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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병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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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대장암 검사를 위해 4일 입원하고 수술을 위해 8일을 더 입원했다. 퇴원하는 날, 다섯 군데를 째고 꿰맨 흔적이 선명하게 남은 채로 남편은 차의 흔들림을 참았다. 나 또한 수술 경험이 있어서 그 흔들림이 얼마나 기분 나쁜 자극인지 익히 아는 바였다.

남편이 입원했던 병실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었다. 모든 외과 환자는 그 병동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보호자의 간병이 따로 필요 없는 서비스가 201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포털에 소개되어 있었다. 2016년부터 현재의 이름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변경되었다고 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한 팀이 되어 환자를 돌봐주는 서비스로 병동에는 환자만 있고 보호자는 환자 옆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

편리하고 합리적인 듯 보이는 서비스였지만, 수술하러 들어가는 날부터 답답증을 유발했다. 어떤 안내도 들을 수 없었다. 보호자에게는 수술 시간만 통보한다고 했다. 그도 수술하는 남편을 통해 전해 들었다. 

수술실 입구까지 보호자와 환자의 긴장된 이별의 순간과 수술실 복도에서 보호자의 힘든 기다림은 드라마에서의 이야기였다. 수술이 잘 되고 있는지, 들어갔는지, 나왔는지, 잘 끝난 것인지, 회복실로 올라왔는지 모두가 감감무소식이었다. 답답함에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된 담당 간호사는 긴급 연락이 없었으니 잘 진행되었을 거라고 말했다.

수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깨어나기는 했는지, 상태는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역시 몇 번 전화를 걸어서야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깨어 있어야 해서 깨웠고 자도 되는 시간이어서 무통 주사 놓아주었더니 잔다고 했다. 

수술은 잘 된 건지, 전이 정도는 어떤지, 환자 상태는 괜찮은 건지 간호사의 말 한마디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잘 부탁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도 답답해서 무작정 병원으로 갔더니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는 긴장 상황이라며 입구부터 제지당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삶

나는 한 번도 병상을 지키지 못했다. 퇴원할 때까지 남편이 전해주는 정보와 하루 한 번 간호사와 외래 진료실에 물어물어 알게 된 정보로 궁금증과 불안감을 가라앉혔다. 남편이 있는 병동은 보호자를 동반한 환자가 한 명 정도 있다 없다 했던 것 같다. 병원에서 도저히 케어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만 보호자를 허한다고 했고, 주로 아주 나이 많은 환자가 역시 나이 많은 보호자를 동반했다고 들었다.

처음엔 잘 못 이해해서 보호자 한 명 정도는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것 같다. 간병을 이유로 코로나 검사도 받았다. 당당하게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를 들이대며 들어갈 수 없냐고 물었더니 유효기간도 단 3일뿐이란다. 언제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궁금하면 전화하라고 달래는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퇴원 수속을 위해 마지막 날에야 겨우 병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보내 준 퇴원 안내 메시지 덕분이었다. 오전 내내 실밥을 뽑거나 환자 몸에 걸려있던 기구를 제거하는 등의 절차로 점심시간 가까이 돼서야 집에 올 준비가 끝났다.

집에 오자마자 점심 준비. 죽이지만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 섬유질이 과한 것, 볶거나 구운 것, 자극적이거나 향이 강한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거의 모든 음식의 조리 방법이 이전에 먹던 것과는 달라야 했다. 무엇보다 먹을 수 있어야 했다. 잘 참는 사람이어도 병원에서 3일 동안의 죽을 먹는 건 힘들었다고 했다. 통화만으로 듣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환자의 느낌 그대로였다.

무와 배추는 괜찮다고 해서 나박김치를 하얗게 담가 놓았다. 부드러운 고기를 조금씩 먹는 것은 괜찮다고 해서 안심과 달걀을 넣어 장조림도 간이 약하게 만들어 놓았다. 외에도 연두부, 유제품 골고루 준비는 해 놓았지만 병원에서 거의 먹지 못했던 음식이 집이라고 잘 넘어갈 리는 없는 것 같았다.

병원과 비슷한 상차림으로 점심 한두 끼는 어찌어찌 해결했다.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나는 것들은 그때그때 마트나 시장에서 사 왔다. 아는 게 없으니 몸이 바빠졌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고 나면 어느새 옷은 젖어 있었다. 습하고 더운 날, 나갔다 들어오면 땀이 한 바가지였다. 벌건 얼굴로 들어와서 간식 챙기고 집안 치우고 환자가 편한지 묻고 챙기고. 더운 날씨는 이래저래 복병이었다.  

멀건 흰죽만 5일째, 다른 죽을 먹어도 되는지 병원에 물어 영양죽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는 유명한 죽집에서 사서 식사를 해결했다. 끼니 사이에 적절히 간식을 챙겨야 한다는 것도, 주스나 즙은 안 되고 껍질과 씨는 제외한 과육은 먹어도 괜찮다는 안내문을 읽었으면서도 병원 영양사에게 종류별로 묻고 또 확인을 거듭했다.

음식의 준비가 정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전 같으면 이것저것 소스를 넣고 자극적이든 어떻든 맛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을 텐데. 깨도, 후추나 고춧가루도, 기름과 짠맛 단맛도 피하고 최소한의 기본 양념으로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맛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정성과 실력이 필요했다. 음식의 기본을 이제야 배워야 하니 마음만 급하다.

항암 치료 전까지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그나마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다고 블로그의 정보들은 말했다. 아직은 통화조차 할 수 없는 담당 의사보다 블로그나 유튜브의 글과 영상을 참고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여러 곳의 정보를 통합하고 거르고 정리하는 일이 또 다른 일과가 되었다.

일상을 지켜내는 힘 
 
큰 고난 앞에 작은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스틸컷 큰 고난 앞에 작은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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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일상도 유지된다. 주어진 일과가 오히려 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잠깐이라도 글을 쓰며 일상을 정리하는 시간이 내겐 큰 쉼이다. 정리된 생각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편이 병원 들어가기 전 함께 봤던 마지막 영화가 <콰이어트 플레이스>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괴물을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지구가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정이 말이 안 된다고 평했던 것 같다.

대적할 상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한 연구와 노력들, 온갖 상황에 대한 촘촘한 대비까지. 영화 속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식을 지키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벌인 사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퇴원하고 몸이 조금 편해지니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영화를 감상했다. 입원 전에 보았던 영화의 후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다. 가족 모두가 한 단계 진화한 느낌이었다. 살 곳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새로운 터전을 찾으려는 딸과, 남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멈출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은 재난이 아니어도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세상은 이어진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보면서, 큰 고난 앞에서 작은 어려움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듯하다. 오늘도 나는 내가 이겨내야 할 상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한 대전제 앞에 작은 어려움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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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 후반, 남은 시간을 고민하며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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