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도미니카 공화국 전 9회 말 대역전승의 좋은 기운이 고스란히 이어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본선 녹아웃 스테이지 이스라엘 전에서 11-1,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고 출전국 중 맨 처음으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까다로운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회 첫 콜드게임을 일궈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8월 4일 저녁 7시 준결승에서 미국 대 일본 전 승자와 맞붙게 된다. 이스라엘전 주요 키워드들을 살펴본다.

1. 이글스 제1선발의 가치를 증명한 김민우

올 시즌 KBO리그 개막전에서 한화 이글스의 수베로 감독은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낙점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만한 선택이었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5년 입단 이후 기대를 모았지만 2018년과 지난 시즌 거둔 5승이 자신의 커리어 최다 승수일 정도로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에 김민우는 시즌 9승으로 벌써 자신의 커리어 하이시즌을 써내려가고 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km 초반에 머물지만 낙차 큰 스플리터(구종가치 11.4)의 위력을 앞세워 팀 내 확실한 1선발 요원으로 자리매김 하는 중이다.

준결승 진출이 걸린 이스라엘 전을 앞두고 과연 김민우가 까다로운 이스라엘 타선을 어느 정도 봉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고한 예상이 어려웠다. 비록 미국 전에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한 그가 부담감을 얼마나 극복할지 변수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 타선에게 좀처럼 정타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4.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도쿄올림픽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 중 의문부호가 붙었던 선수들 중의 한 명이었지만 두 차례의 등판을 통해 그가 왜 소속팀의 1선발 투수인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2. 타선 폭발

2017 WBC 및 이번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은 이스라엘 투수진 공략에 큰 애를 먹었다. 그러나 2일 경기에서 대표팀은 마침내 이스라엘만 만나면 막혔던 타선의 혈이 제대로 뚫렸다. 특히나 그 동안 부진했던 강백호(kt)가 4안타 경기를 펼치면서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무안타에 허덕이던 오재일(삼성)도 마침내 첫 안타 및 2안타 경기를 기록했다.

캡틴 김현수(LG)의 불방망이는 어김없이 돌아갔고 콜드게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결정적인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1차전 이스라엘 전의 영웅이었던 오지환(LG)도 경기 초반 흐름을 확실히 가져오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접전을 치르면서 투수진 소모가 많았던 만큼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에서 타선의 폭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는데 타선의 힘이 경기를 조기 종료하고 투수진의 힘을 비축하는데 공헌을 하였다.

3. 유일한 아쉬움 - 조상우의 투입

기대했던 타선이 폭발하고 선발로 등판한 김민우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해줬는데 유일한 아쉬움은 대표팀 최고의 스토퍼 조상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만들어진 장면이다.

5회초 이스라엘 공격에서 1사 후 김민우가 주자를 내보내자 대한민국 벤치는 사이드암 최원준(두산)을 조기에 투입했다. 그러나 최원준은 나오자마자 극심한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면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한다. 3-0 리드에서 3-1 박빙의 상황으로 바뀌면서 대표팀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날 도미니카 공화국 전에서 30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키움)를 마운드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조상우는 기대에 부응하면서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록 3일 하루 휴식일이 있지만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릴 수 밖에 없던 상황이 나온 것은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앞으로 2경기 또는 3경기가 남았는데 조상우의 활용 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체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과 일본의 벽을 넘어야만 한다. 까다로운 상대 도미니카 공화국, 이스라엘을 차례로 넘어섰지만 미국과 일본은 이들 팀과는 차원이 다른 견고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전 콜드게임 결과가 방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집중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조별리그 예선에서 무려 10골을 몰아 넣으며 메달 획득 기대를 모았던 축구가 8강전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참패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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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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