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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대장균 등의 세균 감염으로 혈중에 독소가 쌓이는 병이다. 쌓인 독소가 신장 사구체를 손상시키고, 사구체 손상으로 신부전이 온다. 증상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대장균으로 인한 설사와 혈변, 미세혈관 병성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급성 신부전.

많은 경우 깨끗하게 세척되지 않거나 제대로 익히지 않아 대장균, 이질균, 살모넬라균 등의 세균이 미처 다 죽지 않은 음식을 섭취할 때 병이 찾아온다. 불행히도 미취학 아동들과 노인들이 이 병의 주된 피해자다. 신체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병인 셈이다. 

이 병의 급성기 사망률은 5% 미만이지만, 급성기 후 5%의 환자는 투석을 해야 한다. 30% 정도는 만성 신장질환을 겪을 수도 있다. 증상은 수십년 뒤에 나타날 수도 있어서, 긴 시간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햄버거병'인 이유
 
 2019년 8월에 촬영된 사진으로,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새우버거의 패티가 덜 익혀진 모습이다.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위 사진은 맥도날드 근무자가 직접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8월에 촬영된 사진으로, 맥도날드에서 판매한 새우버거의 패티가 덜 익혀진 모습이다.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위 사진은 맥도날드 근무자가 직접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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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에는 이명이 있다. '햄버거병'. 사연은 다음과 같다. 1993년, 미국의 햄버거 체인 '잭 인 더 박스'에서 햄버거를 사 먹은 손님들이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했다. 워싱턴주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 아이다호주에서, 네바다주에서 잭 인 더 박스 73개 지점에서 햄버거를 사 먹은 아이들이 혈변을 봤고,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앓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워싱턴주립대 의대 소아내과 교수 필 타르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는 전염병학자인 존 고바야시 박사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은 환자들이 먹은 햄버거의 패티가 충분히 안 익혀졌을 것이라 추측했다.

추측은 사실이었다. 당시 잭 인 더 박스는 '몬스터버거'라는 메뉴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었는데, 쏟아지는 주문량을 감당해야했던 잭 인 더 박스의 주방은 몬스터버거의 패티를 충분히 익히지 않은 채 서빙했다.

궁지에 몰린 잭 인 더 박스의 경영진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의 원인을 패티를 납품한 업체에 돌렸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잭 인 더 박스는 버거를 조리할 때 최소 섭씨 68도 이상 온도에서 조리해야 하는 워싱턴 주법 대신, 섭씨 60도 이상에서 조리하라는 연방 표준을 따랐다. 

저 섭씨 8도의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68도 이상에선 대장균이 죽는다. 대장균 패티를 납품한 업체의 잘못도 있었겠지만, 만일 잭 인 더 박스가 규정대로 섭씨 8도만큼만 더 올려서 조리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 8도 때문에, 확인된 것만 732명이 아팠다. 대부분이 만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증세가 심했던 환자의 수는 171명이었다. 그중 45명이 어린아이였는데, 38명이 심각한 신장질환을 앓았으며 21명은 투석이 필요했다.

4명이 사망했다. 모두 어린아이들이었다. 만 6세의 로렌 베스 루돌프, 만 2세의 마이클 놀, 만 2세의 셀리나 슈립스, 그리고 만 17개월의 라일리 디트와일러.

이것이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햄버거병'이라는 이명을 얻게 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줬을 뿐인데, 아이들이 아팠으니까.

윤석열이 비유로 들고나온 햄버거
 
 매일경제와의 인터뷰 모습.
 윤석열 후보자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모습
ⓒ 유튜브 채널 "레이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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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매일경제>는 윤석열과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윤석열은 부친에게 밀튼 프리드먼의 책을 추천받고는 탐독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저의 부친이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권한 것은 종속이론, 케인지언, 그런데 원래 시장 경제 이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지 말라고 책을 권해주신 것이고, 제가 거기에 굉장히 감명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제 기억에는 2006년 중수부 연구관 할 때까지 그 책을 갖고 다녔다. 상부에서 단속 지시가 대검 각 부서 통해 일선 청으로 나온다. 프리드먼 책을 보면 거기에 나온다. '이런 거 단속하면 안 된다.' 

단속이란 건 퀄리티를 기준을 딱 잘라줘서 이거보다 떨어지는 건 형사적으로 단속하라는 건데, 프리드먼은 그거보다 더 아래도 완전히 정말 먹으면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건 몰라도, 이런 부정식품이라고 그러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이렇게 올려놓으면, 예를 들면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되는데, 50전짜리 팔면서 위생 퀄리티를 5불짜리로 맞춰두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거다. 

미국의 FDA 의학 규제도 너무 과도하다. 당장 암에 걸려 죽을 사람은 신약 나오면 3상 실험하기 전에도 쓸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왜 막나.

그래서 제가 그걸 다시 읽어보고 딱 요약해서, 위에다 '이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 하는 게 맞다.'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하는데(막는데) 많이 좀 써먹었다." 


이 중 "이런 부정식품이라고 그러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목이 발췌되어 돌아다니자, 윤석열은 자신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단속 등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을 경계한 것, 미국에서도 행정적으로 단속하는 부정식품을 정하는 기준을 정할 때 너무 과도하게 정해놓으면 국민 건강엔 큰 문제 없지만, 과도한 기준을 지키려면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훨씬 싸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한한다." 

정치권과 언론이 자신의 본의를 왜곡한 게 서운한 눈치다.

그런데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 명의 신장을 망가뜨리고, 수백 명의 환자들을 낳은 1993년의 '햄버거병'은, 고작 조리 온도 8도를 더 높이라는 규제를 어긴 결과로 발병했다. 그런 역사가 버젓이 있는데, 비유랍시고 들고나온 이야기가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햄버거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되는데, 50전짜리 팔면서 위생 퀄리티를 5불짜리로 맞춰두면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거다."

물론,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햄버거병이 왜 햄버거병인지 모를 수도 있다. 사람이 어떻게 세상일들을 다 알고 살겠나. 그런데 자신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식품 안전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데, 자신 있게 '햄버거 50전짜리에 5불짜리 위생 퀄리티'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건, 죄다. 적어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맥도널드 사건과 윤석열의 수사 의지   
 
 햄버거병 피해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 위치한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에 무혐의를 내린 검찰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햄버거병 피해아동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2019년 8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 위치한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맥도날드에 무혐의를 내린 검찰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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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에서도 '햄버거병'이 발병한 적이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불고기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렇다 할 물증이 없고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끝냈다.

피해어린이 부모와 '정치하는엄마들'의 활동가들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고, 2019년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맥도날드 전 팀장이 JTBC와의 인터뷰에서 "'덜 익은 패티는 없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허위진술을 했다"라고 밝히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2019년 대검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당시 윤 총장은 "실제 허위교사가 있었다면 재조사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5일 만에 검찰은 재조사에 착수했다. 재조사 시작 20일 만에, 한국맥도날드는 피해 어린이 측과 의료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합의했다.

난 윤석열의 햄버거 비유를 들으며, 2019년 재조사 착수를 결정하던 순간의 검찰을 생각했다. 그때에도 윤석열은 '햄버거 50전짜리에 5불짜리 위생 퀄리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정말?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수많은 순간마다, 검찰 조직 어디에선가는 "이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 하는 게 맞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승한 시민기자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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