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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나는 일희 했고, 어제 나는 일비 했다". 아. 하루 단위로 일희일비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란 말인가. 10~20분 단위로 기쁨과 슬픔, 냉탕과 온탕,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게 육아의 현실이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보통 저녁 7시가 좀 넘고, 아이는 9시 전후로 잠자리에 든다. 아이는 오늘 2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생떼부리기와 대성통곡을 하는 사이클을 4번 돌았다.

- 베란다에 나가서 한참을 놀다가 이제는 들어가자고 했다고 생떼
- 목욕하면서 샤워기로 한참을 장난치다가 이제 그만하고 나가자고 했다고 생떼
- 바지 안 입겠다고 생떼
- 우유 먹다가 그냥 갑자기 생떼

불과 한두 달 전까지는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거나 떡뻥을 주면 떼 부리는 상황을 금방 모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방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아이가 조금 진정이 될 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줄 수밖에… 참고로 이 방법은 TV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께 배운 방법이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어 속상하지? 그런데 어쩔 수 없어. 네가 진정될 때까지 엄마가 옆에서 기다릴게" 하는 차원이다.

그리고는 잠들기 직전엔 '깔깔깔깔' 대는 웃음소리와 '아이 러브 유'라는 사랑 고백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가 다중이를 낳은 걸까?"

30분 단위로 바뀌는 아이의 감정만큼 나의 감정 또한 증폭되어 요동친다.

그러나 하루 종일 30분 단위로 생떼를 부리고는 결국엔 웃음과 사랑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한 아이처럼 나 또한 아이가 깔깔깔깔, 아이 러브 유 하는 목소리를 녹음해두고 틈날 때마다 들으며 히죽히죽 댄다.

이 정도면 다중이가 다중이를 낳았다고 봐야 하나?

아이를 키우는 건 9할이 비극이고 1할이 희극이며, 그 1할의 희극으로 나머지 9할의 비극을 이겨낸다고들 하는데 나 또한 예외는 아닌 듯하구나.

우리 집 어린 다중이는 1818 소리가 나는 18개월을 지나고 있다. 바나나를 통째로 주지 않고 먹기 좋게 잘라서 줬다고 생떼를 부리며 대성통곡하는 18개월 아가다.

중요한 건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주었는데 왜 몸을 뒤로 젖히며 짜증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 대성통곡으로 표출하는지 단번에 알 수가 없다는 거다.

말이라도 하면 원하는 게 뭔지 말로 물어보고 알아챌 텐데 18개월 아가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울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아가일 뿐이다.

과자, 주스, 다른 과일들 등등을 거쳐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자른 바나나가 아닌 손으로 들고 한입씩 베어 먹을 수 있는 원형 그대로의 바나나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고요 속의 외침을 하는 듯 아이는 엉엉 울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그걸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니... "그래, 다 엄마 잘못이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하며 혼이 쏙 빠져있다가도 바나나 한 입을 베어 물고는 아직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보며 씨익 웃는 아이의 그 모습에 나는 또 무장해제 되어버린다.

아이가 이 세상의 빛을 본지 고작 18개월이 되었는데 나는 그 사이 희와 비 사이를 얼마나 많이 왔다 갔다 했을까? 그리고 그때마다 '제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을까?

그런데 분명한 건 아이가 커갈수록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힘이 나고 기운 빠지고, 기분 좋고 걱정되고, 웃고 울고, 사랑스럽고 속 터지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상황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몸과 마음이 마구 널뛰게 되겠지?  

"마음껏 일희일비하자". 다중이 자녀들 둔 다중이 육아맘 앤 대디들이여. 육아를 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마음껏 일희일비하자.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온탕과 냉탕,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희와 비 사이의 간격도 좁아질 테고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줄어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겠지?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워킹맘, #육아에세이, #육아감정기복, #육아맘앤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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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후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어진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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