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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대왕암.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이 바위 아래에 잠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울산 대왕암.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이 바위 아래에 잠겼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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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사진을 본 후로 울산 대왕암에 대한 궁금증이 났다. 경주 문무대왕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대왕암으로 늘 기억하고 있던 터라 어떤 관련성이 있으리라 그저 짐작만 하고 있었다. 마침 새로 들어선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도 볼 겸해서 울산을 향했다.

지난 26일, 대왕암공원 타워주차장(울산광역시 동구 해수욕장10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40분께. 주차장 3층으로 올라가자 대왕암공원 가는 나무 계단이 보였다. 대왕암공원은 울산 동구 방어동과 일산동에 걸쳐 있다. 1962년 공원 지정 시 이름은 울기공원이었으나 2004년에 대왕암공원으로 바뀌었다. 
 
    100년이 넘은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 그늘에 맥문동이 보랏빛 꽃들을 피우면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100년이 넘은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 그늘에 맥문동이 보랏빛 꽃들을 피우면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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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구 미르놀이터를 지나는데 높이 7m 되는 거대한 용 조형물이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1만 5천여 그루의 해송이 하늘로 쭉쭉 뻗은 숲길에 들어섰다. 100년이 넘은 세월을 살아온 소나무 그늘에는 맥문동이 보랏빛 꽃들을 피우면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국내 최장 출렁다리 건너서 붉은빛 대왕암으로
 
    무주탑 해상 보도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사진 왼쪽으로 민섬이 보인다.
  무주탑 해상 보도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사진 왼쪽으로 민섬이 보인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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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전망대에 들렀더니 일산해수욕장, 현대중공업, 민섬이 보였다. 조그만 민섬은 용궁의 근위대장과 사랑에 빠진 선녀 '민'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아 바위섬이 되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로 벌써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개통한 지 12일째 되는 날이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햇개비와 수루방을 잇는 출렁다리는 길이가 303m, 너비는 1.5m이다. 햇개비서 출발하는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무주탑 해상 보도현수교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동해 바다 위를 걷는다 생각하니 재미있고, 또 출렁다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몸이 이따금 흔들흔들할 때면 겁도 살짝 나면서 조심스러웠다.

옛날에 숭어잡이를 할 때 망보던 자리였다는 수루방서 해안산책로 따라 내려갔다. 뱃길을 어지럽히던 청룡이 굴속에서 다시는 못 나오게 동해 용왕이 신통력을 부려서 큰 돌을 넣어 막아 버렸다는 용굴을 지났다. 할미바위, 탕건암, 거북바위, 사근방 등 기암괴석을 구경하며 계속 걸었다.
 
    신비스러운 울산 대왕암에서.
  신비스러운 울산 대왕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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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슬도(瑟島).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슬도(瑟島).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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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0분 남짓 되어 대왕암 입구 용디이목에 이르렀다. 붉은빛 대왕암의 모습은 푸른 바다, 대왕교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참으로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이 죽어서도 용이 되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했는데, 그 호국룡설화와 같은 맥락의 전설이 대왕암에도 전해지고 있다. 내용인즉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이 바위 아래에 잠겼다는 이야기이다.

대왕암 상단부서 울기등대 등 시원한 조망을 즐긴 후 용디이목으로 되돌아 나왔다. 해산물 파는 곳으로 내려가 멍게, 해삼, 소라를 먹었다. 별맛은 아니어도 추억을 쌓는 기분이 들었다. 호국룡이 살아 숨쉬는 대왕암을 뒤로하고 2.2km 거리에 있는 슬도 방면으로 바닷가 길 따라 걸어갔다.

오후 12시 10분께 슬도주차장에 도착해 슬도등대로 갔다. 슬도(瑟島)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 주는 바위섬이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등대에 앉아 있으니 들려오는 건 파도 소리뿐이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내 마음이 온통 가 있었다. 음악처럼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선암호수공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성당, 사찰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호수교회, 참 이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호수교회, 참 이쁘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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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끝벽화마을을 거쳐 대왕암공원 타워주차장으로 돌아와 선암호수공원(울산광역시 남구 선암호수길)을 향했다.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이 번잡한 도심 속에 조성되어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테마쉼터라 하여 산책과 함께 마음도 쉬어 갈 수 있는 색다른 명소를 소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성당과 사찰'이라는, 그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신선한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호수교회의 실내 크기는 길이 2.9m, 너비 1.4m, 높이 1.8m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당, 성베드로 기도방은 길이 3.5m, 너비 1.4m, 높이 1.5m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찰, 안민사는 길이 3,0m, 너비 1.2m, 높이 1.8m이다.

주소, 완공일자, 인증서, 디자인 등록증까지 명시해 놓은 유쾌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10분 남짓 소요되었다. 폭염으로 걷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마음은 즐거운 하루였다.

태그:#울산대왕암, #선암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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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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