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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에 특별한 분이 오셨어요.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이신 김혜영 선생님이죠.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한빛 엄마입니다. 저도... 일상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데...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이에요. 지금도 집중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데... 잘 안돼요."


바로 그 순간, 고 이한빛 PD 그리고 김혜영 선생님(아래 쌤)이 저에게로 와서 빛이 되었답니다.

기억하시나요? 7월 초순 <고귀한 일상>(김혜련 저) 북토크가 있었잖아요. 친구랑 같이 모임 장소로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어떤 분이 홀로 앉아계신 거예요. 날씨가 꽤 무더웠는데 어깨에 숄까지 걸치고 말이죠.

그 모습이 많이 쓸쓸해보였어요. 식사는 하셨는지, 말을 걸고 싶었는데 입에서만 맴돌다 말았죠. 나중에 진행자의 소개로 그분이 쌤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한빛 PD가 하늘나라로 간 지 거의 5년이 지나가는데, 그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제야 알게 되다니요.
 
 김혜련 작가의 <고귀한 일상> 북토크에서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의 저자 김혜영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김혜련 작가의 <고귀한 일상> 북토크에서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의 저자 김혜영쌤을 처음 알게 되었다
ⓒ 이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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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빛을 몰고 온 한 청년의 죽음과 부활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겉표지.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겉표지.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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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2021년)를 읽었어요. 2019년 이한열 기념사업회에서 '보고 싶은 얼굴' 전시의 주제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다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책에 쓰셨는데, 그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한빛은 <아름다운 청년들2>라는 작품으로 이우광 작가가 형상화했다. 전태일과 한빛을 함께 엮었다. 전태일 동상에 환하게 웃고 있는 낯익은 한빛 얼굴이, 그 앞에 한빛의 회색 후드 재킷을 입은 진지한 전태일 얼굴이 보인다. 둘은 얼굴을 서로 바꾸고는 전시회를 찾은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179쪽

이우광 작가가 옳았어요. 제 눈에도 이한빛과 전태일이 겹쳐보였거든요. 전태일의 죽음이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요구한 최후의 통첩이었듯이, 한빛의 죽음도 그렇잖아요.

죽음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써서 카메라 뒤에도 사람이 있다고 외친 거였지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방송계 이면에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지옥같은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한 거였죠.

한빛의 삶과 죽음을 생각할 때,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떠올라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모두가 절망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한빛은 죽음으로 그 벽을 넘어가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이한빛 PD에 이끌려 수천개의 담쟁이 잎들이 저 어둠의 벽을 넘어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어요. 벌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통해 희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 청년을 한 점 부끄럼 없이 키운 어머니

쌤의 책을 읽으며 어머니인 쌤에게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엄마라서 그런가봐요. 한빛을 향한 쌤의 사랑과 존중!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사랑한다 하지만, 쌤처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는 못했어요. 나의 소유물처럼 좌지우지 했죠. 애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제 마음대로 결정하고 따라오도록 강압했어요. 그런데 쌤은 자녀들이 아직 어릴 때조차도 아이들을 존중하고, 기다려주셨더라고요. 제가 시기심이 들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셨어요. 

한빛이 중1때, 쌤이 조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시더군요. 한빛이 첫 중간고사 영어 시험에서 여러 개 틀렸을 때 다그치셨다고요. 그 지점에서 저는 오히려 안도했어요. 쌤도 그러셨구나! 그리고 급 친밀감이... 저도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저희집 큰애가 중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여러 개 틀린 거예요. 저는 어디서 이런 시험지를 받아오냐며, 구깃구깃 던져버렸죠. 

쌤은 금방 사과하셨더라고요. 그리고나서 시험 점수로 닦달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시고 그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하셨다죠.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성적이 인생을 결정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말이죠. 저는 사과도 안 했을 뿐더러, 큰애의 성적에 계속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아요. 

엄마들이 특히 첫째 아이 앞에서 실패를 많이 하잖아요. 엄마가 처음이라서 말이죠. 어찌보면 실패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데...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울까요. 

그런데 쌤은 실패를 인정하시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노력하는 쌤의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어요. 어른인 제가 봐도 쌤이 너무 멋지고 존경스러운데... 한빛에게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어머니였을까요. 

그런데! 책 속에서 당사자인 쌤은 자신을 낮추시더라고요. 이제부터는 당신의 훌륭한 점, 자랑스러운 점, 잘한 점, 잘난 점, 똑똑한 점 등등을 당당하게 드러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김혜영 쌤은 한빛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엄마였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 먼저 떠난 아들에게 보내는 약속의 말들

김혜영 (지은이), 후마니타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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