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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까지 3주째 휴가철에 읽기 좋은 시집, 산문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떠셨나요? 책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저는 평일(월~금) 오전 6시 카카오음과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아침을 깨워드립니다'라는 이름으로 시를 읽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때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숨어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죠.

가장 쉬운 방법은 '잘 알려진 시집'을 소개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이 시인들의 시를 폭넓게 알리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제가 소개하는 시집이나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려움이라는 단어에 적잖은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독해력의 문제라고 곡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내가 시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 독해력의 문제라고 판단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냥 '익숙함'의 차이일 뿐입니다.

얼마만큼 시를 읽어왔고, 시를 읽겠다고 노력하느냐의 차이일 뿐, 개개인의 독해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시인들이 보통의 문법에 맞춰 일상어로 시를 썼다면 더 좋았겠지만, '시 문학'이란 시로 자신만의 언어, 문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에, 시인에게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할 책은 익숙함과 관계없이 편안하고 따듯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 산문집을 골라봤습니다. 여름휴가 기간 시·문학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다면, 이 중의 한 권을 골라 일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김은지 시인의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걷는사람)
  
김은지 시인의 시집
▲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김은지 시인의 시집
ⓒ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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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시인은 저만큼 독자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독자 중심적인 시를 쓰죠. 상대적으로 문장이 어렵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따뜻한 삶의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표제작인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도 그러한데요, 고구마와 고마워가 두 글자가 같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요.

'고구마'와 '고마워'는 다른 의미의 단어이지만, 연결된 지점이 있습니다. 이 시는 '겨울 고마움'이라는 단어로 마무리합니다. 고구마는 추운 겨울날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군것질거리입니다. 정말 고마운 간식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에는 고구마 얘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로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에서 화자가 얘기하는 늙은 강아지 이름이 고구마일 수도 있고, 고구마처럼 겨울 같았던 화자의 삶을 따뜻하게 해준 반려견에 대한 고마움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 한 편의 시이지만, 시집의 따뜻함을 말해주기 적당합니다.

류근·김혜원 엮음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해냄)
  
류근·김혜원 엮은 시선집
▲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류근·김혜원 엮은 시선집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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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편애'이듯 사람에게는 취향이 있습니다. 시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요. 만약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어렵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은 시집입니다. 시집의 편자(編者)는 '극강의 서정시'를 모은 시선집이라고 얘기하는데요, 그것보다는 '다양한 시대의 시'를 엮은 시선집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듯합니다.

시집과 시선집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시집은 '여러 편의 시를 모아서 엮은 책'이고 시선집은 '시를 뽑아 엮은 책'을 말합니다. 여러 시집에서 편자가 시를 골라서 만든 책이므로, 이 책은 '시선집'입니다.

이 시선집을 소개한 까닭은 수록된 시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여러 시 가운데서 취향을 찾아보시라고 권해드리기 위함입니다. 독서법 중에 하나의 책이 다리가 되어 다른 책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 발견한 문장, 저자의 이름,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죠.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자의 시선집을 읽고 마음에 드는 시인이 있다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김민섭 작가의 산문집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창비)
  
김민섭 작가의 산문집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작가의 산문집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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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과 함께 읽으면 좋을 산문집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김민섭 작가의 신간을 골라봤습니다. 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은행나무)와 <대리사회>(와이즈베리)를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 또한, 반가움으로 기다렸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소회는 김민섭 작가님과 같은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사회란 다양한 관계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에게 긍정의 마음을 보낸다는 것은 사회를 모르는 바보로 몰리기에 딱 좋습니다.

김민섭 작가의 책은 '우리 같이 바보가 되자'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느슨한 연결의 힘'이라는 말로 바꿔 쓰고 있는데요, 같은 말이죠. 특히 띠지를 장식한 김민섭 작가의 선한 얼굴이 떠올라 읽는 내내 기분이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올겨울까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산문집입니다.
  
여름휴가, 책과 가까워질 시간

여러분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으셨나요. 책을 읽는다는 것이 요즘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책을 읽는다는 말이 있어,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 보여주기도 했고, 거실에 TV를 치우고 책장 가득 책을 꼽아 놓았습니다.

책장에는 먼지만 쌓이고, 홀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책 밖에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아이들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쁜 삶 속에서 책장을 넘길 여유를 갖기 쉽지 않은데요. 그래서 이번 휴가 기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속해서 책만 읽으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시간이라도 할애를 부탁하는 것이죠. 오늘 제가 소개한 책이면,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 내딛는 한발'이 중요합니다. 능숙한 강연자는 청중과 처음 만났을 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자신의 것으로 분위기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이번 휴가의 독서로 얼어붙었던 책과 나의 관계를 브레이킹(breaking, 파괴)한다면,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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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평일 새벽 6시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에서 시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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