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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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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와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마산중앙부두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김주열(1944~1960) 열사의 동상을 건립했지만 코로나19 등의 사유로 제막식을 연기했다.

창원시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올해초부터 동상 건립 작업에 들어갔고 최근 마무리를 했다. 당초 창원시는 오는 30일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창원시는 코로나19 사유로 제막식을 연기했다. 현재 동상은 천으로 둘러쌓여 있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은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사람을 저렇게 해놓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상 주변 '설명판(부조)'에는 김주열 열사 생애, 3.15부정선거, 4.11민주항쟁, 4.19혁명, 건립취지문 등이 새겨져 있다.

또 "1960. 03. 15. 김주열 열사 '민주주의의 불꽃을 피우다", "민주혁명의 표시. 4.11 민주항쟁"이라고 새겨 놓았다.

남원 출신인 그는 1960년 3월 11일 옛 마산상고(현 용마고) 입학시험을 친 뒤, 그해 3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됐다.

김주열 열사는 행방불명된 지 27일만인 그해 4월 11일, 마산중앙부두에서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째 시신으로 떠올랐다. 이에 시민들이 "이승만 물러가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이를 '4.11민주항쟁'이라 불렀고, 이후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동상 설명판에는 "열사의 참혹한 시신을 보게 된 마산시민의 분노가 폭발해 4.11민주항쟁이 일어났다. 이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승만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나왔다. 4월 12일과 13일에는 마산의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살인 경찰 잡아내자', '공명선거 다시 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시위에 마산시민들은 열렬하게 호응했다"라고 적혔다.

창원시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건립취지문을 통해 "영원한 민주의 횃불이요 동서화합의 상징인 김주열 열사의 동상을 건립해 불의에 항거한 3.15, 4.11, 4.19정신을 계승하고자 합니다. 또한, 남원의 아들로 태어나, 마산의 아들로 목숨을 바치고, 4월 혁명을 통해 국민의 아들이 된 열사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창원시민의 민주항쟁 정신을 함께 담아 이 동상을 세웁니다"라고 밝혔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과 관련 조형물. 아직 제막식을 못해 동상은 천으로 씌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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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기념사업회 "'2차 3·15의거'로 해야"

그런데 제막식을 앞두고 최근 지역에서 '4.11민주항쟁'이라는 용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5의거기념사업회가 '2차 3.15의거'로 바꾸든지 아니면 설명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해마다 3월 15일에 기념식을 비롯한 행사를 열어왔고,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4.11민주항쟁 기념식을 열어왔다.

김장희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3.15의거 때 희생된 열사가 12명이고, 동상을 세우러면 다 해야 한다"면서 "부조에 새겨놓은 용어가 역사와 다른 개인 소견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3.15의거특별법도 있다. 4월 11일은 김주열 열사의 시신인양일이다"며 "4.11민주항쟁이라 하는 것은 중간에 토막을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경남신문> 기고문을 통해 "'3.15의거'와 함께 '4.11민주항쟁'이라는 말을 돌에다가 새겨도 되는가 하는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특별법에 대해 김 교수는 "3.15의거는 '제2차 의거'를 '제1차 의거'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을 국회와 정부가 인정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3월 15일의 사건만을 두고 '3.15의거'라 하고, 4월 11~13일의 사건을 '4.11민주항쟁'이라 부르는 것은 3.15의거 역사를 반토막내는 중대한 사건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번 김주열 동상 건립 과정에서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3.15의거기념사업회뿐만 아니라 3.15 부상자회, 유가족회, 학생동지회 등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고, 경남도나 창원시 당국조차 논쟁적 사안을 유관 단체들과 아무런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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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십수년 전부터 4.11민주항쟁 기념"

이런 주장에 대해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고문은 "4.11행사가 아무리 커지고 부각시킨다고 해도 3.15가 더 빛나게 될 것"이라며 "4.11은 3.15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4.11민주항쟁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주장은 3.15정신에 반하는 것이고 '반3.15 발상이다"며 "4.11민주항쟁 기념행사가 열린 지는 십수 년 전부터다"고 했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창원시로부터 예산 1억 원을 지원을 받아 올해 3월 '3.15 학생참가기념비'를 세웠다.

이와 관련해 김영만 고문은 "학생참가기념비는 3.15의거 때 학생만 참여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당시 노동자들도 많이 참여해 희생이 됐다"며 "지역 노동단체들은 학생참가기념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노동자 참가기념비'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참가기념비를 세울 때 3.15의거기념사업회는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와 의논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에 김주열 열사 동상에 대해 사전에 의논하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상이 건립된 장소는 시신인양지이고, 4.11민주항쟁이 유발된 곳이며, 시작점이다"며 "그 자리에 동상이 세워지고 설명판 내용에 대해 간섭한다면, 이는 남의 집 제사상에 쓴 '지방'을 보고 간섭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김 고문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진 지 21년이나 됐고, 4.11 기념식을 해온 지 십수 년이 된다. 기념식을 할 때 3·15의거기념사업회장도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영만 고문은 "3.15와 4.11은 내용과 규모에 있어 달랐다. 3월 15일 의거 때 마산시민 1만여 명이 참여했다면 4월 11일에는 다섯배가 더 많을 것이고, 마산시민 입장에서 이날이 세상을 바꾼 날"이라며 "시민들은 3월 15일에 주로 '부정선거 다시하라'고 외쳤지만, 4월 11일부터는 '이승만 물러가라', '살인 경찰 잡아내라'고 했다. 전국에서 '이승만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오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4.11이 아무리 위대하고 크다고 하더라도 그 시작은 3.15였다"며 "김주열 열사의 역사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동상 건립은 완료했고, 2주 전부터 천으로 씌워 놓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막식을 연기했다"며 "설명판 내용에 대해서는 양측에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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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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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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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창원 마산중앙부두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에 세워진 "김주열 열사 동상"의 설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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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주열 열사, #3.15의거, #4.11민주항쟁,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3.15의거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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