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 나선 한국 선수단이 자신있게 내세웠던 금메달 후보들이 잇달아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국은 대회 첫날인 24일 김제덕과 안산이 양궁 혼성전에서 우승하며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나 사격, 펜싱, 태권도 등 주력 종목에서 '골든 데이'를 기대했지만 예상 밖 부진을 거듭하며 메달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안산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안산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 연합뉴스

 
'사격 황제' 진종오, 결선 무대도 못 밟아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에 나선 진종오는 결선에도 진출하지 못하며 충격적인 성적표를 남겼다. 진종오는 이 종목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5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기 위해 이번 올림픽에 다시 도전한 진종오는 1시리즈에서 10발을 쏴 95점을 기록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2~3시리즈에서 96점, 98점을 기록하며 감을 잡는 듯했지만 4시리즈에서 다시 93점에 그치면서 상위권 진입이 불투명해졌다.

5시리즈에서 97점으로 분발한 진종오는 마지막 6시리즈에서는 8발 연속 10점을 쏘며 반전을 노렸지만, 9번째 발이 8점에 맞으면서 총 576점으로 15위에 머물러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금까지 올림픽 무대에서 6개의 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만약 이날 메달을 추가했다면 여자 양궁의 김수녕(금 4개·은 1개·동 1개)을 넘어 한국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지만, 오는 27일 열리는 혼성 단체전으로 기회를 미루게 됐다. 

한국은 진종오와 함께 출전한 김모세가 6위로 결선에 오르며 기대를 걸어봤지만, 아쉽게 8위로 마감하면서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세계 1위 오상욱 '충격 탈락'... 김정환이 자존심 살렸다 

한국이 양궁만큼이나 금메달을 확신했던 남자 펜싱 사브르 세계랭킹 1위 오상욱도 생애 첫 올림픽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오상욱은 톱랭커 자격으로 64강을 건너뛰었다. 그리고 32강에서 앤드루 매키위츠(미국)를 15-7, 16강에서 무함마드 아메르(이집트)를 15-9로 꺾으며 순항했다.

그러나 8강에서 만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에게 덜미를 잡혔다. 세계랭킹은 7위로 오상욱보다 아래였지만, 국제대회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전적은 1승 1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상대였다. 변칙 공격을 하는 바자제의 흐름에 말려들어 고전하던 오상욱은 13-13으로 경기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서다가 연거푸 점수를 내주며 13-15로 패했다.

오상욱의 빈자리는 김정환이 채웠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세계랭킹도 15위까지 떨어졌지만, 대표팀의 맏형답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절박감도 한몫했다.

16강에서 세계랭킹 2위 일라이 더쉬워츠(미국)를 15-9로 꺾으며 이변을 일으킨 김정환은 곧이어 8강에서도 카밀 이브라기모프(ROC)를 상대로 12-14까지 뒤처졌다가 막판에 3연속 득점을 올리는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4강에서는 오히려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를 상대로 12-6까지 여유있게 앞서나가다가 무려 9점을 내리 허용하면서 12-15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각오를 다잡은 김정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오상욱을 8강에서 꺾었던 바자제와 맞붙어 15-11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 남자 펜싱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로써 김정환은 리우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첫날 '빈손'... 태권도, 더 이상 텃밭 아니다 

태권도에서는 종주국의 명성이 통하지 않았다. 남자 58㎏급 세계랭킹 1위 장준은 16강에서 커트 브라이언 바르보사(필리핀)를 26-6으로 대파했고, 8강에서는 난타전 끝에 비센테 윤타(스페인)를 26대19로 꺾었다.

4강에서 만난 상대는 튀니지의 신예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였다. 2019년 아프리카게임 우승을 차지한 다크호스였지만, 누가 봐도 장준을 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장준과 서로 머리 내려찍기를 주고받을 정도로 당찬 공격을 펼쳤다.

반면에 장준은 8강에서 체력 소모가 컸는지 눈에 띄게 발이 느려졌고, 젠두비의 발차기를 연거푸 허용하며 8-9로 밀렸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오히려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서 끝내 11-15로 패하고 말았다. 다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오마르 살림(헝가리)을 46-16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따내며 아쉬움을 달랬다.  

역시 여자 49㎏급 종목에 출전한 심재영도 세계랭킹 4위이자 2017년 무주,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오른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야마다 미유(일본)와의 8강전에서 너무 신중하게 경기를 펼치다가 먼저 점수를 허용했고, 곧이어 급하게 반격에 나섰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당황한 심재영은 막판에 헤드킥까지 당하면서 7-16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대회 첫날을 아쉽게 '노 골드'로 마무리한 한국 태권도는 25일 여자 57kg급 이아름과 남자 68kg급 이대훈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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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오상욱 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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