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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김현아 전 의원이 '다주택'과 '내로남불' 논란 끝에 지난 1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부동산 4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현아 전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문제에 대해 '시대적 혜택' 발언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의결하고 경실련과 너머서울 등 시민사회의 반대, 여야 대선주자까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현아 전 의원은 지난 달 29일, 부적절 발언을 사과하고 부동산 2채를 조속히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긴 역부족이었고 결국 SNS를 통해 후보자 사퇴 입장을 밝혔다.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다주택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공공주택 공급을 총괄하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경실련은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김현아 후보자는 건설업체들이 출연한 건설협회, 건설공제 출자로 설립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여년을 재직하며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고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도 다주택자의 부자감세 정책에 앞장섰고,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주장해왔다"며 천만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할 공기업 수장으로서의 적임자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인물일 뿐, 저소득·주거취약 계층 주택 문제에 대해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명백한 '오세훈 발 인사 참사', 대시민 사과해야

SH공사의 설립목적은 무주택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해 공공주택 건설·공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민간을 통한 주택공급과 시장 중심 주택정책을 강조하는 김현아 전 의원은 SH공사 사장으로서의 가치와 철학이 부재한 인물로 애초에 적합한 인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오세훈 발 인사 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의당 서울시당은 김현아 전 의원 내정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7월 6일에 논평을 통해 김현아 전 의원의 SH공사 사장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동시에 "인사가 만사라고 현 정부 인사정책을 질타하던 잣대를 자신에게도 엄격히 적용하기 바란다"고 지적하며 "'오세훈발 인사 참사'는 주거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4일, 정의당 서울시당과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고위공무원 이해충돌 위반,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5월 4일, 정의당 서울시당과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고위공무원 이해충돌 위반,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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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세훈 발 인사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오세훈 시장이 청와대에 임명 제청한 황보연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가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낙마한 바 있다.(관련 기사: '투기 의혹' 서울시 기조실장 내정자, 결국 낙마 http://omn.kr/1tdln). 황보연 전 직무대리는 한남3구역 투기 의혹이 제기되었고 정의당 서울시당과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을 미래전략특보로 임명하면서 서울시의회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또 보수성향이 강한 20대 유튜버를 8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메시지 비서로 채용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는 등 인사와 관련한 파열음이 잇따랐다. 1년 2개월 임기로 시작해 10개월 여의 임기가 남은 시점에서 여러 건의 인사 문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심각하다. 오세훈 시장은 새 후보자를 심사숙고해서 인선하는 것은 물론, 대시민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거대양당의 '닮은 꼴 내로남불'

더욱 문제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받은 상황이 공수가 바뀌었을 뿐,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김현아 전 의원이 과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을 강하게 비난한 점을 들어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노영민 전 실장은 당시 서울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똘똘한 한 채'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뿐만 아니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현 열린민주당 의원), 김조원 전 민정수석, 여현호 전 국정홍보비서관,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이 다주택과 부동산 투기 관련 논란으로 줄줄이 물러났다. 또한 서민 주거를 책임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논란으로 자진사퇴했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종시 아파트 갭투기 논란에도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위 공직자들이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정권은 유한하고 강남 아파트는 영원하다"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복되는 거대양당의 '닮은 꼴 내로남불'로 국민들의 정치불신만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현아 전 의원을 낙마시켰지만 서울시의회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3월 25일 공개된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30명은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시의원 4명 중 1명(27.5%)은 다주택자인 셈이며 강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3)은 무려 25채를, 이정인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5)은 22채나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시의원 10명 중 9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런 상황이니 서울시의회가 날카로운 검증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50여 개 단체가 소속된 서울 지역 사회운동 연대기구 코로나 너머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너머서울)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주택 소유자 중 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임을 지적하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이 김 후보자를 다주택자라고 송곳 검증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도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의원 재산분석 결과 서울시의원 31%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였고, 최상위 다주택 보유자 5명은 81채를 갖고 있었다"며 "시의회 역시 이런 상황이다보니 당연히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3주택 이상 보유한 시의원 10명 중 9명, 다주택 보유자 30명 중 28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심지어 인사청문회 특별위원으로 김현아 전 의원의 다주택을 비판했던 김경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해까지 다섯 채의 주택을 소유했고 올 해는 두 채를 소유했다고 신고한 다주택자이며 강남구와 동대문구 등에 상가를 보유한 56억 원대 자산가이다. 더군다나 도시계획 수립, 재개발, 재건축 등을 담당하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이니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송곳 검증'을 할 자격이 있겠냐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괜한 우려로만 들리지 않는다.

서울시의회,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 즉각 추진해야

한편 LH발 투기의혹이 불거진 이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들이 점점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7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거래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보유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국회의원은 총 12명, 16건이며,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6건,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3건, 농지법 위반 의혹 6건, 건축법 위반 의혹이 1건이다.

또한 지난 7월 2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직자 직무 관련 투기행위 집중신고 기간 운영 결과에 따르면 65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투기 의심사례 21건에 대해 수사 등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특히 피신고자 중에 현직 국회의원 4명이 포함되어 있고 지방의회 의장은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탐하는 공직자들의 행태에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으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공직자들이 선제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자처하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정의당 서울시당과 권수정 시의원, 너머서울 등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전수조사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련기사 : "부동산 전수조사 찬성한 서울시의원, 110명 중 14명뿐", http://omn.kr/1uh20)
  
서울시의회 301회 정례회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 앞에서 부동산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한 권수정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301회 정례회 기간 동안 서울시의회 앞에서 부동산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한 권수정 서울시의원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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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며 김현아 전 의원을 비판했지만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 동의 여부를 묻는 정책질의에는 101명 중 88명이 응답을 거부했다. 더구나 14명의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회 특별위원 중에서 4명의 시의원-장상기(강서6), 노식래(용산2), 김용연(강서4), 정재웅(영등포3)-만 전수조사에 동의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지난 3월, 자체적인 부동산 전수조사를 결의한 바까지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30일 논평을 통해 "인사청문특위의 '부적격' 판단의 근본적 이유는 '공공주택 정책을 반대하고, 민간주도의 다주택 정책이 옳다는 후보자의 생각이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주거안정을 실현해야 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의 역할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임명을 반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H공사 사장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은 시의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동시에 반복되는 거대양당의 '닮은 꼴 내로남불'과 계속해서 불거지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땅에 떨어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또한 시의회의 더욱 큰 책무이다. 서민주거안정 실현을 위해 김현아 전 의원을 '부적격' 판단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이라도 서울시의원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즉각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압도적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마음 먹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시민 앞에 떳떳하고 싶다는 동료 시의원의 절규를 기억하고 부동산 전수조사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태그:#김현아, #오세훈, #서울시의회, #인사참사,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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