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올림픽으로 리그가 중단된 사이 LG와 키움이 빅딜을 단행했다. 

LG트윈스 구단과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7일 각각의 홈페이지를 통해 키움의 내야수 서건창이 LG로 이적하고 LG의 우완투수 정찬헌이 키움 유니폼을 입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함덕주(LG)와 양석환(두산 베어스)이 포함된 2:2 트레이드 이후 한동안 주전급 선수들의 대형 트레이드가 나오지 않았던 KBO리그에서 오랜만에 팀의 핵심선수들이 포함된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에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정찬헌과 서건창은 송정동초부터 충장중,광주일고까지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고 2008년 프로 입단도 같은 구단으로 했던 친한 친구 사이다. 하지만 2009 시즌이 끝나고 서건창이 LG에서 방출되면서 둘은 각자의 길을 걸었고 LG와 키움의 터줏대감이 된 2021년에는 급기야 서로 맞트레이드가 되는 묘한 운명이 되고 말았다.

'우승청부사'로 영입한 '예비FA' 서건창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정찬헌과 서건창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정찬헌과 서건창 ⓒ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2008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다가 2년 만에 방출의 칼날을 맞았을 때만 해도 서건창은 매년 등장했다 사라지는 흔하디 흔한 육성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철치부심한 서건창은 군복무 후 테스트 끝에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했고 2012년 정규리그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1군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2014년 KBO리그에 최초로 '200안타 시대'를 열며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서건창은 올해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259 4홈런28타점45득점6도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3번의 골든글러브 수상과 함께 5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현존하는 2루수 중에서 안치홍(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가장 명성이 높은 선수다. 독특한 타격폼으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워낙 탁월해 야구팬들로부터 '서교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 10여 년간 박경수,손주인 등이 거쳐 간 2루 자리는 LG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올 시즌에도 정주현을 중심으로 구본혁,이영빈,신민재 등 여러 백업 내야수들이 2루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누구도 공수에서 오지환의 든든한 콤비가 되지 못했다. 올 시즌 6승을 기록하며 10승 도전이 가시권에 있는 검증된 선발자원 정찬헌을 내주면서까지 골든글러브 출신 2루수 서건창을 데려온 이유다.

하지만 서건창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선수다. LG는 지난 2011년에도 예비 FA투수 송신영(키움 투수코치)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가 반 시즌 만에 곧바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며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던 기억이 있다(심지어 송신영의 반대급부로 내준 유망주는 바로 히어로즈 이적 후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였다). 자칫 서건창 역시 반 시즌 만에 다른 팀으로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LG는 올 시즌만 뛰고 다른 팀과 FA계약을 체결해 팀을 떠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서건창을 데려왔다. LG는 서건창이 남은 시즌 동안 주전 2루수 겸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LG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히어로즈 시절에도 준우승만 2번 차지했던 서건창이 LG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다면 LG도 시즌이 끝난 후 기본 좋게 'FA 서건창'의 잔류를 위해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유망주 수집하던 히어로즈, 갑자기 32세 투수를?

2007년 친구 서건창, 후배 허경민(두산) 등과 함께 광주일고를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끈 정찬헌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1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정찬헌은 LG에 1차 지명된 '눈물의 에이스' 이형종이 부상으로 루키 시즌을 접으면서 LG 의 핵심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루키 시즌 선발투수로 11연패를 당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정찬헌은 2년 차 시즌부터 전문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정찬헌은 2018년 LG의 붙박이 마무리로 나서 27세이브를 올리는 등 불펜투수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지만 작년 시즌부터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10년 넘게 불펜투수로 활약하던 정찬헌의 선발변신은 다소 갑작스러웠지만 정찬헌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류중일 전 감독의 배려 속에 열흘 로테이션을 지킨 정찬헌은 작년 19경기에서 한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7승4패 평균자책점3.51을 기록하며 LG 선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정찬헌은 올 시즌에도 6월 초와 6월말 한 차례씩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12경기에서 6승2패4.03으로 선발투수로서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LG에 워낙 선발 자원이 많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한다면 생애 첫 두 자리 승수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찬헌의 데뷔 첫 10승은 LG가 아닌 키움에서 도전하게 됐다. 27일 친구 서건창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과거 트레이드를 통해 젊은 유망주들을 영입해 미래의 전력으로 키운 바 있다. 하지만 한국 나이로 32세가 된 정찬헌은 젊은 선수로 분류하기 힘들다. 아무리 안우진이 징계 중이라 해도 최원태, 한현희, 이승호 등 젊은 토종선발투수들을 대거 보유한 키움에서 굳이 30대 선발 투수를 보강할 절실한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내야수 이영빈이나 문보경, 퓨처스 홈런왕 이재원 등 유망주군에서 거래를 시도하는 게 더 현명했을 거라는 뜻이다.

물론 검증된 선발투수 정찬헌은 안우진이 빠진 키움 선발진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키움은 주전 2루수 서건창이 이탈하면서 당장 새로운 2루수를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작년까지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했던 김혜성이 올 시즌부터 유격수에 정착하면서 현재 히어로즈에는 공수주를 겸비한 똘똘한 유틸리티 내야수가 없다. 서건창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홍원기 감독의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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