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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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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지난 22일 <중앙일보>에 실린 '이낙연, 노(盧) 탄핵 관철 행동조였다... 찬성표 던졌을 것' 기사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중앙일보> 기자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가리켜 '약점이 많은 후보라는 건가?"라고 묻자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단독 출마했을 대 내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지율이 매우 잘 나올 때였다"고 답했다. 이재명은 이낙연의 승리가 실현된다면 역사적인 일이 되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근거는 이랬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하고 손을 잡은 절반의 성공이었지 않나. (이낙연이)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따져보자

고구려를 이탈한 세력이 소서노·온조·비류 모자와 함께 백제를 세운 곳은 한강 유역이다. 백제는 그 뒤 충청으로 영역을 넓히고 호남으로 진출했다. 전라도보다도 충청도가 백제와의 인연이 더 깊었던 것이다. 멸망 당시의 백제 도읍도 충남 부여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제의 시각에서 보면 'DJP 연대'는 옛 백제 땅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백제를 전라도에만 국한시키는 부정확한 역사 인식에 근거한다.

그는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낙연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역사적인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한반도를 통합하는 힘이 호남에서 나온 적이 없다'는 발언의 구체적 의미는 그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다"라는 그의 발언은 백제 땅에서 여타 지역으로 힘이 뻗어나가는 확장성이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통일 사업의 최종 마무리는 어느 한 국가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에너지는 여러 국가에서 함께 분출되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대륙의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한 5호 16국 시대 및 남북조 시대의 격렬한 경쟁이 수나라의 중국 통일로 귀결되고, 그런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한 5대 10국 시대의 치열한 대결이 송나라(북송)의 중국 통일로 귀결됐다. 이런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여러 곳에서 나오는 통일의 에너지가 시너지 작용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한 국가가 마침표를 찍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나라들은 가만히 있는데 어느 한 국가만 요란법석을 떨며 통일을 이루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러 나라들의 경쟁은 통일 여건을 성숙시킬 뿐 아니라, 특정 국가가 자국민을 상대로 통일 전쟁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명분을 조성해준다. 여타 국가들은 잠자코 있는데 한 국가만 팽창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통일 전쟁이라 불리지 않고 침략 전쟁으로 불린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통일과정

이 점은 한국 역사에서도 나타났다. 신라가 탐라국을 제외한 대동강 이남에서 소(小)통일을 이룰 때도 신라 한곳에서만 통일의 에너지가 나온 게 아니었다. 고구려 중심의 통일을 점치게 할 만한 상황이 조성된 적도 있고, 백제가 신라를 맹렬히 밀어붙인 적도 있다. 백제 의자왕도 재위 19년간 근 100개에 달하는 신라의 성을 점령했다.

고구려·백제·가야의 에너지가 함께 분출되지 않았다면, 신라는 소통일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여타 국가들이 함께 경쟁했기에 신라도 그에 맞춰 실력을 키울 수 있었고, 다른 나라들에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났기에 신라 정부가 민중과 귀족들을 설득해 전쟁 자원을 충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왕건이 탐라를 제외한 지역에서 소통일을 이룰 때도 그랬다. 통일의 에너지가 그의 거점인 송악(개성) 쪽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에 기반을 둔 궁예가 통일 군주가 될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 시기도 있었다. 또 후삼국 통일 6년 전만 해도, 고려가 아닌 후백제에서 통일 군주가 배출될 것처럼 보였다. 경북 안동을 무대로 한 고창 전투에서 고려군이 후백제군 주력을 격파하기 전에는 후백제 견훤이 군사적 우위를 유지했다.

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호 경쟁이 있었기에 왕건의 소통일도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신라 경순왕, 후고구려 궁예, 후백제 견훤 같은 '공동 주연들'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백제 땅에서 통일과 통합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분출됐기에 신라의 소통일과 고려의 소통일이 좀 더 수월했다고 볼 수 있다.

백제의 남긴 것

백제는 영토가 작은 나라였다는 인상을 갖는 이들이 많다. 영토 크기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런 인상에 매몰되면 백제가 확장성이 없었던 나라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역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백제는 지금의 경기도·충청도·전라도만 관할한 게 아니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근초고왕 편에 따르면, 백제는 371년에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해 승리를 거둔 뒤 한산(漢山) 즉 한성으로 도읍을 옮겼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의하면, 지금의 황해도 재령 역시 한성으로 불렸다. 백제 도읍이 들어선 뒤 이곳이 한성으로 개칭됐던 것이다.

김부식은 '백제가 재령으로 천도했다'고 하지 않고 '백제가 한성으로 천도했다'고 기록했다. 재령 천도 이전에도 백제 도읍은 한성으로 불렸다. 재령에 도읍이 있었던 기간에는 재령이 한성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김부식이 '백제가 한성에서 한성으로 천도했다'는 모호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백제가 평양성 전승을 계기로 황해도로 도읍을 옮겼음을 시원스레 밝히기가 꺼려졌던 모양이다.

그가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베이징 북쪽의 중국 요서(遼西) 땅을 차지한 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삼국사기>가 완성된 1145년으로부터 훨씬 오래 전인 487년에 "백제는 요서를 빼앗았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 역사서 <송서>가 편찬됐고, 629년에 '백제도 요서·진평 2군 땅을 소유하고 직접 백제군(郡)을 두었다"는 중국 역사서 <양서>가 편찬됐다. 그로부터 얼마 뒤 "백제도 요서·진평 2군을 소유하고 직접 백제군을 두었다"는 중국 역사서 <남사>가 편찬됐다.

백제의 중국 관할이 이미 오래 전에 중국 역사서에 기록됐는데도, 김부식은 이런 내용을 별다른 이유 없이 <삼국사기>에 싣지 않았다. 한국 고대 역사서뿐 아니라 중국 역사서도 폭넓게 참고해 <삼국사기>를 편찬한 그가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모른 체했던 것이다. 이 점은 오늘날까지도 한국 역사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의 상당수 역사학자들는 뚜렷한 근거 없이 백제의 중국 진출을 다루지 않고 있다.

백제의 활동 무대는 중국뿐 아니라 훨씬 넓은 영역으로도 확대됐다. 육지뿐 아니라 해양 쪽으로도 고개를 돌리면, 한·중·일 바다를 연결한 백제인들의 광활한 스케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신라 정부는 백제·가야를 멸망시킨 뒤에도 남해 제해권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교포인 장보고가 전라도 완도에 청해진이라는 근거지를 마련하고 한·중·일 해양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성과의 상당부분은 백제 출신들의 협력 덕분이었다. 바다를 잘 다루던 백제의 능력이 백제 유민들을 통해 장보고에게 계승됐다고 볼 수 있다. 백제 출신들의 협력 없이는 신라 정부가 바다를 관리하기 힘들었다는 것은 백제의 해양 관리 능력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처럼, 백제는 주요 시기마다 통일의 에너지를 분출했음은 물론이고 중국과 해양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통합과 통일, 확장성에서 이처럼 활력적인 나라도 많지 않았다.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서 느껴지듯이, 이 같은 백제 역사를 적극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다. 백제에 대한 공정하고 적극적인 탐구가 여전히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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