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현진 통역사
 최현진 통역사
ⓒ 최현진

관련사진보기


"영어로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최현진 국제회의 통역사는 대학 시절 교수와의 면담 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통역사 출신 교수는 그에게 통번역대학원 입시 문제집을 건넸다. 하지만 최 통역사는 공부에 어려움을 느껴 대학원 진학을 접고 취업을 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오히려 통역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다.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통학시간을 아끼려 학교 앞 고시원에서 지냈다. 항상 열람실에 제일 먼저 들어가 맨 나중에 나왔다. 슬럼프가 찾아와도 통역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그는 '국제회의 통역전공'으로 졸업했다. 통번역대학원은 졸업시험 성적순으로 국제회의 통역전공(동시통역), 통번역전공(순차통역), 번역 전공으로 학위가 나뉜다. 국제회의 통역전공은 졸업시험에서 상위 2~3명에 들어야 한다.

올해 경력 12년 차인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국토해양부 영어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2012년까지 생명보험협회 동시통역사로 일하다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2016년 연합뉴스가 생중계한 미 대선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동시통역을 담당해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도 동시통역했다. 2018년에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동시통역했다.

6월 중순 줌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사의 말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2018년 CNH 포럼 때 방한한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자신을 'Out-hustle(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말한 거예요. 그는 CNN의 앵커가 되기까지 목숨 걸고 전장과 재난 현장을 다니며 보도했죠"라며 "열심히 노력했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앤더슨 쿠퍼의 뉴스로 통역을 공부한 저에게 그는 아이돌이기도 해요"라고 밝혔다. 

2017년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집 '대통령의 연설'을 번역했다. 생방송 통역, 대통령 통역, 책 집필. 통역사로서 꿈이었다.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계속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녀는 '고객들의 신뢰'라고 했다.

"중요하지 않은 회의란 없어요. 중요한 회의의 통역을 저에게 맡겨주신 분들의 믿음에 감사하며 책임감 있게 일합니다."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땐 문재인 대통령 동시통역을 맡았다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땐 문재인 대통령 동시통역을 맡았다
ⓒ 최현진

관련사진보기



많은 사람들이 최현진 통역사를 롤 모델이라고 말한다.

"한 여성 리더 인터뷰의 동시통역을 담당한 적이 있어요. 그녀는 '누군가는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사람들에게 통역사를 알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통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베일에 싸인 직업이었다. 사람들은 통역사에 대해 잘 몰랐다. 그녀는 통역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2015년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르치기도 한다. 통번역대학원과 교육 플랫폼에서 통역을 가르쳤고 최근까지 1:1 코칭을 했다. 직접 터득한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여러 조언을 해준다.

"지망생들이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통역사가 되어 통역 현장에 나타날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최현진 통역사
 최현진 통역사
ⓒ 최현진

관련사진보기

 
요즘엔 일반인을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녀에겐 두 살배기 아들이 있다. 아이는 그녀의 삶에서 큰 전환점이다. 아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통역 현장에서도 환경, 교육 분야 회의에 더 집중하게 됐다. '다음 세대'를 위한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좋은 것을 줄지 고민한다. 지난해 유아식 브랜드 '일루마'의 워킹맘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SNS에 육아 일상을 나눈다.

- 육아에 대해 고민하는 워킹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를 믿는 게 좋아요. 생각보다 아이는 마음이 넓어요. 엄마가 일할 때 기다려줄 수 있어요. 저는 일에 집중하고, 일하지 않을 때 짧더라도 아이와 양질의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또 육아를 병행하려면 건강과 체력을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그녀에게 좋은 리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티가 나요. 모두가 열심히 한다는 걸 알죠."

- 좌우명이 무엇인가요?
"Slow But Steadily(느리지만 꾸준히)입니다. 속도에 매이지 않고 한결같이 공부하고 일하려 해요. 그럼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해요."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지만 그녀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녀야 말로 'Out-hustle'이었다.

태그:#최현진, #동시통역사, #통역사, #국제회의통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벽하지 않아도 완주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