 고 대표는 "지금도 여성을 강간하려던 사건이고 50여 년 전 최말자씨 사건 역시 동일하다"라며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르냐"고 법원의 지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재판부가 재심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지역 여성단체들의 연대체인 부산여성단체연합 석영미 대표 또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석 대표는 "최씨처럼 용기를 내서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이 있기에 이번과 같은 유죄 판결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씨 사건의) 재심을 통해 정당방위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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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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