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하철
 지하철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똑똑. 거기는 어떤가요. 불쑥 연락드린 것이 실례인 줄 알지만, 궁금한 건 갈수록 참지 못하는 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사실 오늘도 별로인 하루였어요. 종일 일에 시달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은 어찌나 많던지요. 발 디딜 틈도 없는 좁은 공간 속에서 열심히 글도 보고 댓글도 달았네요. 참. 월간 이슬아 한여름 호도 보았어요.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과 이슬아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요. 이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았길래 이런 찰진 글을 쓰는지 몹시 샘이 났습니다.

저는 좀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거든요. 쓰고 싶은 것은 살짝 유머도 있고 재미가 뿡뿡인 글인데, 나오는 것은 하나같이 신세 한탄뿐이네요. 그렇다고 거짓부렁 유쾌 상쾌 통쾌 글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얼마 전 만난 목사님인 장모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에게 닥친 시련은 다 주님의 뜻이다.

무슨 거창한 뜻이 있길래 이런 생고생을 시키나 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안에만 머물렀네요. 뭐. 거기서 어떤 말을 한들 소용 있겠습니까. 한편으로는 맞는 것 같기도 해요. 혹시 아나요.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지금의 날들로 덕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거기는 좀 살만한가요

아차. 또 제 이야기만 늘어놓네요. 갈수록 느는 것은 한숨과 말뿐이에요. 단도직입적으로다가 물어볼게요. 거기는 좀 살만한가요? 내 예상이 맞으면, 지금쯤 어디 한적한 지방에 발령받아 띵까띵까 하겠죠. 대충 일하다가 땡 치면 퇴근해서 무언가를 할 것이 분명해요. 기어코 근처 독서 모임을 찾아낼 것이 뻔해요. 가만있지 못하는 것은 지금이나 그때나 비슷하겠죠. 사람 성품이 뭐 어디 가나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람들에게 친한 척하며 먼저 말 걸지도 모를 노릇이죠. 나이 들어 그런 뻔뻔함이라도 없으면 섭섭하겠죠. 집이라고 하기도 뭐한 비좁은 관사에 돌아와서는 대충 씻고 옷도 어디다 벗어놓고 책상에 앉아 글을 끄적대며 실 웃고 있겠죠. 어쩌면 책장에는 쓴다고 똥줄 탄 당신 책이 몇 권 놓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유치하게 보면서 흐뭇해하는 것은 아니겠죠. 이제 좀 진중하니 중년의 품격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여름 내내 땀을 삐질 흘리며 마스크를 쓰고 다녔거든요. 이제 좀 잠잠해졌을까요. 하루아침에 변한 세상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드네요. 그나마 낙이 가끔 친구들 만나 소주 한잔하는 것인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운 세상이 왔어요. 얼마 전 친구와 통화하다가 우리가 올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이러다 내년이 되어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당신이 마스크도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여주면 좋아서 팔짝 뛸 텐데. 알았어요. 그냥 저 혼자라도 괜찮아졌을 거야 하며 거짓 안심이라도 해 보렵니다. 하긴 5년도 더 지났는데, 치료제 하나 안 나왔겠습니까. 아니면 또 어쩔 수 없죠. 아이들이 어떨지는 물어보지 않을래요. 지금부터 미리 안다면 재미없을 것 같네요. 눈이라도 찡끗한다면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무튼, 잘 지내세요 

마흔이 불혹이라고 세상일에 정신이 빼앗겨 판단이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하잖아요. 막상 그 나이가 되었는데 판단은커녕 갈대처럼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리네요. 당신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오십이 되었으니 뭐가 좀 명확해졌나요? 묻지 말라고요. 네. 하긴 기대도 안 했습니다. 예전에 TV에서 배우 윤여정도 육십은 처음이라 인생을 잘 모른다고 했잖아요. 알 때쯤에는 어딘가 커다란 나무 상자 안에 반듯이 누워 있겠죠.     

글 쓰는 이야기로 마무리할게요. 최근에 일하나 벌렸는데, 어째 조금 불안해요. 잘할 수 있을는지 자신이 없네요. 조언이라도 한마디 해주시죠. 그냥 닥치고 쓰라고요. 네. 좋은 말씀이네요. 역시 현명해요. 그저 쓰는 것밖에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이미 활시위는 날아갔는데.      

이야기 나누다 보니 거기도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당신 모습이 썩 나빠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에요. 미약하나마 희망을 품어 보렵니다.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옆에서 아들이 영화 보자고 성화네요. 아무튼, 거기서 잘 지내세요. 저도 그날을 열심히 쫓아가렵니다. 반가웠다는 말은 생략할게요. 너무 낡은 것 같아서요. 혹여나 제가 당신 나이가 되면 또다시 편지를 쓸지도 모르니 기대하시고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오십이 된 나에게 보내는 편지        
   
p.s. 마스크는 안 쓰는 것 맞죠??? 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