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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여전히 노동조합과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하다. 하지만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속사정을 궁금해하는 이는 드물다. 우리 곁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가 우리 주변의 이웃이며,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에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인 유혜진 조합원을  원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에 온지 12년,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한 이유 

 
올해 초 건강보험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는 조합원들과 함께.
 올해 초 건강보험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는 조합원들과 함께.
ⓒ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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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수많은 업무 중에서 통역 업무가 있다는 걸 들었는데요.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려주세요.
 "건강보험공단의 업무들을 유학생,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 제 모국어인 베트남어로 상담하고 있습니다."

- 지금은 건강보험고객센터 소속이시지만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건강보험고객센터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한국에 온지 12년 됐습니다. 그동안 여러 일을 했었어요. 한국오고 처음 2년 동안은 한국어를 배우고 육아를 하다가 어린이집에 청소노동자로 일했었죠.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나서는 다문화강사를 하면서 학교에서 교육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일한 적도 있고, 남편의 일을 함께 했던 적도 있고요. 

건강보험고객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았고,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던 중에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는데 2018년 4월에 일을 시작했으니 3년이 넘었네요."

- 공공부문의 일터에서 많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차별과 어려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작년에는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등의 업무를 하는 이주여성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에 대한 진정을 낸 적도 있었습니다. 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통화가 잦아요. 지사직원 일부는 저희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짜증을 내기도 해요. 한국어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국인들의 발음과 차이가 있는 건 확실하니까요. 병원과 통화를 하기도 하는데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사라고 해도 우리 이야기를 믿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 한국에 많은 이주여성 노동자들이 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이주여성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제게는 첫 노조였는데요. 그 동안은 노동조합 이런거 몰랐어요. 노동조합이 생긴다고 해서 저도 정보를 확인해봤죠. 한국인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입하게 되었어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휴식도 생기고 회사에서 치루는 시험도 없어지고 연차사용도 수월해졌어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이후 변화들이었죠. 비조합원들에게도 회사가 그냥 해주는게 아니라 우리가 싸우면서 얻은거라고 설명해줘요. 그래서 비조합원이든 다들 응원해주고 있어요."

- 파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 주변의 반응이 어떤가요? 
 "제가 직접 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남편과 시부모님은 많이 응원하세요. 제가 파업에 나서니 남편이 집안일도 하고(웃음). 물론 친정에서는 걱정하시죠. 그래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더 좋은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설득했어요. 그리고 여러 곳에서 연대와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힘도 얻었습니다."

- 공공영역의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고용의 불안, 저임금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주여성으로서 이 파업이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이 과정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이주여성(유혜진 조합원 외에도 2명의 이주여성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해있다)이 함께 투쟁할 때 뭔가 차별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차별 없이 함께 싸우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예전에는 회사에서 뭐라고 하면 그냥 시키는대로 했지만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주변에서 일 안하냐고 물어보면 '저 요즘 파업해요. 직접고용하라'고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 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싸움을 통해 유학생, 이주노동자, 그리고 다문화가족의 자녀들도 차별없이 더 좋은 환경과 더 좋은 사회에서 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주민과 선주민이 똑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낮아요. 저도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다 똑같은 노동의 대가를 받고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처음은 쉽지 않죠. 그래도 한 번 두 번 하다보니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다들 노동조합도 가입하고 자신의 인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짧은 기간 힘들지만 멀리 보면 미래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좋을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선전전을 마치고 조합원들과 찍은 기념사진. 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혜진 조합원.
 선전전을 마치고 조합원들과 찍은 기념사진. 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혜진 조합원.
ⓒ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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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공공운수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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