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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난 나의 사진 인생에서 좀 더 의미있고도 이전과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했다. 담고 싶은 풍경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닌 결과, 새롭고도 흥미로운 피사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돌아와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이곳은 결국 나의 '최애' 공간이 되었다. 위치 또한 특별하다. 산 중턱이긴 한데 주요 등산로에서는 벗어나 있기에, 등산객들에게 노출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을 강력하게 끌어당긴 이 풍경을 소개한다.
 
이 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요소가 정말 많다. 주인공인 이 소나무 아랫부분을 일몰의 빛이 강타하고있는 방식, 바위의 복잡한 무늬와 이것이 만들어내는 질감, 멀찍이 보이는 바다까지 이어지는 경치... 물론 이 나무의 완벽한 자태와 작은 산마루란 위치 또한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 Romain
 
첫 눈에 반한 풍경! 하지만 이는 절대 사진 찍기 쉬운 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눈은 작은 결점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사진기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점은 눈높이로 이 풍경을 담으려고 했을 때, 뒷쪽에 위치한 산등성이가 나무의 윗 부분을 어색하게 잘라내는 듯한 구성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인물사진 촬영에서 피사체의 목 뒷부분에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삼각대를 내 머리에서 팔 길이만큼 더 연장해서 이 상황을 해결했다. 그런데 마침 폰의 배터리가 다 닳아서 폰으로 촬영 화면을 보면서 무선으로 찍는 건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내 카메라는 스크린이 원하는 각도로 회전도 안 되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결국 구도를 추측하고 상상하며 찍어야만 했다.

당연히 결과가 마음에 들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겨우겨우 내가 원했던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 무선 촬영 기능을 사용할 계획이 있을 때 잊지 않고 보조배터리를 챙겨오는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 사진은 두 번의 세찬 여름 바람과 이후 강한 비가 퍼부은 날, 바람이 지나간 이후 폭우가 오기 직전 비교적 차분한 순간에 찍었다. 뒷배경은 안개가 아니라, 그저 1분 뒤 이쪽으로 다가올 장대비였다! ⓒ Romain
 
비오는 여름날의 이 사진은 내게 서사적인 순간이었다. 세찬 바람과 비에 맞서며 촬영할 때 느낀 행복감과는 별개로, 이 촬영은 내게 세 가지 가르침을 주었다. 

첫째, 이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바위의 형태 자체가 나무 만큼이나 아주 흥미롭다는 것이다. 처음 셔터를 누르는 순간엔 뷰파인더의 제한된 시야 때문에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이 공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풍경의 앞에서부터 뒤에까지의 깊이가 아니라, 정면에 눈에 띄는 전경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당연하게도 좋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사진기나 촬영 기술보다는, 열정적인 이 행위 자체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장면을 다시 한 번 보고, 내 앞에 정말로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게 무엇인지 인식하면서 이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였다. 이 과정은 굉장히 힘들 수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환경이라면 더 그렇다. 내가 진지하게 훈련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셋째,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은은한 느낌의 사진을 그리워했는지다. 서울은 활기가 넘치는 도시고, 매 순간 밝으며 시끄럽기에 나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 젖어들곤 했다. 하지만, 여기 이 프레임 안의 멋진 모습을 보고난 뒤 나는 마음 속으로 내가 그동안 이 소박함과 고요함, 안개가 수반하는 이 모든 분위기를 갈망해왔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날씨가 매서워지면 또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연이 내 속마음을 읽은 건지, 지난 겨울엔 몇 번의 큰 눈을 선사 받았다.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촬영이다. 눈구름 앞에 이 나무가 서있는 모습, 아래 바위들이 눈에 덮여있는 채로도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매력을 뿜어내는 모습.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이는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평화로운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 Romain
 
많은 사람들이 눈이 그칠 생각도 없이 오는 날엔 산행을 하지 않지만, 내게는 이번 사진 시리즈에서 사실상 이 때의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또한 눈 오는 날씨는 내가 가장 산행하기 좋아하는 날씨이기도 하다). 시끄러운 폭풍우가 몰아쳤음에도, 저 위에서는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쉼 없이 내리는 눈이 도시로부터의 소음은 물론,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을 숨어버리게 만듦으로써 모든 소리를 차단해줬고, 바람도 불지 않았기에, 마치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사색을 하며 영혼을 한숨 쉬어가기에 완벽한 순간이었다.
 
전에 찍은 사진이 성공이라고 느낀 뒤, 이 사진을 보면 확실히 나무가 짧게 느껴진다. 또 한 번 무선 촬영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이 날, 눈높이에서 촬영한 결과물인데 나무의 윗부분이 뒷산 능선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구분되는 느낌을 준다. 이 날 일몰은 확실히 흥미로웠고, 공해로 인해 상당한 먼지가 정면 바위 풍경과 어느 정도 대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잘못된 구도 탓에 이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잘 정렬되지 못했다. 1년은 확실히 실패하고 다시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Romain
  
몇 달 뒤, 봄의 문턱에 거의 다가섰던 어느 날은 좋은 측면에서 '운명의 장난'이었다! 이미 내 장인어른과 함께 산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침 두꺼운 안개가 산에 짙게 깔린 것이다. 비 없이 안개는 홀로 웬만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에 이 기회를 잘 잡아야만 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주 두꺼운 안개 때문에 나무조차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모든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며, 나무는 사실 가깝게 위치해 있음에도 아주 멀리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한결같은 뒷배경 앞에서 자랑스럽게, 전혀 도전받지 않으며 꼿꼿이 서있는 이 나무의 자태를 나는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이전 눈보라에서의 촬영처럼 나는 이 구도가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겸손하게 정말로 중요한 요소인 바위와 나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느낀다. 올해의 가르침을 난 터득했고, 이를 훈련하는 나는, 내가 언제나 가고싶었던 그 배움의 길 위에 있다. ⓒ Romain
 
마침내 봄이 모습을 드러내며 1년의 주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른 봄의 진달래가 잎조차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꽃 피울 준비를 하고있다. 사실 바위를 따라 선명하게 뿌려진 핑크색 점들을 기대하긴 했지만 크기가 작아서 확대해야 잘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봄에만 좋은 장소가 아니라, 얼마든지 즐길 만한 다른 요소가 많다.
 
일몰 빛이 나무를 때리며 적절한 색의 분리를 통해 따뜻한 선을 창조해내고 있다. 특히 이 따뜻한 느낌은, 바위를 덮고있는 차가운 색상의 이끼와 더 확실하게 대조되고 있다. ⓒ Romain
  
이 나무와 함께 나의 1년은 다가왔고, 또 지나갔다. 아주 멋진 생명체를 마주친 나는 이 아름다운 곳에 닻을 내렸고, 다양한 계절과 날씨를 관통하는 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미묘함을 목격했다.

참을성과 함께 일종의 헌신도 배웠다. 그리고 나 자신, 나의 촬영 취향에 대해서도 지난 1년에 걸쳐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모두 이 나무 덕분에. 여기는 앞으로도 나의 개인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보너스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일몰 사진을 남긴다. 한 그루가 아니라 이렇게 두 그루다! 촬영지는 안양에 위치한 삼성산이다. ⓒ Romain

보너스로, 다른 각도에서 이 나무를 찍은 일몰 사진을 남긴다. 이미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한 그루가 아니라 이렇게 두 그루다! 촬영지는 안양에 위치한 삼성산이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나의 이 작업이 장기간에 걸쳐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또 다른 분께 영감을 줄 수 있는 일이 되었기를 바란다.  

번역 : 김혜민

 

덧붙이는 글 | 사진작가 호맹의 홈페이지 호맹포토(http://www.romainphoto.com)의 Blog에 삼성산의 모습은 물론, 다양한 풍경 사진 촬영기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으며 모든 사진 촬영 스팟으로 가는 경로 또한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romainphoto_outside)에는 하이킹 사진을 포함해 도시 야경 등 멋진 한국의 사진이 다양하게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주세요! 댓글이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태그:#삼성산염불암, #사진작가호맹, #호맹포토, #삼성산풍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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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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