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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 모심과 살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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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은 대단히 심오하고 원대한 민족종교사상이다. 하여 이를 압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젊어서부터 통일운동ㆍ민주화운동에 이어 한살림운동을 주도해온 무위당 장일순은 해월선생이 체포된 원주출신으로 '살아있는 해월'이란 말이 나올만큼 해월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한 분이다. 장일순이 동학의 '생명사상'을 설명한 것을 한 인터뷰어는 이렇게 정리했다. 

동학은 물질과 사람이 다같이 우주생명인 '한울'을 그 안에 모시고 있는 거룩한 생명임을 깨닫고 이들을 '님'으로 섬기면서(侍) 키우는(養) 사회적, 윤리적 실천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을 자기 안에 통일하면서 모든 생명과 공진화해가는 한울을 이 세상에 재현시켜야 할 책임이 바로 시천(侍天)과 양천(養天)의 주체인 인간에게 있다고 한다. (주석 5)

장일순의 최시형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파격적이고 또한 사실적이다. "왜 그렇게 최시형 선생님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최시형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거룩한 스승 아닙니까? 그분이 안계셨다면 3ㆍ1만세운동이라든가 망국의 한을 갖다가 어디에 기초하고 뭘 할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분이 계셨기에 손병희 선생이 계셨고, 또 3ㆍ1만세운동도 됐고, 또 하나는 아시아에 있어서 뭐냐하면 식민지 상황에 있던 중국이라든가 인도에도 커다란 각성운동을 준 게 아닙니까? 그래서 최시형 선생이 대단한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석 6)
무위당 장일순 선생
▲ 장일순 선생 무위당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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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이 동학의 최시형을 부활시킨 것은 호기심에서 '역사인물 복원'의 차원이 아닌 그 정신과 철학을 복원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곧 생명운동이다. 

동학사상을 단지 잊혀졌던 지식의 복원이라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날 가장 필요한 삶의 실천적 원리로서 살려낼 수 있었다는 점에 장일순 선생의 커다란 공로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상이건 그것이 살아있는 것으로 되려면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건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정신적 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일순 선생은 동학의 한울님사상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명계의 모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증하는 생명사상으로 읽어내고, 이것을 현실의 사회생활에 적용하여 한 살림공동체운동으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하여, 우리 나름의 가장 실질적인 녹색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문화운동으로서 한살림운동이 원주에서 처음 실천에 옮겨졌던 것이다. (주석 7)

장일순은 동학의 경천ㆍ경인ㆍ경물의 정신을 현재화하는 것이 지구촌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이를 자신의 철학으로 정립하고 설파하고 실행하였다.

동학의 2대 교조이신 해월 선생은 밥 한사발을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느니라.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의암 손병희 선생도 밥 한사발은 백부소생(百夫所生)이라. 즉 많은 농민들이 땀흘려서 만든 거다, 그러셨어요. 그런데 사실은 사람만이 땀흘려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일체가 앙상블이 되어서, 하나로 같이 움직여서 그 밥 한사발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밥 한사발은 우주적인 만남으로 되는 거지요.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해월 선생 말씀에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말씀이 있어요.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말이에요. 동학에서 일컫되 인내천(人乃天)이라, 그리고 사람만이 하늘이 아니라 곡식 하나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야. 돌 하나도, 벌레 하나도 한울님이다 이 말이에요.(장일순,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
 
생명농업을 주창한 무위당 선생
▲ 무위당 장일순 선생 기념관  생명농업을 주창한 무위당 선생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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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철학자ㆍ사상가 중에 하늘ㆍ사람ㆍ자연을 일체화시키고 이것을 공동운명체로 인식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장자의 '무위자연'이나 루소의 '자연회귀'는 인간과 자연만을 화두로 삼았을 뿐 하늘(한울)은 배제되었다. 동학의 한울은 천리(天理)와 천기(天氣)를 포함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세계화된 지난 세기에 지구의 온도는 평균 1℃ 이상 상승하였다. 그런데 한반도는 '열 받을 일'이 왜 그리 많았던지 1.5℃가 상승하여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지난 해에 이어 올 여름의 이상고온이나 '온난화의 역설'인지 겨울의 한파는 생태계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불길한 예측신호들이다. 

공산주의 국가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자본주의는 무한욕망과 무한경쟁을 본질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을 파괴하고 각종 화학물질을 대량 생산하면서 하늘ㆍ땅ㆍ바다(하천)을 오염시키고 지구를 사람이 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자본주의가 체제경쟁에서는 현실공산주의에 승리했지만, 그 댓가는 지구의 황폐화라는 무서운 업보를 지니게 되었다.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것이 자연법사상에 배치되듯이, 인간이 삶의 모태인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의 뭇 생명을 손상시키는 것은 천리에 역행하는 일이다. 인류는 지금도 여전히 경제발전과 성장이라는 구실로 산과 바다와 늪지를 파괴한다. 이명박의 4대강 파괴는 자연훼손의 일급 범죄에 속한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 무위당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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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산물인 인간은 자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소화해야 한다. 무한대의 욕망과 편리주의가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다가 지금 자연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하고 있다. 인류사적인 재앙이다.

장일순은 늘 역설했다. 많이 늦기는 했으나 우리는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길은 멀리 있지 않다고, 동학의 시천주(侍天主:하늘님을 모신다)와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의 사상과 경천ㆍ경인ㆍ경물의 정신을 찾는다면 인간과 하늘, 사람과 자연이 동귀일체(同歸一體)의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인류ㆍ지구촌의 구원의 길이기도 하다라고.

장일순은 해월선생이 체포될 때까지 석달 동안 은거했던 원진녀의 집터를 찾아내어 표지석을 세운데 이어 피체된 현장에 추모비를 건립하고 1990년 4월 12일 제막식을 가졌다. 나라와 자치단체에서 해야할 일을 한 것이다. 

오석으로 만든 비석은 앞면에 〈모든 이웃의 벗 최보따리 선생님을 기리고〉라고 음각으로 쓰이고, 뒷면에 해월의 요약한 생애 그리고 오석비 밑 하태(下台)의 전면에 〈천지즉부모요 부모즉 천지니 천지부모는 일체야(天地卽父母 父母卽天地 天地父母一體也)니라 해월선생 법설에서〉라고 각되어 있다.


주석
5> 송향숙, 「늘 깨어 있는 사람」, 『생활성서』, 1990. 6.
6> 장일순과 황필호의 대담, MBC TV 「현장 인터뷰 - 이 사람」, 1992년 6월 12일 방영.
7> 김종철, 「한살림운동과 공생의 논리」, 『녹색평론』, 1992년 11~12월호,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169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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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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