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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국악인과 함께하는 신나는 국악 콘서트' 금구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젊은 국악인과 함께하는 신나는 국악 콘서트" 금구중학교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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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준비한 아주 특별한 선물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군이 있다. 그중 누군가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과정을 지켜봐 주는 직업이 있다. '선생님'이라는 말보다 '쌤'이 더 익숙해진 직업군, 바로 교사이다.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금구중학교 강당에는 선생님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선물은 소포장지에 둘둘 말려 택배박스에 담겨 있지 않았다. 오전 10시 무렵은 피구 연습이 한창인 체육시간이었다. 혹여 수업에 방해 될까 두려워, 선물들은 강당에 깔린 매트 가외로 발소리를 죽이며 엠프를 나르고, 마이크 스탠드를 옮겼다.

금구중학교 음악 교사로 재직하는 박선영 선생은 "코로나 19 탓에 아이들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시기가 길어졌고, 마스크는 아이들의 입만 가린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다양하게 경험하며 생각할 수 있는 폭 역시 좁혔다"라며 "때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 시절, 아이들 기억 남을 만한 수업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2021학년도 자유학년제 젊은 국악인과 함께하는 신나는 국악 콘서트'를 동료 교사인 김보람 교사와 함께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수업 대상은 1학년과 3학년 학생이었다.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4번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또한 학교 외부에서 오는 출연자들 모두,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공연은 서용석류 대금산조 연주, 판소리 적벽가중 동남풍 비는 대목, 어메이징 그레이스 피리 연주, 두줄의 시계 해금 연주, 마지막으로 아리랑 연곡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진행됐다.
 
아리랑 연곡을 듣는 금구중학교 아이들
 아리랑 연곡을 듣는 금구중학교 아이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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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교육기부 공연이 성료되기까지

지역에 살면서 '재능 기부'라는 낱말은 어느 순간부터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됐다. 자발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하지 못하는 강압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계를 꾸리고 자신의 일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놓는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맥락을 우리는 서로 잘 알기에, '기부'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형들, 기부가 아니고, 수출로 합시다."

해남국악전수관 박준호 대표가 자신의 큰 누나 박선영 선생의 마음을 들은 날이었다. 해남청년3인이 기획한 '해남청년이 간다4, 마을주민더하기' 공연이 끝난 지 얼마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폭우가 한바탕 전남 해남군 전역을 휩쓸고 갔다. 지나온 날들을 기록하는 책 만들기 작업에 여념이 없던 때라, 박 대표의 제안에 필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수출이라는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명예찬은 급하게 휴가를 낼 수 없는 형편 탓에, 무대 영상 편집을 맡기로 하고, 박 대표는 프로그램 조율을, 필자는 사회자 멘트를 정리했다. 청년 공연 문화의 황무지에서 한걸음씩 걷고 있는 우리기에, '수출'이라는 낱말에 매력을 느꼈다.

4년여 동안 우리가 늘 해왔던 의사소통 방식이 있다. '고민의 속도보다… 하고 싶은 거면 일단 저질러보자'였다. 이왕 할 거면 행동하는 데 제약이 되는 리스크를 줄이고, 몸부터 움직이는 것이다. 비록 광주에 살고 있지만, 해남이라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가족, 동창의 '하고 싶은 거면' 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아직 완연한 개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있는 해남 청년 문화를 광주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우리에겐 학습과정이었다. 무언가 깨달을 것이 있겠지 하는 심정도 반을 차지했다. 대도시의 문화를 수혜 받는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아닌 지역의 문화를 수출(?)하는 청년이 된다는 상상, 언젠가 그것이 우리 지역의 상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우리는 목요일 아침 8시에 해남에서 광주로 출발했다.
 
출연진 및 금구중학교 선생님들
 출연진 및 금구중학교 선생님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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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반응, 서로에게 선물이 됐던 삶의 여정

교과에서만 봤던 피리와 대금의 실물, 해금의 선율, 민족의 한과 연의 닿음이 닫는 지역의 아리랑 연곡을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공연 매너를 지켜주며, 그 특유의 또랑또랑한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박수를 쳐주던 아이들, 네 번의 공연이 끝날 때, 마지막 공연을 보던 3학년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 건축가, 교사 등의 대답이 나왔다.

비록 한 곳에 모여 있지만 수 많은 상상을 하고,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삶을 꾸릴 아이들의 대답이 기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코로나 시기, 금구중학교 이창재 교장 선생님의 최종 결정으로, 우리는 아이들의 선물이 됐고, 아이들은 우리에게 선물이 되어 다가왔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화음 같은 사람이 되어주길 소망한다. 서로의 관계에서 부족분을 채워주고, 끝내는 아름답게 조화된 화음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공연이 끝나고, 내내 가슴을 울렸던 아이들의 눈망울이 떠올라 이 참에 '교육 수출공연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라고 말하고, 눈 앞에 벌어질 그 놀이판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고 해남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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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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