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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6일 오전 1시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7월 16일 오전 1시 서울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 오유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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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오전 1시, 서울시 은평구 갈현1동 주민센터 인근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30명이 대피하거나 소방에 구조됐으며 1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현장에는 아직도 그날의 화재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그을림 자국들이 남아있다.

갓 100일 된 아이 업고 뛰쳐나와
  
 
이날의 사건은 이곳에 거주하는 오유나씨 가족에게도 잊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 오씨 가족엔 세상에 태어난 지 100일이 되지 않은 아이와 30개월 된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이상함을 느끼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이미 시커먼 연기가 꽉 차 있었어요. 놀라서 마스크만 쓰고 애들을 안고 뛰어나왔는데 내려와 보니 이미 차가 한 대는 활활 타고 있었고, 조금 더 있으니 펑 소리와 함께 주변의 차들에도 불이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커지고 있었어요"라며 화재 당시를 떠올렸다.  

밖에 나오자 30개월 된 아이는 너무 놀라 떨고만 있었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오씨는 "불이 나서 삐뽀삐뽀가 왔네. 와~ 멋지다. 소방관 아저씨들한테 안녕해 볼까?"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순식간에 주차된 차들은 터져버렸다. 지금도 오씨 가족들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오유나씨 가족은 화재로 집안의 모든 물건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오유나씨 가족은 화재로 집안의 모든 물건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 오유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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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필로티(기둥 위에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 구조 빌라 1층에서 화재가 시작되어 위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2층에 거주했던 오씨의 집은 이 다세대 주택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데 집안이 모두 시커멓게 그을렸고, 집 안의 모든 물건 대부분이 쓸 수 없게 되었다.

오유나씨는 "가족 모두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집안의 모든 물건이 검게 그을려버렸어요. 그래도 몇 개를 가지고 나와서 몇십번 씩 닦고 세척하여 쓰고 있어요. 둘째는 100일을 피난처였던 모텔에서 맞았고 지금은 구청이 운영하는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평구 내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화재 때문에 오유나씨 가족은 나흘 만에 퇴거 통보를 받았다. 다른 화재 사건으로 다른 피해 주민이 입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정말 황당했어요. 화재 사건이 많아 임시주택에서 나와야 한다는 거였어요. 구의원과 함께 구청하고 소통했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들도 동의를 해주면서 행복안심주택에 조금 더 머물 수 있게 되었어요."

"지역주민들의 도움 손길 잊지 않고 보답할 것"
 
 화재가 발생하고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오씨 가족을 돕기 위한 물품과 물자 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하고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오씨 가족을 돕기 위한 물품과 물자 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 오유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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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인해 임시 거처도 안정적이지 못해 절망을 느끼던 그때 오유나씨 가족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손길 덕이었다. 화재가 발생하고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오씨 가족을 돕기 위한 물품과 물자 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특히 오유나씨 가족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아이를 위한 용품이었다. 화재로 아이들 용품이 모두 그을렸고 일부는 화재 피해 특수 세탁에 맡겼지만, 유해물질이 섬유와 잘 분리가 되지 않아 대부분 버리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버리게 되었을 땐 가슴 한쪽이 아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피해 소식을 듣고 가온누리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카페 '다-용도실'을 통해 후원 물품을 보내주신 이웃 주민들, 중고거래 앱이나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지인 등이 한가득 후원 물품과 상품권을 보내왔다.

"후원 물품을 받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들께서 후원을 위해 정성껏 물건을 포장하는 모습이 전부 느껴졌어요. 직접 차량을 이용해 물건을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정말 많은 분께서 후원 물품을 보내주셨는데 큰 도움을 받은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도움을 전하는 데 있어서 돋보였던 곳은 대조동 카페 다-용도실이다. 다-용도실을 운영하는 박이레씨는 7월 19일 갈현동 화재 소식을 접하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도움의 손길을 모으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화재 연기 피해로 집안에 모든 아기용품은 물론 생활용품 등 거의 모든 물품이 사용 불가하신 상황"이라며 "가정에 사용하지 않는 100일 된 아이의 신생아 용품이나 4살 아이의 유아용품, 가정 생활용품을 나눔 받고자 합니다"고 적었다.

박씨에 따르면, 글을 올린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카시트, 아기 옷, TV, 장난감, 티포트, 옷걸이 등을 차에 가득 실어서 두 번이나 옮겨야 할 정도로 모을 수 있었다.
 
 카페 다-용도실에 모인 후원 물품.
 카페 다-용도실에 모인 후원 물품.
ⓒ 박이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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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카페 공간 운영하는 목표를 '이웃사촌' 만들기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공간을 매개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후원을 위해 글을 올리자마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뿐만 아니라 자취생까지도 도움을 주기 위해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출근하기 전에도 가게 문 앞에 쇼핑백이 쌓여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고 제가 이 지역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생각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기부와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오유나씨는 "어떤 한 사건에 한순간 관심이 쏠릴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앞으로 '아이가 어떻게 자라고 있고 우리는 이만큼 잘 회복하고 있어요' 등의 저희 소식을 꾸준히 알리고 소통하며 저희가 받은 그 선의들에 잘 회복하고 있음으로 보답하고 싶어요"라며 "많은 분에게 알려드리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씩 은혜도 갚아가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심정을 전했다.

또한 "화재가 저희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고 여러 곳에서 상처도 받았지만, 지역주민들이 용기 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금방 회복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은평구가 더 많은 이재민을 잘 수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복지가 마련되어서 어디에서든 인정받는 은평구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유나씨가 보내온 편지.
 오유나씨가 보내온 편지.
ⓒ 오유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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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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