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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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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정치판을 보면서 '아사리판'이라는 말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아사리판'은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현재 정치판에 비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적통' 이슈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가량 지난 일을 끄집어 내어, 소위 팩트체크를 한다는 명분으로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울분이 차오른다.

이는 이낙연 의원이 2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는가 반대표를 던졌는가' 논란이 핵심인데, 탄핵표결은 무기명 투표다. 이 의원 본인 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고, 따라서 팩트체크 자체가 불가하다. 이에 이낙연 측에서는 '적자(嫡子) 흔들기'라며 맞받아쳤고,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 여러 대선 후보들이 자신이 '친노 적자' 혹은 '맏며느리'임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정치판에서 적법한 혈통 여부는 중요할 수 있다. 전근대 세계사를 살펴봐도 유럽에서는 살리카법(Salic law: 여성의 왕위계승금지법)과 귀천상혼(貴賤相婚) 제도 등을 통해 혈통을 통한 정통성을 다져왔고, 조선왕조 후기에도 적법한 혈통이 없어 온갖 명분과 족보를 뒤져가며 철종을 즉위시켰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21세기 민주공화국에 살아가고 있고, 지금은 '적통'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제도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일정 나이만 지나게 되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유하게 되어있고, 그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유권자가 피선거권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한 정치인이 속했던 계파, 정치이념, 일생 등은 큰 평가요소이며, 탄핵 표결 여부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대선 후보자의 정치이념, 중요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지난 7월 11일 대선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포즈를 취하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지난 7월 11일 대선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포즈를 취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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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며 동료 정치인이 비난하거나 함부로 규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적통 여부는 정치인 자신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결정을 맡겨야 한다. 이번 민주당 '적통' 논란은 아쉬움을 넘어 시대착오적인 논쟁이기에, 오히려 후진적인 경선을 멈추고 합리적인 토론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청년들은 취업을 포기한 것을 넘어 취업의지 자체를 상실한 '니트족'이 돼 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절규하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 중 어느 한 명이라도 고통받지 않는 국민이 없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입을 모아 현재 시국이 전시상황이라고까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치인들이 공언한 바와 달리 경선과정에서 상호 간 네거티브 전략만을 보여주고 있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사명에 어떻게 부응할 지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공약검증과 시민과의 소통은 제외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 승리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경선과정 만큼은 상호존중과 공정경쟁을 선보이는 '선진 한국정치'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명장 톤유쿠크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태그:#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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