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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어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이 다음에 가질 직업에 대해서는 고민해 봤어도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대요. 이건 이미 어른이 된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찰리 맥커시가 지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서 찾아보면 어떨까요?

찰리 맥카시는 애초 그림책을 그리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에게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것'이었답니다. '인생에 부딪쳐보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만든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그래서 글밥이 제법 많습니다. 잠언록처럼 그 어느 곳을 펼쳐도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읽는 이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풀려나갑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상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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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이 다음에 크면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년 앞에는 '거친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찰리 맥커시는 '금세 눈이 내리다가도 햇살이 비치는 두렵지만 아름다운' 거친 들판이 우리네 삶과 닮았다고 합니다. 마치 친절한 어른이 된 소년처럼 여전히 거친 들판 앞에서 주저하는 우리에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따스하게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줍니다. 

그 첫 번째 이정표는 '두려워하지 말라'입니다. '나이든 많은 두더지들은 그동안 자신의 꿈보다 내면의 두려움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는 걸 후회한다'며 거친 들판 앞에 선 소년을 두더지가 다독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유'라는 말에 힘을 얻은 소년이 드디어 첫 걸음을 뗍니다. 

'집'으로 가는 길 

소년은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소년의 집은 '어디'일까요? 여정의 끝에서 말합니다. '집'이 꼭 장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구요. 거친 들판을 가로질러서라도 가고픈 '집'은 무엇일까요? 

집은 말 그대로 '하우스(house)'일 수도, 살아가며 우리가 꾸리고 싶은 '홈(home)'일 수도 있겠죠. '행복'이나 '사랑'같은 추상적인 명제일 수도 있겠네요. 살아가며 우리가 이루고 싶은 그 모든 것이 '집'일 지도요.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아득한 길 앞에 주저앉기도 합니다. 때로는 '집'만 바라보며 달리다 발 밑의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지름길이 있었으면 좋겠죠.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그 길에 함께 하는 벗들이 있습니다. 소년이 만난 첫 번째 친구는 두더지입니다. 

두더지는 '케이크'를 좋아합니다. 심지어 소년에게 선물로 주려고 한 '케이크'도 다 먹어 버립니다. 제일 좋아하는 말이 '처음 시도해서 잘 안 되면 케이크를 먹어라'랍니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두더지는 어떤 친구일까요?

참을 수 없는 케이크에 대한 두더지의 '욕망'은 이게 우리네 삶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거창하고 폼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삶의 출발은 언제나 '케이크'입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친 들판을 경우하면서 정작 자신의 '케이크'를 간과하기 십상이지요.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벗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첫 번째 친구입니다. 땅속에 사는 두더지처럼 우리의 의식 아래 들끓는 '마음'이 우리가 가는 인생 길에 첫 번째 벗이라는 지적은 '솔직'하고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심리학의 출발점이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 그 중에서도 '본능적인 무의식'인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은 '여우'가 등장합니다. 우리에게는 고전 <어린 왕자>를 통해 '관계'의 길잡이가 되준 여우가 익숙하지요.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이 책의 여우 또한 길동무가 되어 '관계맺음'에 대해 알려줍니다. 

소년과 두더지가 앉아있던 나무 아래를 배회하던 여우, 하지만 정작 소년과 두더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덫에 걸렸음에도 으르렁거립니다. 이율배반적이죠. 맞아요. 우리도 늘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약한 모습이 드러날까 여우처럼 발톱을 세우며 살아가곤 합니다.

두더지는 덫에 걸려 으르렁대는 여우를 구하고, 물에 빠진 두더지를 여우가 구합니다. 우리 안의 '마음'은 이렇게 '관계맺음'을 통해 풀어내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케이크를 좋아하는 두더지가 생각하는 '성공'은 그래서 '사랑'입니다. 

'벗'이 된 여우는 자신의 상처가 드러날까 말을 아끼지만 폭풍우 속에서도 늘 함께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관계'로 인해 힘들어 하지만 그 '관계'가 우리 삶의 '동반자'라는 걸 '여우'를 통해 보여줍니다. 

드디어 말이 합류합니다. 빠른 말 덕분에 갈 길을 재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에게는 비밀이 있어요. 바로 '날개'입니다. 자신이 날 수 있다는 걸 믿어주지 않는 친구들로 인해 날기를 포기했답니다. 그런데 '괜찮아, 우린 널 사랑해. 네가 날 수 있든 없든'이라는 믿음에 말은 숨은 날개를 활짝 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해 주는 빠른 말, 그리고 숨겨진 말의 날개는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꿈'이라는 '친구'가 아닐까요? 

그런데 그만 말을 타고 달리던 소년이 떨어집니다. 말에서 떨어져서 눈물을 흘리는 소년을 위로하는 건 다름아닌 '말'입니다. 자신의 꿈으로 인해 좌절하고, 다시 그 '꿈'으로 인해 용기내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세 번째 친구 '말'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두더지와 여우와 말, 인생의 동반자 

자신의 마음 속 '케이크'를 '인정'하고, 그 마음을 '관계 맺음'을 통해 풀어가며,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 그게 바로 '집'으로 향하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무얼까요?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우리는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자신의 평범한 모습이 드러날까 부끄러워하던 소년은 용기를 내어 들판을 건넙니다. 때로는 폭풍우가 칩니다. 벗들이 말합니다. 인생은 물 위의 우아한 한 쌍의 백조가 물밑에서 허둥대는 발짓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그저 일어서서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용기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소년을 다독입니다. 

긴 여정의 끝에 소년이 도달한 곳은 어딜까요?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s://blog.naver.com/cucumberjh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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