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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카피라이터가 요즘 뜨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탐방하며 기업들의 참신한 브랜딩 전략을 살펴봅니다.[편집자말]
하우스 도산에 전시된 육족 보행 로봇.
 하우스 도산에 전시된 육족 보행 로봇.
ⓒ 젠틀몬스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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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의 이름은 독특하다. 온화하다는 의미의 '젠틀(GENTLE)'과 괴물을 뜻하는 '몬스터(MONSTER)'가 합쳐진 형태이기 때문이다. 부드럽고도 공격적인,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존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질적인 개념이 한데 뒤섞여 전에 없던 무언가가 태어날 것만 같다.

젠틀몬스터는 스스로를 아이웨어 브랜드로 규정짓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예술적으로 표한하는 일에 방점을 찍는다. 이들이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브랜딩 노선을 밟아온 이유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콘셉트를 한 달에 한 번씩 총 36회에 걸쳐 교체하는 '퀀텀 프로젝트'가 그랬고, 낡은 목욕탕 건물을 활용한 북촌 계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안경을 넘어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NUDAKE)'와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까지 론칭했다. 안경이나 케이크, 화장품과 같은 '젠틀'한 소재를 무기로 '몬스터'처럼 다양한 도전을 펼쳐가는 젠틀몬스터가 올해 2월 도산공원 인근에 '하우스 도산(HAUS DOSAN)'을 오픈했다. 지난 21일, 하우스 도산을 방문했다. 

미술관, 그러나 미술관이 아닌 
 
하우스 도산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위적인 느낌의 조형물
 하우스 도산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위적인 느낌의 조형물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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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도산은 젠틀몬스터의 패밀리 브랜드가 한데 모여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누데이크가, 2층과 3층에는 젠틀몬스터가, 그리고 4층에는 탬버린즈가 위치하고 있다. 1층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조형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기계 소재들을 활용한 폐허 느낌의 조형물은 프레드릭 헤이맨(FREDERIK HEYMA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것. 1층부터 2층까지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물은 건물의 중심을 잡아주는 일종의 메인 전시 작품이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누데이크로 내려가면 독특한 미디어 디스플레이들이 성큼 나타난다.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이 연이어 재생되는 형식이다. 공간 중심에는 기다란 선반을 놓고 그 위에 다양한 디저트를 올려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일반적인 카페가 다수의 좌석을 확보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끔 한다면, 누데이크는 자신들의 디저트를 바라보게끔 만든다. 좌석은 한편에 일부 마련되어있을 뿐이다. 카페보다는 미술관에 더 가까운 형식이다.
 
젠틀몬스터의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시그니처 케익.
 젠틀몬스터의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의 시그니처 케익.
ⓒ 누데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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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빵, 단순한 케이크에 불과할 수 있는 것들이 이곳에선 하나의 작품이 된다. 최근 SNS 상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던 '피크(PEAK)' 케이크는 '대자연'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이 케이크는 초록빛 말차 크림으로 가득 찬 중심을 까만 페이스트리 빵이 산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빵을 손으로 잡아 뜯는 순간 화산에서 초록빛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말차 크림이 주르륵 쏟아진다. 먹기 전에도, 먹는 순간에도,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케이크다.

카페를 나와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면 젠틀몬스터의 아이웨어가 진열되어 있다. 특히, 3층에선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기계 로봇 '프로브(The Probe)'를 볼 수 있다. 젠틀몬스터의 로봇랩이 1년여간의 연구를 통해 완성한 육족 보행 로봇이다. 프로브는 그 자체로 하우스 도산의 콘셉트와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의 도전 정신을 표현한다. 조형물을 넘어 대형 로봇까지, 이들이 일반적인 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층에 도착하면 '탬버린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다른 층과는 달리 이곳은 밝은 채광과 화사한 분위기가 돋보이는데 제품을 진열한 방식이 꽤나 예술적이다.

꽃이나 갈대 같은 식물들과 제품의 조화는 아름다우며 공간 한편에는 키네틱 오브제까지 자리하고 있다. 건물 전체가 단순한 스토어라기보다는 정교한 콘셉트를 지닌 전위적인 미술관에 가깝다. 어딘가 낯설고, 그런데 아티스틱하고, 동시에 흥미롭다.

상품이라는 '캔버스'
 
작은 빵에서 단순한 케이크까지 '누데이크(NUDAKE)'에선 하나의 작품이 된다
 작은 빵에서 단순한 케이크까지 "누데이크(NUDAKE)"에선 하나의 작품이 된다
ⓒ 이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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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계속 찾고 있는 브랜드처럼 보인다. 아이웨어 브랜드라는 틀에 갇히기 보다는, 안경을 필두로 사람들에게 예술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캔버스를 모색하는 것이다. 안경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캔버스였을 뿐이다.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들에겐 캔버스가 된다. 디저트가 입으로 맛볼 수 있는 캔버스라면, 코스메틱 제품은 향기와 촉감으로 감각할 수 있는 캔버스다. 그리고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런 다양한 캔버스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이다. 그들이 안경을, 디저트를, 코스메틱 제품을 사람들에게 단순히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전시'하는 이유다

젠틀몬스터의 공간을 보면, 업에 대한 동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브랜딩의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의 브랜드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품을 진열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젠틀몬스터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품을 전시합니다'라고 얘기할 것만 같다. 예술에 가까운 전시를 통해 제품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멋진 전시를 위해서 필요한 건, 제품이 아닌 작품일 것이다. 이들이 사소한 빵 하나에도 구체적인 콘셉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는 건 하나의 예술 작품을 고민하는 일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피라이팅이 막힐 때면, 나는 특정 행위나 대상에 붙는 동사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개념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파스타를 요리합니다'는 문장은 당연하지만, '파스타를 디자인합니다'라고 말한다면 미적 요소에 더 많이 신경을 쓴 파스타처럼 느껴진다. '옷을 만듭니다'는 문장 대신 '옷을 설계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건 보다 전문적이고도 치밀한 지식으로 견고하게 옷을 직조하는 장인의 관점이 엿보인다. 이것은 브랜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영역이다.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도산에서는 그런 시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좋다.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미술관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들의 전시가 시작되는 순간마다 나는 주저 없이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 일상이 답답할 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미술관을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미술관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테니까. 게다가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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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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