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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형도 기자
 남형도 기자
ⓒ 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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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일 오후 7시 18분] 

하루는 폐지를 줍고, 하루는 소방관이 되기도 하고, 또 하루는 몸에 맞지도 않은 치마를 입는 사람이 있다. 이름은 남형도. 직업은 <머니투데이> 기자다. 네이버 언론인 구독자수 1위를 자랑하는 남 기자는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 중이다. 똑같이 겪어봐야 제대로 알 것 같았다는 남 기자. 그는 주로 시선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라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제목을 보고 솔직히 기겁했다. '이게 대체 뭐야?'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를 다 읽고 난 후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그는 누구도 알리려고 하지 않았던 여성의 고충을 체험기사로 전달했다.

그동안 왜 브래지어의 불편함을 담은 기사가 없었던 걸까? 심지어 직접 입어보기까지. 이외에도 "1m 목줄에 묶여..시골개의 하루를 보냈다", "집배원이 왜 죽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80세 노인의 하루를 살아봤다" 등이 그의 대표 기사들이다.

그는 뭐든지 직접 해보고 기사를 쓴다. 그가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해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햇볕이 내리쬐는 지난 6월 21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남 기자가 기사를 쓰는 이유
 
 체헐리즘 기사를 통해 폐지줍는 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알고 독자들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체헐리즘 기사를 통해 폐지줍는 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알고 독자들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 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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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기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프로듀서(PD)를 지망했다. 학교 방송국에서 영상 제작도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출품할 만큼 PD라는 길만 보며 달려왔다. 방송국 시험에 여러 번 응시했지만 최종까지 붙지는 못했다.

다른 시험이라도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한 기자 시험은 바로 붙었다고 한다. 그는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알린다는 측면에서 PD와 기자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자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몰입이 지금까지 이어져 기자로 살고 있다.

"PD를 꿈꿨을 때도 소외된 대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그 부분에 대해 알리기 위해 영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사실 수단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알린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저한테는 오히려 글이 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어쩌다 기자 시험을 치러 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언론구조와 여전히 변화하지 않은 것들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좋은 영향력을 끼쳐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는 취재하고 오면 힘들다가도 기사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틴다고 한다.

"기자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에요. 기레기라고 욕을 먹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계속 기자로 살 수 있는 건 제 기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제 글로 인해 무언가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는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요. 그러니까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부지런히 생각해야 해요. 아직 우리 사회는 변해야 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실제 그는 계양산 개농장을 취재하고 쓴 기사로 얼어 죽을 뻔한 강아지들을 살렸다. 기사를 본 사람들이 강아지들을 위한 비닐하우스를 세울 수 있도록 돈을 후원해준 것이다. 또 한 번은 폐지 줍는 아저씨를 취재한 기사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아저씨를 도울 수 있었다. 이 역시 독자들이 폐지 줍는 아저씨를 돕겠다며 나선 결과다. 우리가 당연하게 지나쳤던 일상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 이것이 남 기자가 기사를 쓰는 이유다.

피땀 눈물이 담긴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던 당시 사진. 버스가 몇 번인지도 몰라 몇 대나 보냈고 사진은 눈을 감고 찍었다고 한다.
 남형도 기자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던 당시 사진. 버스가 몇 번인지도 몰라 몇 대나 보냈고 사진은 눈을 감고 찍었다고 한다.
ⓒ 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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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알려야 할 이야기가 많다. 장애인, 집배원, 소방관, 독거노인, 취업준비생, 유기견... 사람들이 기사를 보지 않으니 이들의 이야기도 전할 수 없었다. 남 기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왜 기사를 읽지 않을까? 내 기사가 재미없나?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그의 이런 고민은 '체헐리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체헐리즘은 그가 현장을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다. 남 기자는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체험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체장애인 분들 이동권의 경우, 관심도 없고 기사를 내도 사람들이 잘 안 읽었어요. 한 번은 휠체어를 타고 지체장애인 분들과 똑같이 돌아다녔던 체험을 기사로 전달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체험이라는 방식 자체가 관심을 끌면서도 제가 생각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택배 기사님들의 하루를 체험한다고 하면 저는 제3자의 입장에서 그분들의 하루를 체험해보고 관찰하는 거예요. 그 체험을 토대로 촘촘하게 기사를 써요. 우리가 몰랐던 고충들까지 기사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죠. 이런 기사를 통해 택배기사님들께 무관심했던 사람들과 택배기사님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체헐리즘은 기획부터 발제, 취재, 기사쓰기까지 남 기자 혼자 모든 것을 도맡아서 진행한다. 때문에 체헐리즘 기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하루를 취재한다고 한다면 이동식 기억장치(USB)만 한 녹음기를 목에 걸고 하루를 통째로 녹음한다.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상황을 묘사하는 게 중요한 기사인 만큼 녹음은 필수다. 녹취한 것을 풀면 50페이지 넘게 나온다고 한다. 혼자 취재하랴 기사 쓰랴 힘들 법도 한데 그는 벌써 3년째 체헐리즘을 이어오고 있다.

"한 주제로 체헐리즘 기사가 나가면 또 다른 주제가 눈에 밟혀요. 몸이 하나다 보니까 기사로 다 알리지 못하면 마음에 부채 같은 게 쌓이고 그래요. 마음은 바쁜데 육체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어서 좀 아쉬워요."

전해야 할 이야기 남아있는 한 계속할 것
 
 롯데타워 창문 닦기 체험을 하는 남형도 기자
 롯데타워 창문 닦기 체험을 하는 남형도 기자
ⓒ 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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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살아보는 건 쉽지 않았을 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체험이 뭔지 궁금했다.

"시각장애인 체험과 롯데타워 창문 닦는 체험이 가장 힘들었어요. 시각장애인 체험은 버스를 타고 길을 건너는 일상적인 일 조차 하기 어려웠어요. 버스를 타려고 하면 몇 번이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니까 계속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길을 걸을 땐 장애물들이 널려있기도 하고요. 가고 싶은 가게를 찾아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자신의 삶인데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거잖아요. 시각장애인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만들어놓으니까 체험하면서 화도 나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롯데 타워 창문 닦는 체험은 공포감을 계속 동반하는 체험이었어요.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고요. 맨 위에서부터 창문을 닦으면서 내려오는지 몰랐거든요. 오전부터 오후까지 70층이 넘는 창문을 닦다 보니까 시급을 많이 주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다음 날까지 몸이 힘들었어요. 고층 빌딩 창문이 빛났던 것도 당연하게 아니었던 거죠. 이 체험을 하고 나서는 유리창이 많은 건물이 멋있다고 느껴지기보다 창문 닦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상이 또 다른 이에게는 불편한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는 기사에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다른 기사에 비해 분량이 꽤 길지만 체헐리즘은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긴 호흡을 따라갈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쓰였기 때문이다. 몰입할 수 있는 구성과 스토리도 기사를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전해야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한 체헐리즘을 계속 연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이야기들을 다 했다 싶을 정도가 되면 그만하더라도 당분간은 (체헐리즘을) 해야 될 것 같아요. 해야 할 얘기가 많아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고요. 그래도 직접 경험해보고 썼다고 하면 관심을 좀 가져 주시는 것 같아서 체헐리즘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는 세상에 전해야 할 이야기가 여전히 많았다. 그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의 기사를 읽고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남 기자는 그만의 방식대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중이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은이), 김영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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