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카투> 포스터

<잘리카투> 포스터 ⓒ (주)슈아픽처스


'잘리카투'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집단 스포츠다. 남자 참가자들 사이에 황소를 풀어두면 참가자들은 황소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황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짐승과 겨루는 인간의 살벌한 광경이 펼쳐진다. 영화는 이러한 살벌함을 다양한 인간 군상과 탈주한 물소, 요한계시록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성경 요한계시록은 성서의 마지막 장으로 세상의 종말을 말한다. 이 종말은 새 세상을 말한다는 점에서 선인들에게는 희망이지만, 악인들에게는 절망을 야기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소를 도축하고 판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노골적인 화면은 인간의 잔혹함을, 소고기를 산 사람들이 중간에 신사에 들려 예배를 드리는 장면은 생명의 살생 후의 장면이란 점에서 이중적인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한 이중적인 모습은 물소의 탈출 이후 강하게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물소를 잡기 위해 숲을 향한다. 숲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주인은 물소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뿐이라며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허나 물소에 의해 작물이 파괴되자 가장 큰 분노를 표출하며 당장 사냥하라 말한다. 이 물소를 잡는 과정은 신마저 혀를 찰 만큼 인간의 깊은 욕망을 보여준다. 이 욕망의 정서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신들의 깊은 욕망>을 보는 듯하다.
  
 <잘리카투> 스틸컷

<잘리카투>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이 작품은 일본의 건국신화인 이자나미와 이자나기를 오키나와에 사는 원주민 남매로, 이 오키나와를 점령하고 개발하는 일본인들을 신들마저 무너뜨리는 깊은 욕망을 지닌 인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도의 힌두교는 소를 신으로 숭배한다. 작품에서 소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 더러운 욕망을 지닌 인간들의 마을을 습격한다는 점은 일종의 처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도 내에서도 힌두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 소는 신성한 존재가 아니며 인도 내에서도 소고기는 이슬람의 돼지고기와 달리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소를 잡아 죽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신들의 깊은 욕망>처럼 자연의 신으로 대표되는 물소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마을은 그들의 그릇된 욕망이 담긴 공간으로 표현된다. 경찰서장은 절차를 이유로 마을을 위협하는 물소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으며 자신과 아내 사이의 문제에만 집중한다. 신사 물건을 훔치다 마을에서 추방된 남자는 물소를 빌미로 무리를 이끌고 와 마을을 어지럽히고, 은행을 습격한 물소를 잡는 과정에서 한 남자는 은행직원한테 구해줄 테니 대출을 탕감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물소는 마치 크리처 영화처럼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해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한다. 갑자기 마을을 습격하는 지점에서는 재난 스릴러의 재미를, 숲속에서의 추격전과 공격은 크리처 무비의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오락영화로의 매력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물소를 피해 우왕좌왕 거리는 모습에서는 코믹함을, 점점 더 늘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통해 그 규모에서 위압감을 선사한다.
 
 <잘리카투> 스틸컷

<잘리카투>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이 위압감은 후반부 공포의 감정까지 갖추며 강렬한 시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물소를 잡기 위해 한밤중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횃불을 비춘다. 이때 화면은 숲의 모습을 와이드샷으로 잡으며 자연의 공간을 점령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 점점 늘어난 사람들은 마치 내면의 야성을 깨우듯 점점 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이 지닌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에너지는 결말부 소와 인간, 진흙과 피, 어둠과 빛, 삶과 죽음이 하나로 뒤엉킨 화면을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 이 마지막 장면은 빠른 템포와 블록버스터의 규모, 다수의 인간을 통해 그 위압감과 공포를 보여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으며, 요한계시록의 절망적인 예언과 인간 욕망의 집대성을 보여주는 성경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만들며 강렬한 시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쾌감을 선사한다면, 이 인도 영화는 오직 자연과 인간을 통해 블록버스터의 질감을 형성하며 새로운 체험과 감각을 보여준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온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은 자신들의 전통에서 그 이미지를 찾으며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인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잘리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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