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야구대표팀의 두 번째 교체선수는 40세 노장투수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원정경기 기간 중 숙소를 이탈해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의 대체 선수로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오승환을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강민호(삼성), 김현수(LG트윈스)와 함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3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14일 박민우(NC 다이노스)가 자진 사퇴했을 때 야구팬들은 심우준(kt 위즈)과 정은원(한화 이글스) 등 비슷한 포지션의 내야수들을 대체선수 후보군으로 예상했다. 이번에도 우규민(삼성)과 강재민(한화), 정우영(LG) 등 잠수함 투수들이 사이드암 한현희의 대체 선수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대표팀 마운드에 '경험'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최고령 마무리 오승환이었다.

40세 시즌에 세이브 1위 질주하는 끝판왕

오승환은 통산 431세이브 기록과 5번의 리그 세이브왕에 빛나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40세에 접어들었지만 올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27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 부문에서 2위 김재윤(kt, 20개)을 7개 차이로 제치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전히 묵직한 구위에 허삼영 감독으로부터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는 오승환은 개인 통산 6번째 세이브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오승환의 2021 시즌이 더욱 대단한 부분은 초반 극심한 부진을 극복하고 자신의 구위와 성적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작년 시즌 45경기에서 18세이브를 기록했던 오승환은 올해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6세이브 평균자책점6.75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패전은 없었지만 6.75의 평균자책점은 삼성 구단과 팬들이 기대했던 '끝판왕'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천하의 돌부처도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는 피해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기 시작한 5월부터 오승환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5월 한 달 동안 10경기에 등판한 오승환은 시즌 첫 패를 당했지만 10이닝을 던지면서 단 한 점의 자책점도 허락하지 않고 8세이브를 수확했다. 13경기에서 13.2이닝을 던진 6월에는 1패10세이브1.98에 월간 피안타율을 .196까지 낮추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되찾았다.

오승환은 7월에도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를 적립하면서 세이브 부문 1위를 질주했고 2020도쿄올림픽이 가까워 오면서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는 듯 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오승환 대신 다음 세대에 한국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져야 할 조상우(키움)와 고우석(LG)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오승환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후 4년 만의 대표팀 합류가 불발로 그치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 NC와 키움,한화 선수들이 술자리를 가지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고 사건의 당사자인 박민우와 한현희가 대표팀에서 자진 사퇴하는 변수가 생겼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15일 박민우의 자리에 파격적으로 좌완 루키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을 선발했다. 그리고 이틀 후 한현희의 자리에는 대표팀 승선을 노리던 다른 잠수함 투수들 대신 풍부한 대표팀 경력을 자랑하는 오승환을 선택했다.

13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 서는 오승환

2005년 정규리그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휩쓸며 화려하게 등장한 오승환은 이듬 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됐다. 당초 중간계투 역할 정도를 기대했던 오승환은 2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대타 아라이 타카히로와 다무라 히토시 같은 일본의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한국의 차세대 마무리 투수가 등장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1회 WBC 퍼펙트 4강, 2회 WBC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은 2013년 제3회 WBC에서 '타이중 참사'로 불리는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부진 속에서 3경기에 등판해 2.2이닝을 던진 오승환은 단 하나의 안타나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고 6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오승환은 2013 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해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19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2017년 제4회 WBC에서도 한국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로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한국은 약체로 꼽히던 이스라엘에게 패하는 등 부진 끝에 두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오승환은 2경기에서 3.1이닝1피안타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빅리거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하지만 정작 한국야구 최고 영광의 순간이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오승환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2경기에 등판해 1승1세이브 0.00의 성적은 나무랄 데 없지만 실제 오승환은 쿠바와의 예선라운드 이후 대회일정이 끝날 때까지 컨디션 저하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과의 준결승, 쿠바와의 결승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각각 윤석민과 정대현에게 양보한 오승환으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 만들었던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SSG랜더스)와 이대호(롯데)가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대회의 유일한 1982년생 오승환은 아쉽게 불참하는 친구들의 몫까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과연 오승환은 13년 만에 참가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대표팀의 맏형 역할을 하며 지난 베이징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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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한국야구대표팀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대체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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