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와 고영민,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2루를 지켰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물러난 이후, 2010년대 후반에는 박민우(NC 다이노스)가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를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를 주전 2루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리그 내 2루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정은원(한화 이글스)을 뽑지 않은 대신 3년간 국제대회를 경험한 박민우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대표팀이 소집되기도 전에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박민우가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박민우를 제외하고 2루수로 나설 수 있는 내야수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김경문 감독의 시나리오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대회를 맞이하게 됐다.
 
 (왼쪽부터) SSG 최주환-키움 김혜성

(왼쪽부터) SSG 최주환-키움 김혜성 ⓒ 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대타가 아닌,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 높은 최주환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6명의 내야수 가운데, 소속팀에서 2루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선수는 역시나 최주환(SSG 랜더스)이다.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3루, 1루를 오가기도 했으나 이제는 완전히 2루에 정착한 모습이다.

6월 중순 최종엔트리가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최주환은 주전 멤버가 아니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최주환을 중요한 순간에 대타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면서 박민우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번 대표팀 야수진 구성을 보았을 때,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오지환(LG 트윈스)을 제외하고는 두 곳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주환 역시 강백호(kt 위즈)가 지명타자로 나서게 될 때 1루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의 백업 요원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박민우가 이탈한 만큼 최주환을 대타 자원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민우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또 한 명의 내야수인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의 경우 올 시즌 유격수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주전 2루수는 단연 최주환이다.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 출전한 최주환에게 이번 올림픽이 첫 국제대회는 아니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주환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최주환과 더불어 비중이 커진 김혜성

최주환과 함께 김혜성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최종엔트리에 뽑힐 때만 하더라도 주전보다는 대주자 혹은 대수비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격수 오지환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혜성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주포지션이었던 유격수를 비롯해 2루 수비까지 맡아야 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때에 따라서 김혜성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3루수 허경민(두산 베어스)과 황재균(kt 위즈) 등 현재 대표팀에 2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가 없진 않지만, 야수진 사정이 썩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2루로 오는 시나리오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주환이 2루를 맡지 못할 상황이 오게 되면 '플랜 B'는 김혜성이다. 올해 유격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나 주전으로 거듭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루수로 4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오는 23일(라이징 스타전)과 25일(키움 히어로즈전)에 열릴 두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투수들의 역할도 최종적으로 정해지겠지만, 야수진 구성도 모두 끝내야 한다. 대표팀은 2루 고민을 해결하고 일본으로 떠나길 바라고 있고,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최주환과 김혜성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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