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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2021년 초 시 외곽지역인 송현동으로 이전한 안동역의 모습.
 2021년 초 시 외곽지역인 송현동으로 이전한 안동역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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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연휴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연휴 마지막날 밤까지 귀경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꽉 막혔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동안 코로나19 탓에 고향에 가지 못했던 이들 상당수가 귀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스나 기차를 이용한 귀성객 중에는 과거 자신이 이용했던 고향역이나 고향 터미널이 엉뚱한 곳으로 이전하면서 의아함을 느낀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방문까지만 해도 시내 한복판에 있었던 기차역이나 터미널이 외곽으로 자리를 옮겨 당황한 이들도 있었을 듯하다. 

어느 한 동네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여객열차 정차역 중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이후 역을 다른 위치로 이설하거나, 폐역한 뒤 대체 역사를 신설한 사례는 안동역, 군산 대야역 등 5곳에 달한다. 터미널 역시 대전광역시, 경남 하동 등에서 이전 사례가 생겨났다. 그렇다면 지난 명절 때까지만 해도 편하게 찾았던 고향역, 그리고 고향 터미널은 어쩌다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된 것일까. 

외곽으로 옮긴 '고향역', 왜?

철도역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한 세기 동안 울산광역시의 관문역 역할을 맡았던 울산역(지금의 태화강역)은 성남동에서 학산동, 그리고 삼산동으로 이전하는 등 두 번의 이삿짐을 쌌고, 6년 전에는 경북 포항역에 KTX가 개통되면서 시 외곽 흥해읍으로 이전했다.

이렇듯 철도역이 도시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 원인은 '이설'이다. 굽어있던 철도를 곧게 펴는 이른바 직선화, 한 가닥의 선로를 두 가닥으로 만드는 복선화, 그리고 더욱 빠른 속도로 열차가 오갈 수 있는 고속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도심에 있던 철도역이 도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 이전된 옛 안동역의 모습. 원도심에 위치했던 안동역 옜 역사는 주민들의 문화시설로 활용된다.
 올해 초 이전된 옛 안동역의 모습. 원도심에 위치했던 안동역 옜 역사는 주민들의 문화시설로 활용된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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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역이 늘 이용하던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직선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새 선로를 만들어야 하고, 복선화 사업을 위해서는 선로 한 가닥을 더 부설할 충분한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예산상의 어려움과 연결된다. 

더욱이 철도가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경우 소음이나 도심 단절 등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선로를 개량하는 김에 도시 외곽으로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곤 한다. 그런 원인들이 겹쳐 철도의 직선화, 복선화 사업이 진행될 때 역이 이전되는 경우가 많은 것.

당장 올해 초 개통된 중앙선 고속화 사업의 경우 원주역, 안동역을 도심 밖으로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원주의 경우 현재 원주역의 위치가 도심 북쪽에 치우친 탓에 고속화와 역의 존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 어려웠고, 안동은 선로가 도시를 크게 우회하는 탓에 직선화가 불가피해 이설이 이루어졌다. 이설을 하는 대신 해당 역에는 KTX를 개통하거나 지나는 열차의 운행 횟수를 늘려 편의를 도모하게 된다.

몇몇 지자체들은 역의 이설을 통해 새로운 역이 자리하는 곳에서 역세권 개발 사업을 주도하면서 도시 시가지를 확장하려 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앞으로 고향을 찾을 때마다 허허벌판이었던 역전의 풍경이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낡아서, 교통이 불편해져서... 터미널의 '이사법'
 
노후화, 수요 폭증으로 인한 협소, 교통 체증 등의 문제를 겪던 끝에 지난 8월 이전한 대전 유성시외버스정류소의 모습.
 노후화, 수요 폭증으로 인한 협소, 교통 체증 등의 문제를 겪던 끝에 지난 8월 이전한 대전 유성시외버스정류소의 모습.
ⓒ 대전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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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터미널의 경우에는 어떨까.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존하는 터미널 대다수는 민간 소유다. 그런데도 터미널 역시 도심 한복판을 떠나 한적한 외곽지대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터미널이 바깥으로 이전하는 이유 역시 복합적이다. 우선 기존 도심 지역에 위치한 터미널의 노후화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터미널이 40년 이상 된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재건축하거나 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먼저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다음으로는 터미널의 규모를 들 수 있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거나, 지역 간 교류가 활성화됨에 따라 노선과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터미널이 현재 규모로는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생겨나곤 한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터미널은 비싼 지대 등의 문제로 확장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도심의 교통 체증 역시 주요한 이유다. 터미널을 드나드는 많은 수의 버스로 인해 도심의 교통 여건이 도리어 나빠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도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비교적 도로 교통망이 편리한 곳에 지자체 재원을 투입해 새로운 터미널을 열곤 한다. 지난 8월 번화가인 봉명동에서 구암역 앞으로 이전한 대전 유성시외버스정류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79년 지어진 유성시외버스정류소는 터미널의 규모가 이용객의 규모에 비해 너무 작아 불편을 겪었다.

특히 다른 터미널에는 갖춰진 승객 편의시설 등이 전무하고 전철역과의 거리가 멀었던 탓에 대전 서부권에서 시외교통을 이용하려는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봉명동 일대 역시 버스와 차량이 한데 뒤엉켜 상습 교통 체증이 발생하곤 했다.

결국 대전광역시는 기존 터미널에서 600m 떨어진 곳에 복합터미널 사업을 진행했고, 유성정류소에서 운행하던 35개 버스노선을 이전시켰다. 시는 향후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진행해 유성고속버스터미널도 이곳으로 이전하고, 세종-대전 간 BRT를 유성복합터미널까지 연장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청사진을 마련했다.

터미널의 '이사'는 철도역의 이전과 묶어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안동의 경우 역사 이전에 앞서 도심 한복판에 있던 터미널을 먼저 신역사 예정지 앞으로 옮겼다(2011년). 2019년 가을 이전한 하동터미널의 경우 2016년 이설된 하동역을 따라 기존 터미널에서 1km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설로 인한 '운명 공동체'가 된 셈이다.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신경을 써주길
 
2025년을 목표로 시 외곽지역 이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원도심 지역의 공동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큰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의 모습.
 2025년을 목표로 시 외곽지역 이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원도심 지역의 공동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큰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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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철도역과 터미널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터미널 이전을 통해 기존 터미널 부지나 새로운 터미널 인근에 새로운 상업지구를 개발할 수도 있고, 철도역 이설을 통해 역세권 개발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지자체와 철도 운영 주체, 터미널 소유주가 모두 윈-윈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연계 교통망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철도역과 터미널을 이전하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역과 터미널이 원래 자리하고 있었던 원도심 지역이 교통 시설의 이전으로 몰락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쓴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진주시가 대표적인 예다. 진주시는 2012년 KTX 개통과 함께 진주역을 도심 밖인 가좌동으로 이전한 데 이어, 현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고속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을 통합할 복합터미널 사업을 진주역이 위치해 있는 가좌동에서 벌이고 있다. 진주시는 2025년까지 복합터미널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가좌동은 진주역의 개업과 함께 역세권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맞이했지만, 반대로 원도심 지역에서는 진주역의 이설에 이어 터미널의 이전으로 지역 상권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원도심 시민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도 떠오르고 있어 향후 해결 과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객 입장에서도 일장일단이 있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교통 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정시성을 확보하고 쾌적한 이용 환경을 구축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연계 교통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존 터미널, 역에 비해 집, 시내 번화가, 관광지 등 최종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도리어 멀어질 수 있거나,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런 면을 따져보면 역시 지자체가 할 일이 많다. 단순히 터미널을 이전해 '현대화 사업'을 하고, 역을 옮겨 'KTX 개통을 축하하는' 일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연계 교통망을 충분히 확보해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는 등 나은 청사진이 필요하다. 어쩌면, 새로 자리를 옮겨 번쩍이는 역과 터미널의 색이 바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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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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