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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사진은 지난 7월 22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사진은 지난 7월 22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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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역전쟁 개시 이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장면들이 이따금 보인다. 올해 3월 18일(아래 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과 만난 데 이어, 이번 7월 26일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톈진(천진)에서 왕이 외교부장 및 셰평 부부장과 만난다.

북한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취한 3년 전부터 미국은 중국 포위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도 '압박'이 일상적인 국제 뉴스가 됐다. 

최근 1개월 동안에도 중국 포위망을 구조적으로 튼튼히 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있었다. 유럽과의 대서양 동맹 강화를 위해 6월 22일부터 유럽 순방에 나선 블링컨 국무장관이 다음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 "독일보다 나은 친구는 없다"며 기분 좋은 립서비스를 해줬다.

미국은 중국 포위망의 구조적 강화를 위해 쿼드(4개국 협의체)의 활동 영역도 확대했다. 중국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장서서 수행하는 인도·호주·일본·미국의 연대 활동을 군사 분야에서 비군사 분야로 넓힐 목적으로 7월 13일 '쿼드 과학기술 각료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인공지능·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구조적 작업과 별개로, 중국 서쪽 변경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위의 화상회의가 있었던 날에는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인권유린과 관련된 거래행위에서 손을 떼라'고 자국 기업들에게 경고했다.

또 중국공산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7월 1일에는 미국 육군이 일본 육상자위대와 함께 부산 밑의 규슈섬 남쪽 바다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에서 잔치가 벌어진 날, 미국이 태평양 입구를 막고 무력을 과시했던 것.

얼마 전만 해도 세계인들은 '중국은 때를 기다리며 참고 있다' '경제가 기반을 잡을 때까지는 현상유지를 추구할 것이다' 등의 말을 많이 했었다. 덩샤오핑(등소평)이 언급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관점에서 중국을 바라봤던 것이다. 중국이 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급격히 구축되고 있다. '전랑(戰狼) 외교'라는 표현도 우리 귀에 자주 포착되고 있다. '싸우는 늑대'로도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은 한국 언론에서는 '늑대전사'로 번역된다. 중국 외교가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전랑'의 등장

<한일군사문화연구> 제30집에 실린 송승종 대전대 교수의 논문 'COVID-19 펜데믹 이후 미중관계 전망'은 코로나 국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전랑으로 불리는 새로운 중국 외교관들 무리의 등장"이라고 짚은 뒤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의 임무는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성공적 대응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와 함께 미국의 실패를 부각시키는 부정적 메시지를 범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중략) 원조 전랑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은 '미국이 우한에 코로나를 가져왔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미국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최근 1년간 특히 두드러진 이 같은 '늑대전사' 외교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런민대학(인민대학)에서 유학하고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이 지난 6월 <황해문화> 여름호에 기고한 '길을 잃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도광양회로는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최근 몇 년간의 특이 사례들을 이렇게 열거한다.

"2016년 한국의 주한미군 사드배치 허용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2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중국 당국은 캐나다인 2명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체포했고 캐나다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20년 4월 호주가 중국의 초기 코로나 19 발원지에 대해 독립적 조사를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중국은 호주산 농수산물과 광물 등에 줄줄이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늑대전사' 외교를 연상케 하는 장면은 중국 당국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들은 호주·캐나다처럼 중국 견제에 명확히 참여하는 국가들뿐 아니라 한국처럼 다소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국가들을 상대로도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쟁과 관련해 미국에 우호적 발언을 한 방탄소년단(BTS)을 상대로 집요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한복·김치·갓도 다 중국 것이라며 역사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웬만하면 다 중국 것이라며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기를 꺾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엄격한 관리 하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누리꾼들의 역사분쟁 도발은 중국 당국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오리젠 같은 외교부 대변인뿐 아니라 중국 국민 상당수가 '늑대전사 외교'의 면모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일 당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회담하고 있는 모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일 당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회담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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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포위하자 중국이 반발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벌일 의사가 별로 없는 미국으로선 포위 전략을 신중히 가동할 수밖에 없다. 큰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 속에서도 3월 알래스카 회담에 이어 톈진회담을 4개월 만에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압박을 할 때 하더라도 위험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대화 제스처만으로도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늑대전사'들의 반응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포위망이 촘촘하지 않아 곳곳에서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은 한국뿐 아니라 쿼드 참여국들조차도 중국과의 교류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크고 작은 현상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국경이 맞닿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빼내는 대신, 아프간 남쪽인 파키스탄에 중앙정보국(CIA)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견제 수준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자 했다. 그러나 6월 19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7월 7일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금화를 발행해 축하의 뜻을 표시했다. 일본공산당조차 중국공산당과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지점인 인도양에 위치한 국가가 친중국 성향을 대놓고 표출한 것이다.

닷새 뒤인 7월 12일에는 라쉬드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외교부장관이 중국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실제로는 국토 50% 이상 점령)의 대약진으로 인해 중국 서쪽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아프간 바로 위쪽 투르크메니스탄까지 중국을 편들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이 확장되는 현상과, 포위망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을 거칠게 대하면서도 1950년 이래 70년 넘게 미국의 봉쇄를 참았다. 금년 들어서도 경제회복과 자본주의문화 단속에 집중하면서 인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렇게 인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내수형인 북한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글로벌 곳곳과 촘촘히 엉켜 있다. 북한처럼 문을 닫아걸고 장기간의 인내에 돌입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과 달리 중국이 가진 것은 세계 곳곳과 뒤엉켜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미국의 포위에 대해 사납고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지 2년 만에 중국 외교에서 '늑대전사' 외교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늑대 소리'를 내서라도 미국을 겁주고 세계 각국에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뒤로 주춤하면 중국의 기세가 강해질 게 뻔하다. 되레 미국이 당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늑대 소리'가 두렵다고 해서 섣불리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두렵지 않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끊임없이 전달하면서, 중국이 팽창정책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밖에.

그렇다고 중국을 무한정 자극할 수도 없다. 군사적으로는 중국보다 앞서 있지만, 탈레반은 물론이고 친이란 시리아 민병대도 상대하기 벅찬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발을 뺄 수도 없고 무한정 압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몇몇 카드 중 하나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블링컨이나 웬디 셔먼 같은 외교관들을 이따금 내보내 '늑대 소리'의 볼륨을 조금이나마 낮추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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