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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었다. 폰에서 카톡 소리가 난다. "군산 가고 싶다". 셋째 딸에게서 온 카톡이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금세 싸해져 온다. "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오렴". 작년만 해도 군산에서 엄마 밥을 먹으며 본인 할 일만 하고 어렵지 않게 보내왔던 딸이다. 사람에게는 같이 있을 때는 못 느끼는 향수가 있다. 가까이 있으면 몰랐던 소중함이 떨어져 멀리 있으면 그리움으로 마음이 아련해진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옛날 노래 가사말처럼 '헤어지면 그립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몹쓸 것 이내 심사' 그런 노래 가사 말처럼, 내가 초등학교 때로 기억된다. 친정 아버지는 낭만이 많고 흥이 있는 로맨티스트다. 약주 한잔 하시고 기분 좋으면 늘 부르던 노래다. 좋은 사람은 곁에 없으면 늘상 그립다. 아마도 딸도 그럴 것이다. 정신없이 일상에 쫓기다 보면 어느 날 찾아오는 무력감. 

부모를 잊지 않고 찾아오고 싶다는 자식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쓸쓸할 뿐이다. 아직은 부모가 자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사람은 싫은 사람하고는 단 10분도 길다.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연이다.

딸이 친정 부모를 그리워하니, 나도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나는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멀리 가버리고 말았으니, 그리워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부모님이 안 계시면 친정도 사라진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안 계시니 마음 아려오고 보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인지, 아님 한가로워 그런지 가끔씩 부모님이 그립다.

갑자기 코로나로 삶의 진로가 바꾸어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사람들은 힘들다고 말한다. 딸네 가족도 아마 그럴 것이다. 오랫동안 살았던 삶의 방향이 바꾸어진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세월 가고 때가 되면 삶이란 바뀌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어있다.

매일 더위는 최고점을 찍고 온도가 올라간다. 너무 더워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산책도 갈 수도 없다. 집안에 앉아 에어컨을 꼈다 껐다 하면서 남편은 티브이 하고만 논다. 요즈음 올림픽이라도 구경할 수 있어 다행이다. 5년을 갈고닦아 우승했을 때 기쁨은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실패를 해도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수많은 날 땀방울을 흘린 노고에 대해서. 울고 웃는 감동이 뜨겁다.

다른 해 같으면 어디라도 갔을 텐데, 지금은 어느 곳도 갈 수가 없다.  휴가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마음 놓고 가족들과 들로 산으로 나가는 것도 조심스럽다. 우리 집 가족들 일정은 셋째 딸이 계획을 세운다. 그런 일에 전문가답다. 남편 나이가 팔순이 훨씬 넘어가고, 이제 가족끼리 만나는 날이 일 년이면 두세 번 정도이니 가는 세월이 안타까워 가족과 같이 추억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은 코로나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날은 덥고 코로나는 쉬지 않고 확진자가 천 명대를 훨씬 넘고 있으니 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로 떠날 수도 없다. 몇 년 전에는 호텔에 가족들이 모여 서울 구경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사람이 모일 수도 없다. 날씨는 덥고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주부들에게는 힘이 들고 가족 서로에게도 예민해진다. 

말도 조심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음을 다스리고 수행하듯 살아내야 평화롭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달라진 삶의 풍속이다. 우리가 사는 날마다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 순간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삶이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반복하게 하는 생활 습관이다. 

딸의 카톡을 보고 그냥 덥고 무료해서 카톡을 보냈을 걸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아침 다시 연락이 왔다. "엄마 나 지금 출발해요". 응?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정말 오는 건가? "젊은 사람은 행동이 빠르다, 그래 조심해서 오렴". 그때부터 마음이 쓰인다. 무얼 해 주어야 할까? 생각하고 궁리를 한다.

다시 연락이 온다. 절대로 아무 음식 준비도 하지 말고 더운데 그냥 계시라고. 딸은 도착 후 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많이도 사 왔다. 과일에서부터 밥도 하지 말라고 햇반도. 그냥 데워만 먹는 찌개류까지, 아빠가 워낙 외식을 싫어하시니까 엄마 힘들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딸의 배려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우리 집에서 살림 난 지 6개월이 넘어서인지 손자는 무척 자랐다. 딸과 손자가 오니 집안이 가득하다. 거실에 앉아 올림픽을 보는 것도 함께하니 더 흥겹다. 여름이라도 피서를 못 가니 다음 날 맛있는 것 먹자고 아빠에게 권한다. 워낙 외식을 싫어하는 남편이지만 딸이 말하니 거절을 못 한다. 나이 든 우리는 외식도 자주 하지 않아서 어디에서 무얼 먹는지 멋진 식당은 알지도 못한다.

다음 날 예약해 놓은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을 먹어 보았다. 사람이 하나도 없고 우리 가족뿐이다. 남편은 "와아 분위기 좋고 깨끗해서 좋다" 그러면서 좋아하신다. 딸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호사도 좀 하고 살아야지. 맨날 돈만 절약하고 살면 사는 맛 안나는 거야. 딸이 아빠 엄마 위해 사 주는 음식 맛있게 먹고 즐길 줄도 알아야 해요."

나이 든 세대는 돈을 쓸 줄을 모른다. 고생은 많이 하고서 자식들에게만 남겨 주려 한다. 나는 그게 싫다. 호사는 아니지만 적당히 즐길 줄은 알아야 한다. 인생은 한 번밖에 안 사는 삶이다.

시원하고 음식도 색다르고 맛있고 좋다. 사람이 이런 날을 위해 수고도 하는 거지 뭐 하면서 나는 웃는다.
 
프랑스 가정식 음식이라 한다. 갈비 찜 맛이다.
▲ 레스토랑 음식 프랑스 가정식 음식이라 한다. 갈비 찜 맛이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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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휴가 못 가니까 맛있는 것 드시고 즐기세요". 딸이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딸이 용인 집에서 내려와 우리를 살피고 오늘 떠났다. 왔을 때는 반갑고 떠나고 나니 섭섭하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다. 어젯밤에 찰밥 찌고 밑반찬 챙기고 요것 저것 챙기다 보니 아이스 박스로 하나다. 무어라도 챙겨 보내야 부모 마음이 흐뭇하다. 받는 것보다 줄 때가 더 좋다. 나이 들면 누구에게라도 나눠 주고 살아야 한다. 자식들 입에 맛있는 것 들어갈 때 부모는 행복한 것이다.

딸과 손자는 바람 같이 왔다가 바람 같이 떠났다. 떠나고 난 빈자리는 금방 쓸쓸함이 찾아온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각자 자기만의 자리에서 자기의 길을 걸어간다. 사람은 결국엔 혼자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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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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