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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준 쓰레기 불법배출 사진
 지인이 보내준 쓰레기 불법배출 사진
ⓒ 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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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이 보내준 사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쓰레기 같은 쓰레기' 사진이었는데, 어느 업소에서 75리터 종량제 쓰레기 봉투 위에 그 봉투와 비슷한 크기의 검정 봉투를 테이프로 둘둘 말아 배출한 사진이었다. 한 곳에서 여러 번 봤다고 하니, 상습범이었고, 적발 시스템도 없는 듯했다. 그 사진을 보고 우리 동네를 살펴보니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종량제봉투가 얼마나 한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배출되는 쓰레기 양은 늘어나고 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더 크게 느껴진다. 서울시는 2018년 '비닐 대란'에 이어 '쓰레기 대란'의 위험에 처해 있다. 최근 서울, 경기, 인천에서 사용하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는 인천시에서 2025년까지만 쓰레기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는 부랴부랴 서울시의 쓰레기를 묻어줄 지자체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나서는 곳은 없다.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고,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내세우는 인천시에 딱히 반발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 수요와 일회용품 사용이 부쩍 늘은 요즘, '비닐 대란'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쓰레기 대란'이 예상된다.

쓰레기봉투에 이름 쓰게 했더니   
 
서울 동작구의 종량제 봉투 실명제. 현재 공공기간과 편의점, 주유소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종량제 봉투 실명제. 현재 공공기간과 편의점, 주유소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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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현재는 시행되지 않지만, 환경부에서 2018년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 이후로 일회용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지하철역에서 흔히 보던 우산 비닐은 빗물을 털 수 있는 통이나 우산의 빗물을 닦는 천으로 대체됐다. 지자체 차원의 일회용품 사용 저감 조례, 아이스팩 재사용 정책, 다회용 배달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과 같은 '틈새 정책'도 보인다.

그 중 최근 눈여겨 본 정책은 서울시 동작구의 '종량제봉투 실명제'다.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에 부서명을 쓴 스티커를 붙여 배출 방식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는 이 제도가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441곳으로 확대됐고, 편의점과 주유소 등 일부 민간업체에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쓰레기에 이름을 붙여 배출한다니, 발상의 전환이다.

실제로 이는 2016년 강원도 평창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건의로 군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된 바 있는데, 생활쓰레기 배출량의 35%가 줄었다고 한다(해당 사업은 올해 12월 31일로 종료예정). 반면 당시 이 사례를 수원 영통구에 적용하고자 했을 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쓰레기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요즘, 이러한 정책의 도입이 재고됐으면 한다. '종량제쓰레기 실명제'가 실행되면, 종량제봉투에 재활용품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배출한다든지, 지인이 보내준 사진처럼 배출용량을 과도하게 초과한다든지 하는 '꼼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많은 시민들 역시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취지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고, '쓰레기 박사'가 '식용유 버리는 법' '컵라면 버리는 법' '비닐을 딱지 접어서 배출해도 되는지' 등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수 만이 넘는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있는데, 8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매일같이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정보를 나누고 교류한다.

나도 얼마 전에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동네 재래시장인 새마을시장에서 장바구니 대여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다. 이에 사용할 에코백을 새로 구매하기보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을 모은다는 공지를 올렸다. 지인들은 물론,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취지에 공감하여 80개 넘는 에코백을 보내주셨다.
 
지난 주말, 새마을시장 앞에서 장바구니 무상 대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새마을시장 장바구니 대여 프로젝트 지난 주말, 새마을시장 앞에서 장바구니 무상 대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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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생산하는 주체인 기업 차원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최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스팸 뚜껑을 일시적으로 없애기도 하고, 라벨 없는 생수병을 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아직 예외에 불과하고 아직도 기업에서는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대량 생산해내고 있다. 최근에는 과자나 냉면, 김 같은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되고 있다. 일부 생협에서는 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애기도 했는데, 아직 갈 일이 멀게 느껴진다.

쓰레기 발생 최소화 '구조'를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쓰레기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순환경제란 자원의 채취, 생산, 폐기까지 모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다.

산업화 이전에는 '쓰레기'라는 말이 없을 정도로 모든 물건을 아껴 쓰고, 고쳐 쓰고, 재사용했고, 용도를 다한 물건은 퇴비화돼 자연으로 돌아가서 또다른 생산의 원천이 됐다. 하지만 썩지 않는 합성원료를 사용한 대량생산-대량폐기의 구조로 돌아가는 현재는 이런 순환의 고리가 끊겨버렸다.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고리를 다시 잇는 데는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 생산의 주체인 기업,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연재 전체 보기 http://omn.kr/1trv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재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며, 현재 송파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태그:#쓰레기대란, #종량제실명제, #새마을시장, #장바구니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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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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