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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기억

1980년대 중반에 논산훈련소에서 훈련 조교로 군 복무 중이던 친구의 동생 A는 제대를 한 달여 남겨두고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훈련병들을 인솔하여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불발 수류탄이 폭발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평소 친동생처럼 여기던 사이라 대전현충원에서 치러진 안장식에 참석해 친구와 부모님을 위로하고 자연스럽게 주변 사병 묘역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비석들에 새겨진 생전의 계급이며, 사망 날짜 등을 보니 20대 초반에 사망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새삼 현충원의 의미를 되새겼던 기억이 있다.

# 두 번째 기억

몇 년 전에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지인의 장인 B가 돌아가셔서 경기 이천시 호국원에 모셨다는 얘기를 듣고 "같은 국립묘지인데 현충원과 호국원은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지인은 "장인이 월남전에 참전했고 평생 경찰이셨다는 것만 알 뿐"이라며 왜 호국원에 안장되었는지는 알지 못했고 현충원이 아닌 호국원에 묻힌 것을 아쉬워했다.

사병이지만 군인으로서의 임무 수행 중에 사망한 친구 동생과 1965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역 후 평생을 경찰로 살았던 지인의 장인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과 관련해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현충원(서울·대전)과 호국원(이천·괴산·임실·영천·산청)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현충원에 묻힐 자격은?

현충원이나 호국원 모두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장 자격이 정해진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다.

현충원에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3부요인을 비롯해 국가 고위직이나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 인물, 순국선열, 애국지사 등이 안장될 자격이 있다. 또 국가사회 공헌자, 무공수훈자, 전·공상 군경, 순직 군인·경찰관·소방관, 의사상자 등 안장 대상이 광범위하다. 군인의 경우에는 장관급 장교(장성) 또는 20년 이상 복무한 제대자도 현충원 안장 대상이다.

호국원은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활약한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훈 지원이 미비하여 이들을 위한 묘지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참전용사묘지로 조성된 곳이다. 재향군인회에서 관리하다가 2006년부터 국립묘지인 호국원으로 승격되면서 국가보훈처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참전 용사로 한정되었지만 나중에는 국가유공자와 10년 이상 20년 미만 장기 복무한 제대 군인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현충원과 호국원의 안장 자격엔 일정한 차이가 있다.
 현충원과 호국원의 안장 자격엔 일정한 차이가 있다.
ⓒ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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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준으로 앞서 등장한 사례 중 A는 순직군인으로 현충원 안장대상이었고, B는 경찰관 근무와는 상관없이 월남전 참전용사의 자격으로 호국원에 묻힐 자격이 되었던 것이다.

정리한다면 현충원의 안장 대상은 그 출발이 국군 묘지였던 만큼 전투 중 전사하거나 부상을 당한 군인 또는 경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며 국가 주요 인사, 순국선열, 애국지사, 국가 사회 공헌자, 의사상자 등으로 확대되어 대상은 다양한 반면에 안장 자격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

호국원은 주로 군인과 경찰에 복무하였던 사람들이 안장되므로 대상은 제한적인 반면 안장 자격은 전사나 부상이 아니더라도, 또는 특별한 전공 등이 없더라도 10년 이상 장기 복무한 경우라면 가능하기 때문에 자격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충원 안장 자격이 있는 사람이 호국원에 묻힐 것을 원한다면 가능하지만, 호국원 안장 자격이 있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힐 수는 없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립묘지는 서울과 대전 두 곳의 현충원과 이천, 괴산, 임실, 영천, 산청 등 다섯 곳의 호국원 외에도 세 곳의 민주묘지들과 신암선열공원이 있다. 민주묘지들은 창원의 3.15, 서울의 4.19, 광주의 5.18이라는 민주묘지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각각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분들이 안장 대상이다. 대구의 신암선열공원은 독립 유공자들이 안장된 곳이다.

현충원-호국원 둘러싼 격차 논쟁 
 
대전현충원 내에 있는 호국분수탑 전경. 뒤로 현충탑이 보인다.
 대전현충원 내에 있는 호국분수탑 전경. 뒤로 현충탑이 보인다.
ⓒ 우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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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느 곳에 안장할지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유족이나 본인이 결정한다. 전사나 공무 중 사망하는 경우는 물론 안장 자격을 갖춘 분들이 돌아가시면 유족들이 연고지나 또는 유족들이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곳 등을 고려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병적 기록, 신원 조회 절차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범법 사실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거의 하루 만에 승인이 이루어져 무리 없이 장례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면 유족들이 당황하여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갖추고도 장례 절차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승인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장례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 7월부터는 생전에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생전 안장심의제도'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본인, 즉 안장 대상 당사자도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현충(顯忠)은 '충렬을 높이 드러냄, 또는 그 충렬'이며, 호국(護國)은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고 지킴'이다. 따라서 국립묘지는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충렬을 높이 드러낸 분들에 대한 예우이자 보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충원과 호국원으로 굳이 격을 나누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까지 호국원에 묻힌 장성은 한 명도 없다. 채명신 장군처럼 스스로 장군 묘역을 마다하고 사병 묘역을 택한 경우는 있지만 현충원을 마다하고 호국원에 묻힌 장성은 없다.
 
지난 7월 8일 제주호국원 준비개원단이 괴산호국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지난 7월 8일 제주호국원 준비개원단이 괴산호국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 국립괴산호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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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이 상하관계나 격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현충원과 호국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전의 계급에 따라 묻히는 곳도 차별을 둔다면 진정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대전현충원의 장군 묘역이 만장되어 장성들도 별도의 묘역 구분 없이 사병들과 똑같은 1평(3.3㎡) 크기의 묘에 안장되고 있다. 차제에 서열처럼 느껴지는 현충원과 호국원이라는 구분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논의가 필요하다.

영어로는 현충원이나 호국원 모두 'National Cemetery'이고 앞에 지역 명칭만 달리하여 구분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 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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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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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33년 재직 후 은퇴하였으며, 헌재는 시민미디어마당 이사장으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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