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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35도가 훌쩍 넘는 기온에 집에서 가만히 숨쉬기조차 힘든 요즘 떠오르는 이들이 있으니, 지난겨울에 서울시 돌봄SOS센터 사업으로 무료 도시락을 나눠주었던 종로의 쪽방촌 노인들이다.

당시 쪽방촌에 도시락을 나눠주면서 가장 고려해야 했던 점은 냉장고를 가지지 못한 이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도시락을 2개 이상 줄 수 없었으며, 반찬을 많이 담을 수도 없었다.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폭염이다. 냉장고도 없이 사는 분들이 에어컨이라고 있을까.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선풍기 하나 붙잡고 이 잔인한 무더위가 어서 지나가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더위도, 추위도 피할 수 없는 쪽방촌의 노인들.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가 쓴 <착취도시, 서울>은 선거의 계절이나 되어야 뉴스에 등장하는 그들에 대한 적나라한 기록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이 더위에 잘 살고 계실까?
 쪽방촌 주민들은 이 더위에 잘 살고 계실까?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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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의 현실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한 쪽방촌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그들이 자조적으로 '살아서 들어가는 관'이라고 묘사하듯이 쪽방촌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곳에서 근근이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쪽방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쪽방 자체가 집이 아닌 비주택으로 분류되는바, 국가의 공식적 통계에도 잡히지도 않고 따라서 최저 주거 기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체가 불분명하다보니 쪽방은 각종 법망의 사각지대다. 숙박업도 아니고 임대업도 아니어서 '공중위생관리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과거에 여관, 여인숙으로 사용되다가 쪽방이 된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허가 숙박업'이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동네 통장은 떳떳하게 '이 동네 쪽방촌은 전부 무허가'라고 호언했을 정도다. - p.38
 
정치인들은 사건사고가 터지면 쪽방촌을 찾아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걱정하는 듯하지만, 그때뿐이다. 법적으로 '쪽방'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오뎅을 먹으며 '서민 코스프레'를 하듯 그들은 쪽방촌을 대상화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만 이용하는 듯하다. 
 
정상 가족, 정상 주거만을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여온 세상에서 '쪽방'은 소위 그 삶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드러내는 '빈곤 포르노'의 소재로만 쓰였을 뿐, 어찌 된 연유로 쪽방에 살게 되었는지, 왜 벗어나지 못하는지, 일을 하는데도 왜 가난은 더 가난한 이들에게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지를 우리는 질문한 적이 있었나 . - p.58
 
누구나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구조적으로 풀 수 없는 쪽방촌의 문제. 저자는 이 허점을 파고드는 탐욕스러운 자본을 고발한다. 그것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곤을 고착화하면서, 가뜩이나 오갈 데 없는 이들의 처지를 이용해 돈을 버는 '빈곤 비즈니스'다.

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쪽방촌이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거비 지불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보증금이 없는 것'과 '유연한 계약 기간'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쪽방촌은 매월 계약을 할 수 있고, 또는 일세를 내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홈리스에게 쪽방은 임대주택을 얻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주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요컨대 현재의 쪽방촌은 사람이 살 만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숙에 내몰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다.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안 그래도 잘 사는 건물주들이 불법 수익을 얻는 약탈적 임대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의 쪽방촌

 
<착취도시, 서울>
 <착취도시, 서울>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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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을 매개로 사회의 상위 계층이 가장 어려운 이들을 착취하는 현실. 그러나 비극은 이런 약탈 구조가 쪽방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바 있는 대학가의 소위 신쪽방촌을 연이어 고발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10가구 이하로 나누어져 있던 대학가의 3층짜리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현재는 30가구 넘게 쪼개져 있다. 신축을 하더라도 '초미니 원룸', '미니 원룸'이라는 이름으로 건축법상 승인받은 방을 불법적으로 쪼개어 3~4평 되는 집을 만든다. 물론 적발되어 벌금을 부과받기도 하지만 건축주들은 개의치 않는다. 벌금보다 방 쪼개기를 통해 얻는 임대 수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학가에 들어오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쪽방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보증금도 낼 수 없는 형편 때문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임대료를 내고 있다면, 청년들은 스스로를 뜨내기로 규정하기에 굳이 방 쪼개기라는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지금의 가난은 유예된 현실일 뿐이다. 그들은 쪽방을 어쩔 수 없이 거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여긴다. 이후 인서울 대학의 졸업장을 획득하게 되면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카페, PC방, 도서관, 술집 등 바깥으로 나돌며 '집의 외부화'를 실천한다. 스스로 자신의 집을 잠만 자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온순한 세입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자신이 착취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가장 마지막 질문으로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물론 모두 불쾌한 티를 역력하게 냈다. '나는 지금 가난하지 않으며, 당장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버티는 중이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내면화한 까닭에서다. 여러 사람이 '정신승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러나 이는 현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능성을 전제하며 잔인한 착취 구조의 작동을 간과하는 것에 다름없다 . - p.190
 
저자는 이런 청년 주거를 단순히 주택정책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모순의 응축체이며,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현재의 모습이다. 청년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지만, 탐욕스러운 자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본은 오히려 이 매카니즘을 통해 착취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청년 주거는 한국 사회가 앓는 문제를 다면적으로 품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다. 기성세대 건물주가 청년 세대 세입자에게 폭리를 취하고 그들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세대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고향에 있는 부모의 돈으로 주거 비용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서울로의 쏠림'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또는 '서울에 사는 것이 스펙'이라는 관용어처럼, 청년 안에서도 서울 출신 중산층 청년과 지방에서 올라온 도전자 청년이 분화할 것이다 . - p.144
 
이번 대선에 있어서 주거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혹자들에게 부동산이란 자산의 문제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부디 대선주자들이 이와 같은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인 주거가 착취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이혜미 (지은이), 글항아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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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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