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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한 복지관에서 나는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의 가정에 화재 감지기, 활동량 감지기 등을 설치하여 응급상황 발생 시 독거노인 및 장애인 분들이 신속하게 대처하고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복지포털 복지로에서 소개하는 문구)' 일이다(지원대상이나, 선정 기준은 복지포털 복지로 사이트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해당하는 세대에 방문하기 전, 나는 미리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전화로 약속을 잡은 후 세대를 방문한다. 약속하고 방문하여도 어르신들이 깜박하고 병원을 가거나 외출을 하셔서 부재중일 때도 있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날 그런 일이 생기면 지치고 기운이 빠진다. 때론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더운 게 오지 마. 암시랑도 안 해, 고장 안 났어. 시원해지면 와."

이 무더운 여름날 누가 방문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더울 때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워 찬 바람 불면 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세대 방문을 하는 것은 대상자의 장비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도 체크하고 요즘 근황은 어떤지 확인하려는 이유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든 점이 있는지도 체크하고, 누구의 관심이나 도움을 받고 있는지, 어르신들의 심리상태는 어떤지, 불안해 하는 일은 없는지를 세심하게 체크한다. 우리가 도와줄 일이 있는지, 후원품이 나오면 골고루 전달하는 일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다. 홀로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갈 때는 어디서 그런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지, 한참 동안 들어주는 일이 우리의 일이다. 어르신들은 말벗이 필요하다.

물론 가끔 찾아가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어르신들도 있다. "뭐하러 왔냐"고 "오지 말라"고 화내는 대상자들도 있고, "아무 도움 안 된 게 오지 말고 장비를 다 가져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 살펴보면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가 안 좋든지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자꾸 어르신들을 살피다 보면 이유가 보일 때가 있다.

사회복지사로 입사했을 때만 해도 생소한 일을 하는 내 업무가 낯설고 두려움도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술을 많이 드시고 체격도 건장한 어르신이 큰 소리로 이야기할 때는 불안하기도 해서 직장을 그만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지금은 대상자와 서로 소통이 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그게 나의 오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분들도 상처가 많은 분이라서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게 꺼려지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것들을 들키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찾아오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거였다. 그런 분들도 몇 달의 기간을 보다가 정이 들면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해 주신다.

군산시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구역이 두 군데로 나뉘어 한참 들어가는 시골까지 갈 때가 있다. 멀리까지 갔는데 안 계시면 낭패이다.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세대를 방문할 때는 전화로 방문 약속을 잡는다.

미리 약속하고 먼 거리의 대상자의 댁에 도착하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대상자의 장비 이상 여부도 확인하고 어르신들에게 사용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고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우리는 대상자의 댁에서 절대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 여러 세대를 방문하는 우리가 기저질환이 많은 어르신의 건강을 해칠까봐 늘 조심하는 편이다. 어르신들이 아껴두었다가 건네주는 음식을 사양할 때가 많다. 사양할 때마다 어르신들은 많이 서운해 하신다.
 
세대 방문시 어르신이 얼려 준 커피
▲ 꽁꽁 얼려 준 커피 세대 방문시 어르신이 얼려 준 커피
ⓒ 서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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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어르신들의 정성을 거절하고 나오는데 냉커피를 미리 타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주신다. 음료수병의 냉커피. 달달하게 타서 꽁꽁 얼려준 커피는 무더운 여름 차 안의 높은 열기를 확 낮춰 줄 만큼 시원했다. 무더위로 지쳐있었던 나의 피로를 풀어 줄 만큼 감사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꽁꽁 얼려 준 냉커피는 어르신이 나에게 전달하는 사랑이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직원분들에게 어르신이 챙겨주신 음료병을 들어 보이면서 자랑을 하였다. 직원들의 한 마디~.

"이것은 커피가 아니라 정이다."

그렇다. 나는 정을 마신 것이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작은 마음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기분이 좋다. 그분들도 말은 늘 퉁퉁거리고 아니라고 귀찮다고 해도 우리의 손길과 온정을 기다리고 있고 고마워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늘 그분들에게 정을 베풀고 사랑을 전하고 도움을 전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 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각자의 자리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 사랑을 주는 것이었다. 다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뿐.

더 세세하게 관찰하고 도움의 손길을 전할 것이다. 그분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질문하고 의견을 들을 것이고, 문제의 해결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우리는 옆에서 지켜보고 들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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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좋아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에서 살다가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영화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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